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대졸신입 공채 중단 방침’에 대해 “상시 개방형 인재채용은 MBC 입사 지원자들에게 문호를 더욱 넓힌 제도”라며 “다수의 구직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요식행위”, “MBC노조 죽이기 흐름” 등의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MBC노조)는 18일 낸 노보를 통해 지난달 29일 노사협의회 때 회사가 대졸신입 공채 방식 대신 ‘경력 위주의 수시채용’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노조가 신입 공채를 하지 않겠다는 이유를 수차례 묻자 안광한 사장이 “격화된 경영 환경에서 효율을 높이기 위해 대졸신입 정기공채는 하지 않겠다는 게 회사의 인사 방침”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 관련기사 : <체질 달라진 MBC, 파업 이후 채용 기자들이 보도국 ‘장악’>) 18일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이 <MBC, 신입 공채 더 이상 안 한다> 기사를 보도하면서 ‘신입 공채 중단’ 소식이 널리 알려졌고 ‘공영언론사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이에 MBC는 19일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상시 개방형 인재 채용은 MBC 입사지원자들에게 문호를 더욱 넓힌 제도”라고 해명했다. MBC는 전통적인 대졸신입 공채 방식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방송시장과 기술 환경이 급박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선 효율성과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채용방식의 도입이 필수적”이라며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더 합리적 채용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 MBC 개방형 상시인재 등록 사이트

MBC는 대졸신입 공채 방식 대신 ‘상시 개방형 인재 채용’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월부터 상시 인재 등록하는 시스템을 가동했다고 덧붙엿다. MBC는 “상시 개방형 인재 채용은 연령, 성별, 국적, 학력을 불문하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들, 특히 방송과 무관한 경험까지 포함한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인재들을 채용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탄력적 인재 수급을 위해 연간 정기 채용이 아닌 인력 수요 발생 시 즉각 상시 개방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입사원을 더 이상 뽑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개방형 상시 인재 등록 시스템을 오픈해, MBC 입사를 희망하는 누구나 학력, 성별, 연령, 국적 제한 없이 MBC에 입사 지원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또한 MBC는 “기존의 대졸 신입공채 방식으로는 지원조차 불가능했던 다수의 구직자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이라며 “상시 개방형 인재 채용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채용 제도”라고 밝혔다.

“개방형 상시 희망고문”…“지원자에 대한 배려 전혀 없는 갑질”

‘개방형 인재 상시 채용’은 대졸 신입사원을 위한 문도 열어두었다고는 하지만 2012년 170일 공정방송 파업 이후의 MBC 채용 방식을 살펴보면 사실상 ‘경력직 상시 채용’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MBC는 파업 당시 대다수의 기자들이 파업에 참가해 방송 차질이 불가피하자, MBC는 시용·경력기자 25명을 대체인력으로 뽑았다. 이후로도 공채와 특채를 통해 총 7차례에 걸쳐 41명의 경력기자를 새로 뽑았다. 2013년 12월 3일자로 기자 3명, 예능PD 3명, 드라마PD 2명, 방송기술 2명, 방송경영 1명 등 총 11명의 신입사원을 뽑은 후 신입 공채가 2년 가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MBC가 ‘개방형 인재 채용’의 사례로 소개한 경우도 포털그룹 경력자, 광고회사 경력자가 각각 드라마 PD, 편성 PD로 채용됐다는 것으로 ‘경력자 우대 기조’가 드러난다.

이렇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장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사 입사 지망생들이 모인 다음 카페 <언론인을 꿈꾸는 카페-아랑>에서는 “정규직이 아닌 개방형 계약직, 회사 사정이 어려울 때 혹은 기대하는 아웃풋에 못 미칠 때 단칼에 해고하는…”, “왠지 평생 연락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공고”,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는 구실을 만들어 놓고 공식적인 정규채용은 안하겠다는 의미 아닐까”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한 지망생은 “SBS도 예전에 이런 방식을 써 놓고 공채는 따로 했다”고 했고 다른 지망생은 “3월 말에 올려놓았는데 제가 MBC에 부족한 것도 있겠지만 연락도 안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반기업에도 있는 인재 풀 등록 같은 것인데, 솔직히 이렇게 (채용)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개방형 상시 희망고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지망생은 “보도국의 시용기자화를 100%로 끌어올리려는 건가본데, 이것은 곧 MBC노조 죽이기로 바로 이어지는 직격적인 흐름”이라며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위에서 하라는 대로만 뉴스 만들어오는 조직 순응형 기자들만 받겠다는 광기의 MBC, 이제 더 놀랍지도 않다”고 질타했다. MBC노조에 따르면 2012년 공정방송 파업에 참가했던 MBC노조 소속 기자들은 보도국에서도 데스크나 부장의 보조를 맡아 뉴스 큐시트를 짜는 뉴스편집부나 국제부, 기획취재부, 인터넷뉴스팀, 정보과학부, 문화부, <시사매거진 2580> 등으로 많이 가 있는 상태다. 경인지사,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 비제작부서로 간 경우도 많다. (▷관련기사 : <박정희 말씀 내건 MBC “기자들 물갈이, 못 볼 지경된 뉴스”>)

MBC노조 역시 “어이없는 반론”이라고 반박했다. 김혜성 MBC노조 홍보국장은 20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노조는 2012년 파업 이후 현재까지 3년여 간의 채용방식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온 것”이라며 “그런데 사측이 말한 ‘개방형 인재채용’은 아주 최근에 도입한 제도로, 그간의 채용제도 지적에 대한 해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혜성 홍보국장은 “앞으로 이 제도를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지원’만 개방돼 있을 뿐이지 채용의 전 과정이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방식이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심사하는지 알 수 없지 않나”라며 “지원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우리가 필요할 때 연락하면 오라는 태도는 (지원자들에게) 계속 기다리고 있으라는 의미다. 전형적인 ‘갑질’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혜성 홍보국장은 “MBC는 그동안 전통적인 방식의 대졸 신입 공채와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경력직 특채를 통해 인재를 잘 뽑아 왔는데 왜 굳이 그걸 없애고 다른 방식을 시도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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