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국민권익위원장에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이하 정치공작 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이 지명됐다.

정치공작 특위는 윤 후보 측이 '고발사주'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꾸려진 조직으로, 해당 사건 공익제보자 조성은 씨가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는 등 메신저 공격에 앞장섰다. 이런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이 공익신고자 지정 업무를 하는 권익위 수장 자리에 오르는 게 적절한지 따져볼 문제다. 

고발사주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던 2020년 4월 3일과 8일,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를 통해 범여권 정치인과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전달한 사건이다.

신임 권익위원장으로 내정된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사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신임 권익위원장으로 내정된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사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내정자는 지난 대선 당시 정치공작특위 위원장을 지냈다. 정치공작특위는 뉴스버스가 ‘고발사주’ 사건을 보도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됐다. 특위 출범 당시 윤석열 캠프는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의 허위보도로 시작된 정치공작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의 책임을 묻기 위해 발족했다”고 밝혔다. 정치공작특위는 ‘고발사주’ 사건이 보도되기 전 조성은 씨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식사한 것을 문제 삼아 ‘박지원 게이트’ ‘제보사주’ ‘뉴스버스 허위보도 의혹 사건’ 등으로 프레임을 씌웠다.  

정치공작특위는 지난 2021년 9월 13일 보도자료를 내어 공익제보자인 조 씨에 대한 메신저 공격에 나섰다. 정치공작특위는 “박지원 국정원장과 제보자 조성은 씨의 정치공작 공모 의혹 규명을 첫 번째 임무로 할 것”이라며 “조성은 씨라는 제보자의 신뢰성 문제를 짚어볼 것이다. 동인이 어떤 정치행보를 보여 왔는지, 야당 후보자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왔는지는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국민들이 잘 알고 있는 바와 같다”고 주장했다. 정치공작특위는 “이번 사건만 두고 보더라도 제보자의 거짓말 등 여러 행태에 비췄을 때 공익제보자로 보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윤석열 캠프 상황실장을 맡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조성은 씨가 사실상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정치적 수양딸’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정치공작특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제3자를 동원해 조성은 씨에게 ‘제보를 사주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조성은 씨와 박 전 원장 등을 국정원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지난 5월 제보사주 의혹을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고발사주 사건 언론 제보에 관하여 피의자들이 협의하거나 성명불상의 전 국정원 직원이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국정원법 위반, 박지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은 불기소 한다"고 밝혔다. 정치조작특위는 이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제기했으며 지난해 11월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조성은 씨는 권익위로부터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인정받았다. 

고발사주 의혹 (PG) (=연합뉴스)
고발사주 의혹 (PG) (=연합뉴스)

또 김 내정자는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의 다스(DAS) 실소유, 도곡동 땅 실소유, BBK 주가조작 관여 등을 수사했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려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해당 사건은 2017년에 들어서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고,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속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10월 비자금 조성과 삼성 뇌물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 형과 벌금 180억 원·추징금 35억 원을 확정받았으나 2022년 12월 말 윤석열 대통령이 사면·복권했다.

시민단체는 이 같은 이력이 있는 김홍일 내정자의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30일 성명을 내어 “’BBK사건’ 등 수사이력과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경력 등을 고려하면 국가기관 전반의 부패방지, 부패·공익신고 등과 관련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권익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김 내정자는 윤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정치공작위원장으로 활동했는데, 제기되는 의혹에 성실히 해명하기보다 공익신고자의 신분공개를 압박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며 “이 같은 행보는 김 내정자가 독립성과 정치적인 중립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지명은 검사 시절부터 관계를 맺고 선거캠프에서 후보에게 제기되는 의혹을 대응했던 선배 검사에 대한 ‘보은인사’”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권익위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을 기대할 수 없는 이번 지명은 거듭된 인사 실패의 또 하나의 사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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