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아무리 인기인이 출연하고 또 장안의 화제가 되는 소재에 대해 다룬다 해도, 프로그램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린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흥미를 붙드는 일은 쉽지 않다. 이에 많은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지 못한 채 사라지고, 또 인기를 얻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른바 ‘장수’ 프로그램들이 있다.교양 프로그램(이하 ‘교양’)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행에 민감하지 않다는 점, 프로그램 폐지 시 공영성 후퇴에 대한 비판이 있는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예능이나 드라마에 어린이 출연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예능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자. 육아 프로그램 열풍에 힘입어 인기를 끌고 있는 KBS2 , MBC 처럼 어린이가 주된 출연자가 되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오디션 예능이나 SBS 에서처럼 일시적인 출연자나 게스트로 등장하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드라마에서는 이제 오히려 아역 탤런트가 출연하지 않는 경우를 찾기가 더 어렵다. 드라마의 아역은 단순한 ‘아역’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극 내내 등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드라마에서 ‘죽음’을 마주하는 일은 흔하다. 일일드라마에서 주중 미니 시리즈, 주말드라마 그리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죽음 관련 소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죽음은 그렇게 단순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삶의 한 단면을 표현하는 일에 있어 죽음만큼 극단적이고 강렬하면서도 효과적인 설정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단지 살인 장면이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드라마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드라마 속에서 다뤄지는 죽음에 보다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요청할 필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자율규제란 보통 타율규제에서 피규제자라 할 수 있는 개인, 기업, 업계 등이 규제의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타율규제의 부적당성을 극복하고 효율성을 회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업계가 준수해야 할 행동강령을 스스로 제정하고 위반행위를 점검하는 방식을 취한다. 자율규제는 사회 여러 부문에서 타율규제의 보완책으로 빈번하게 언급된다. 그 목적은 어떤 규제의 틀을 해체하거나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새로운 틀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행위자를 바꾸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탈규제 혹은 비규제와는 구분된다 하겠다.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미디어와 광고는 뗄 수 없는 관계다. 광고는 광고주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 브랜드 등에 관한 정보를 수용자에게 전달하여 구매활동을 유발하고 판매를 촉진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말한다. 광고주에게는 제품판매 및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수용자에게는 정보전달 및 구매촉진 채널로 기능해, 소비수요를 진작하고 내수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광고주를 수용자와 연결하는 매개체는 미디어이다. 미디어는 콘텐츠에 대한 수용자의 관심을 구매하는 광고주로부터 수익을 얻는다. 특히 콘텐츠 이용에 대한 별도의 요금을 받지 않는 미디어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게임사의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의 진출이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넥슨 재팬이 2022년 1월 미국 할리우드 영상제작사 AGBO에 4억 달러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고, 11월에는 AGBO의 최대 주주가 됐다. AGBO는 세계적인 영화 감독 루소 형제(Anthony and Joe Russo)와 프로듀서 마이크 라로카(Mike Larocca)가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설립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이하 ‘엔터사’)로 넷플릭스, NBC 유니버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 애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오늘날 케이팝(K-Pop)은 초국적화(transnationalization)의 흐름에 놓여 있다. 국가 간 경계를 사이에 두고 케이팝을 둘러싼 자본, 문화, 인간이 복잡하게 오간다. 그런 점에서 초국적화는 지구화(globalization)와 유사한 표현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구화가 자본, 문화, 인간이 하나가 되어가는 것을 가리킨다면, 초국적화는 자본, 문화, 인간이 국가 간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국가주의적 성향이 여전히 남아 있거나 특정 국면에서 오히려 강해지거나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설명해준다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세상에 슈퍼히어로가 당신 하나라고 생각하나요? 스타크 씨, 당신은 지금 막 더 큰 세상의 일부분이 된 겁니다. 아직 그걸 모르고 있을 뿐이죠.”영화 (2008)의 히든 컷에서 “내가 아이언맨”이라고 폭탄선언을 한 토니 스타크에게 국제 평화유지 첩보기구 국장인 닉 퓨리가 어둠 속에서 던졌던 말이다. 이는 마블스튜디오가 야심차게 구상해왔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관객에게 예고한 것이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블스튜디오의 슈퍼히어로들이 (2012)에 집결함으로써 닉 퓨리가 예고했던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콘텐츠들에 대해, 국내에서는 산업적 차원에서의 긍정적 효과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 흥행에 다른 측면들이 가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해외에서는 , , , 등 한국의 ‘일부(절대 한국 콘텐츠 전반에 대해서가 아니다)’ 콘텐츠가 지닌 폭력성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보도와 논의들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미국, 영국, 벨기에, 호주, 브라질 등 여러 국가의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서브컬처(subculture)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다. 