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TV조선이 네이버가 '뉴스 검색 인기도'를 입맛대로 바꿔 일반 언론사 중 MBC를 1위로 만들고, 조선일보를 2위에서 6위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이를 근거로 네이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같은 시기 TV조선의 '뉴스 검색 인기도'는 상위 20위권 밖에서 11위로 올라섰다. 이른바 진보매체로 분류되는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의 순위는 대폭 하락했다. 여권이 애초 정치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데이터를 근거로 포털 압박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이 지난달 30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공개한 자료에는 이른바 '네이버 언론사 인기도 순위'가 연도별로 기재돼 있다. 네이버가 제출한 상위 20개 언론사의 순위 자료다.
박 의원과 TV조선이 문제삼는 시기는 2021년 8월이다. 이때 네이버가 뉴스 알고리즘에서 계열사를 분리해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조선일보의 검색 순위는 2위에서 6위로 밀렸고, MBC는 일반 언론사 중 1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박 의원과 TV조선은 더불어민주당이 포털 뉴스 알고리즘 공개 법안을 추진하자 네이버가 '보수언론 죽이기'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성향에 관계 없이 언론사 순위 변동이 확인됐다. 박 의원 자료의 2021년 3월과 8월 네이버 '뉴스 검색 인기도' 순위를 비교해보면 순위권 밖이던 TV조선은 11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한겨레 3위→12위 ▲경향신문 10위→공동18위 ▲오마이뉴스 공동14위→순위권 밖 ▲뉴시스 공동11위→2위 ▲뉴스1 순위권 밖→3위 ▲동아일보 공동4위→14위 ▲한국경제 공동4위→공동15위 ▲KBS 공동4위→6위 ▲JTBC 순위권 밖→8위 ▲중앙일보 공동16위→공동9위 ▲YTN 공동4위→공동9위 ▲국민일보 공동11위→공동18위 등 정치성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순위 변동이 있었다.
네이버는 계열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언론사가 뉴스 검색 순위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상황을 전문가 검토 의견에 따라 개선했다는 입장이다. '뉴스 검색 인기도'란 뉴스 검색 알고리즘 요소 20여개 중 하나일 뿐으로 검색 결과를 크게 뒤바꿀 만큼 영향을 주지 않고, 동일한 사이트(URL)를 사용하는 언론사와 그 계열사를 분리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오히려 뉴스 검색 결과에는 유사한 내용의 기사를 하나로 묶음처리하는 '클러스터' 여부가 더 비중있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라고 한다. 다수 매체가 유사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면 중요도가 높은 정보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외부 전문가 그룹인 '네이버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가 2021년 8월 이후 6개월 간 검토한 바에 따르면,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은 특정 언론의 이념·성향이 아니라 기사의 양이 많은 언론사에게 유리하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주요 언론은 여전히 뉴스 알고리즘의 덕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윌 알고리즘 검토위는 "뉴스 기사 검색 및 추천 후보를 생성하고 랭킹을 부여하는 단계에서 언론사의 이념과 성향을 분류하여 우대하거나 제외하는 요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뉴스 생산과정에서 결과적으로 규모가 크고 인력과 자원이 풍족한 언론사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전반적으로 추천 과정이 송고되는 기사의 양이 많은 언론사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우려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알고리즘 검토위는 "국내 언론 시장에서 온라인 이슈 대응 역량을 갖춘 대형 언론사들이 계열사를 비롯, 대체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가진다고 평가받고 있다"며 "특정 이념 성향의 언론사가 더 많이 노출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아도 이용자 경험 차원에서는 특정 성향 언론사 노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보와 한겨레 미디어전략실이 지난 2021년 1월부터 12월까지 네이버 콘텐츠제휴 언론사 랭킹뉴스 페이지뷰(PV)를 분석한 결과, PV 상위 50개 기사 대다수는 연예인·유명인 사건사고 보도, 온라인 커뮤니티 발 보도, 선정적 보도 등이었다. PV 상위 10개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는 조선일보(3개), 중앙일보(3개), 한국경제(3개), 뉴스1(1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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