[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77명이 국민의힘이 발의한 TBS 조례 폐지안을 '공영미디어 장악의 출발점'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26일 민주당 의원 77명은 '국민의힘 정치권력에 의한 공영미디어 장악과 TBS 죽이기를 반대하는 국회의원 일동'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공영방송을 향한 정부여당의 압박은 이미 법적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이 발의한 ‘TBS 조례 폐지’ 추진으로 교통방송의 존립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방송의 공공성과 공영미디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우리 의원들은 정치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TBS 죽이기'를 심각히 우려한다. 아울러 국민의힘이 최근 자행하고 있는 모든 공영미디어 훼손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노골적으로 시작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KBS·MBC 등에 대한 저열한 비난은 정부여당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치밀한 작전임을 의심케 한다"면서 "‘TBS 죽이기’ 다음으로 KBS·MBC 등 공영미디어 경영진에 대한 강압적 교체시도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걱정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국민의힘은 TBS 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TBS는 조례가 폐지되면 서울시와의 출자·출연 관계가 사라져 300억 원 규모(TBS 예산의 70%)의 지원금이 끊기는 상황을 맞는다. TBS는 지난 2020년 서울시 사업소에서 독립 재단법인으로 탈바꿈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공공성을 이유로 상업광고를 불허해 서울시 출연금에 재원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교통방송의 수명이 다했다며 TBS 기능을 변경하거나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방송 전환 방침을 세운 오세훈 서울시장, 조례를 폐지하겠다는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TBS는 시사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방송이다. 방통위로부터 '방송사항 전반'을 방송할 수 있도록 허가 받았다"며 "그런데도 특정 정치세력이 불편한 프로그램을 이유로 시사보도 기능을 없애라 하고, 급기야 재정 지원을 끊겠다는 것은 사리에도 맞지 않는 탄압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TBS는 특정 정치권력이 좌지우지할 수 없는 서울지역의 엄연한 공영미디어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독립경영의 기반은 아직 다져지지 못한 상태"라며 "예산의 대부분은 직원 인건비라는 점에서 예산을 안 주겠다는 것은 방송사의 문을 닫겠다는 엄포이고, 한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들의 생계를 끊겠다는 노골적인 협박"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올해 하반기 TBS 조례 폐지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소속 김현기 서울시의장은 24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TBS는 교통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 서울시민의 세금 지원을 중단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금년도 하반기 정례회 때 (조례 폐지안)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시민사회와 TBS 노사는 서울시의회에 TBS 민영화 추진을 중단하고 '공영방송 특별위원회' 등 사회적 공론 절차부터 밟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영방송 특위'를 처음 제안한 전국언론노동조합 김동원 정책협력실장은 지난 15일 "몇 줄 안과 부칙으로 조례를 없애는 건 제대로 된 절차가 아니다"라며 "서울시민 10명 중 3명(선거인 수 대비 국민의힘 득표율 27.65%) 밖에 대표하지 못하는 시의원들이 이 정도의 조례 폐지안을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TBS 조례폐지안, 지방의원 자격 의심된다")
특히 TBS 양대노조(T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TB지부)는 이강택 TBS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서울시의회에 '공영방송 특별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2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조례안 발의를 취소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강행처리 절차를 중단하겠다는 약속이라도 내놓는 등 정상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어떤 형태로든 제대로 된 논의 테이블이 마련된다면, 그날 즉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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