팬(fan), 마니아(mania) 그리고 덕후에 이르기까지 경멸이나 우려의 시선을 피해 주로 음지에 머물러왔던 서브컬처의 주역들도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들이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다기보다는, 대중문화의 여러 영역에서 이들을 찾아내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듯하다. 잡지, 인터넷, 1인 방송과 같이 서브컬처에 비교적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 왔던 매체뿐 아니라, 그동안 대개 서브컬처나 그 향유자를 긍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간주하고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아이돌 팬들의 활동무대가 ‘팬 플랫폼’으로 옮겨 가고 있다. 팬 플랫폼은 아이돌과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소통과 커뮤니티 활동을 펼칠 수 있게 하는 모바일 기반 공간을 의미한다. 팬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은 공식 홈페이지, 포털 사이트의 카페, 사회관계망 서비스, 커뮤니티 사이트 갤러리/게시판 등 여러 채널로 분산돼 있던 기존의 팬 활동을 한데 모은다는 점에 있다. 팬 모집·관리부터 공지, 자체 콘텐츠 유통, 굿즈 판매, 이벤트 예매, 팬과 스타 간 소통 및 팬들 간 소통에 이르기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문화연구(cultural studies)를 대표하는 이론가 스튜어트 홀(Stuart Hall)은 ‘대중문화’가 단순히 지배 이데올로기의 확성기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과 저항이 동시에 일어나는, 그렇기에 끊임없는 투쟁이 필요한 살아있는 정치적 공간이라 여겼다. 대중문화 텍스트와 수용자 경험 간 관계는 ‘코드화(encoding)’와 ‘해독(decoding)’으로 설명된다. 코드화가 다양한 코드(code)를 활용해 텍스트를 생산하는 행위라면, 해독은 수용자가 적절한 코드에 의거해 텍스트를 해석하고 이해하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2000년대 중후반 국내에 본격 소개된 후, 20년도 지나지 않아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digital media platform, 이하 ‘플랫폼’)은 기존 미디어 산업을 재편하는 키플레이어로 자리잡았다. 인터넷 포털 서비스(이하 ‘포털’)는 검색, 메일, 커뮤니티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언론사별 뉴스를 실시간으로 한데 모아 확인할 수 있는 가판대 역할을 한다. 사회 관계망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는 일기장부터, 메모, 편지, 전화 등의 기능 일부를 대체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가상공간이 현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차원에서 메타버스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된 듯하다. 미디어 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물론이고 대학, 은행 그리고 정부부처에서도 메타버스 플랫폼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활용한다. 하지만 메타버스가 보편화되고 그 영향력이 점증함에도, 그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일은 여전히 기존의 정의들을 불러오는 수준에 그치거나, 느슨하고 막연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하나의 개념이 더 널리 그리고 많이 활용되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여전히,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유행 전과는 완전히 다른 일상이 펼쳐지고, 이제 우리는 바이러스의 위험을 항시 마주하며 산다. 그로 인해 방송영상 산업과 이용 전반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흔히들 코로나19 이후 대면 콘텐츠 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비대면 콘텐츠 산업은 약진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애초에 하나의 콘텐츠 산업이 완전히 대면 기반이거나 비대면 기반인 경우는 드물다.방송영상도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가상의 인간이 현실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 이야기다. 디지털 휴먼은 말 그대로 인간의 모습을 띠고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하는 가상 인간을 의미한다. 초기에는 사이버가수 아담(1990년대 후반)이나 보컬로이드(vocaloid) 시유(2012년)처럼 다분히 조악한 형상을 지녔으나, 갈수록 고도화되는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을 통해 이제는 실제 인간의 외모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극사실적인 형상 구현이 가능해졌다.디지털 휴먼을 그 형상, 역할, 활동영역 등에 따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이전부터 오프라인 대중문화에서 유행해 왔던 N차 관람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및 해제와 함께 다시 본격화되고 있는 듯하다. N차 관람이란 같은 영화, 공연, 전시 등을 (한 번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차례 반복해서 보는 행위를 말한다. 한 번만 봐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보고 난 이후 자꾸만 여운이 남아서, 취향에 너무 맞는 작품이라는 이유로, 혹은 작품을 만든 사람(들)이나 작품 자체를 응원하기 위해... 그렇게 저마다의 이유로 관객들이 극장을, 공연장을, 전시장을 다시 찾는다.
[미디어스=강신규 칼럼]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를 꼽으라면 가 아닐까 싶다. 언론에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서 에 대한 담론이 그야말로 쏟아진다. 일상에서도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가는 중이다. 를 보지 않고 사람들과의 대화에 참여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음은 물론이다.에 대한 수많은 말과 글이 향하는 지점은 수렴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지점을 하나 꼽자면,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이다. 해당 담론들은 장애(자폐 스펙트럼)가 있는 주인공을 일상공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