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고발사주 재판에서 '검언유착 의혹' 보도와 관련해 MBC, KBS, 한겨레 등을 비난했다. 하지만 정작 검언유착 의혹과 고발사주 사건의 연결고리로 지목되고 있는 '반박 아이디어' 문건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 심리로 손준성 검사의 고발사주 사건 공판이 진행됐다. 손 검사는 지난 2020년 4월 3일과 8일 당시 범여권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전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오전 재판에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무죄를 선고받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손 검사 측 변호인은 고발사주 사건의 고발장에 검언유착 의혹 보도 내용이 일부 담긴 만큼 이 전 기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진=연합뉴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진=연합뉴스)

"MBC 공작보도·KBS 쓰레기 같은 보도" 비난

이 전 기자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보도한 MBC가 '공작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기자는 "MBC가 더 글로리(넷플릭스 드라마) 손명오(극중 학교폭력 가해자)처럼 공작보도하기 전에 신라젠과 유시민 연루 의혹 다룬 기사가 쏟아졌다"며 "이철(신라젠 전 대주주, VIK 대표) 대리인 자처한 지OO 나올 때 MBC가 몰카(몰래카메라)를 2번 대동했다"고 말했다.

이 전 기자는 "제가 구속되고 다음날에 KBS가 말 같지도 않은 '저와 한동훈 장관이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 공모했다', '총선에서 야당이 이겨야 윤석열에 힘이 실린다', '돕겠다' 한동훈이 나를 돕겠다는 쓰레기 같은 보도를 했다"며 "그리고 다음날 KBS가 사과했다"고 전했다. 이 전 기자는 "신성식(검사장)이 기소되면서 KBS가 찐(진짜) 검언유착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KBS는 지난 2020년 7월 18일 이 전 기자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2020년 2월 13일 부산에서 만나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KBS의 취재원으로 지목된 신성식 검사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 전 기자가 이를 이야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기자는 MBC, KBS, 한겨레, 뉴스타파 등 언론들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 전 기자는 "KBS는 신성식과 검언유착(을 했고), MBC는 사기꾼 옆에서 몰카를 찍어 업무방해, PD수첩은 황우석 관련 연구원을 겁박해 진술을 얻어내 보도했고, 양OO 기자는 대통령 와이프를 취재하다가 경찰을 사칭했다"며 "한겨레는 김만배에게 9억 원을 받았고, 이용구 차관 관련해 하명보도를 했다. 유착의 끝"이라고 말했다.

이 전 기자는 검언유착 의혹의 제보자였던 지 모 씨에 대해 "뉴스타파라는 인터넷매체에서 제보자X 죄수와 검사라는 이상한 보도를 했다"며 "기자들 사이에서 '이 사람 누구냐' 했더니 사기 전과자라고 한다. 자기만의 생각을 그리는 사기 전과자 잡범인데, 기자들에게 (손을)뻗치는 걸로 안다고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고발사주 의혹 (PG) (=연합뉴스)
고발사주 의혹 (PG) (=연합뉴스)

고발사주-검언유착 의혹 연결고리 '반박 아이디어' 문건엔 "기억 안 나"

그러나 이 전 기자는 정작 고발사주 사건과 검언유착 의혹 간 연결고리로 지목되는 '반박 아이디어 문건'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문건은 이 전 기자가 진상조사 과정에서 채널A에 제출한 PC 포렌식 과정에서 발견됐다.

지난 2020년 5월 발표한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에 "조사위는 이 기자가 3월 23일 녹음파일을 재녹음해 지OO에게 다시 들려주려고 시도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이 기자가 3월 23일 오전 배 차장(당시 채널A 법조팀장)에게 보낸 <반박 아이디어> 한글파일에는 법조팀 기자인 'ㄱ 기자'가 A(한동훈)와 비슷한 목소리로 녹음한 뒤 지OO을 만나 다시 들려주고 녹음하게 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고 적혀 있다. 보고서대로라면 '대역'을 세우려 한 것이다.

@파일 일부 재녹음 할 것

<OOO(※직급) 녹음 문장 일부를 'ㄱ 기자'와 녹음할 것. 'ㄱ 기자'가 A 비슷한 목소리로 녹음. 만나면 일부러 스피커로 들려주기. 어제 녹음은 7초 정도 들려줬음. 이 파일을 이철 측근에 들려줘서 녹음하게 할 것. 목소리 파장이 다르니까 알리바이가 생김>

==새롭게 녹음할 부분(with 'ㄱ 기자')==

-"(이철 측이) 검찰에 내가 이거할 것도 달라질 것도 없는데 내가 이 기자님만 믿고 어떻게 하냐"는 거야. "(나는) 아니 너 20년 30년 두드려 맞을 거 그래도 조금이라도.."
=◆아니 달라지지 왜 안 달라져. 검찰에도 무슨. 왜 안 달라지겠어.

-막말로 처음에 여기가 얘기한 건 제가 안 된다고 하긴 했는데. "검찰 쪽을 연결해 줄 수 있냐"는
=◆연결해줄 수 있지. 예를 들어서 그거 하기 전에 이런 제보가 있다고 주는 건 문제가 없지.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채널A 사회부장이었던 홍 모 기자는 <반박 아이디어> 문건에 대해 "비슷한 문건을 본 것 같고, A(한동훈)와의 통화내용을 부인하겠다는 식으로 하겠다고 해서 '말이 안 된다'고 치우라고 했다"면서도 'ㄱ 기자'를 활용한 반박 아이디어 내용에 대해서는 "그런 문구 자체는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고발사주 사건이 벌어진 날인 지난 2020년 4월 3일 오전 김웅 의원과 조성은 씨의 전화통화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등장한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조성은 씨 통화녹음 (2020년 4월 3일 오전 10시 3분 17초)

김웅 : 그, 이동재 기자가 뭐 이렇게 해서 이철이 그, 그 라임(VIK를 착각한 것으로 추정)에 이렇게 '협박했다' 뭐 이렇게 나오는 거 있잖아요. 그거가, 이것들이 공작인 것 같고
조성은 : 음.
김웅 : 그 목소리는 이동재하고 한동훈하고 통화한 게 아니고. 이동재가 한동훈이인 것처럼 다른 사람을 가장을 해서, 녹음을 한 거예요.
조성은 : 대역썼다는 거죠?
김웅 : 예예예.
조성은 : 시나리오를 짜서 대역을 썼다는 거죠?
김웅 : 그렇죠. 그렇게 해서 그걸 아마 오늘 그, 밝힐 것 같고..

 

이날 재판에서 공수처는 이 전 기자에게 "반박 아이디어 파일을 작성해서 배 모 기자에게 보냈느냐"고 묻자, 이 전 기자는 "기억 나지 않고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검사가 "반박 아이디어 문건에 어떤 내용이 담겼냐"고 묻자, 이 전 기자는 "3년 지나서 기억이 안 나는데 별 내용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공수처 검사가 "그 파일엔 'ㄱ 기자'와 A와 비슷한 목소리로 녹음한 뒤 지OO과 대화한 것처럼"이라고 질문을 이어가려 하자 이 전 기자는 "검사님, 이게 한동훈하고 저에 대해 수사하는 건가요"라고 항의했다. 이 전 기자의 항의에 재판장이 나서 "증인이 질문에 대해 판단하지 말라"며 "이게 어떤 의미 가지는지 증인이 자꾸 평가하려고 하지 말라. 그냥 아는 내용만 답변하라"고 제지했다.

공수처 검사가 "반박 아이디어 내용을 채널A 관계자 말고 검찰 관계자 등에게 알린 적 있느냐"고 묻자, 이 전 기자는 "꽂히신 것 같은데 제 판결 보셔서 아실 텐데 당시 채널A에서도 신경도 안 썼다"며 "근데 검찰이 나올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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