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김민하 기자는 온라인 상에서 '우리 시대의 큰 스승'이라고 불린다. 시대를 통찰하는 혜안이 물리적 나이를 뛰어넘는다는 '찬사'의 뜻도 물론 있지만 역시 그의 큰 체구를 떼어놓고 생각하긴 힘들다. 30대, 흔한 비만남. 그가 가장 핫하고, 가장 강하며, 가장 강도 높은 운동의 세계에 뛰어든다. '크로스핏'은 현재 모든 피트니스 부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중인 운동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크로스핏'에 관한 가장 흔한 오해는 '고강도 운동이므로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김민하 기자가 '살을 빼기는 어렵다'는 다이어트의 흔한 진실과 어떤 운동에 관한 중요한 오해에 도전장을 던졌다. <크로스핏-돼지의 왕> 프로젝트는 야근하고, 새벽 출근하며, 일주일에 2~3번은 술을 마셔야 하는 30대 직장 남성이 어떻게 신체적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지를 더듬어가는 프로젝트이다. 한국 크로스핏의 조상이라고 불리는 이근형 트레이너와 함께 김민하 기자가 일생일대의 도전을 시작했다. 그가 직접 체험한 험난할(!) '운동기'를 연재한다.

운동을 왜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진다. 성인이 되고 나서 하도 운동하라는 소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답을 찾기 어렵다. 이제 와서 남에게 외모로 잘 보일 일도 없고 운동선수로 직업을 바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넌 그렇게 돼지로 살거라’하고 정해준 것으로 받아들이고 살아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일거리가 늘어나면서 건강 문제에 부딪치게 되자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경제적 문제가 심각해 새벽 라디오 방송을 매일 하게 되면서 만성적인 수면 부족과 피로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 것이다. 매일같이 새벽 4시부터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는 건 엄청난 부담이다. 오후가 되면 머리를 어디에 대기만 해도 곧바로 잠에 빠져든다. 이런 생활을 6개월째 계속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주말에 발생한다. 하루 종일 기운이 빠져 일어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집안일만 해도 힘이 다하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는다. 주말에 어떤 일을 하기로 계획을 세워놓더라도 그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다. 어느 날은 이렇게 살다간 심장마비로 죽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몸무게가 늘어난 것도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원인이 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내 몸무게는 77킬로그램이었다. 대학시절 십이지장궤양을 앓으면서 100킬로그램이 넘는 몸무게가 됐다. 십이지장궤양이라는 건 배가 고파지면 통증이 느껴지는 희한한 병이기 때문에 고통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학생이던 시절 앓던 병인데 2003년에 다시 재발했고 2006년이 돼서야 완치됐다.

▲ 폼롤러를 통해 마사지를 받고 있는 모습. 원통 형태의 폼롤러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근육의 이완 등에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www.321go.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을 끝나고 났을 때의 몸무게가 97킬로그램이었고 이 몸무게를 최근까지 유지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새벽 4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삶을 살고부터는 몸무게가 98, 99킬로그램으로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 것이다. 한 마리의 돼지가 되는 것은 괜찮지만 몸무게가 늘어난다는 것은 건강에 있어서는 적신호다.

결국 이래 저래 소개를 받아 국내 크로스핏의 ‘조상님’으로 불리는 이근형 코치의 ‘박스’에 방문하게 됐다. 하필 크로스핏을 떠올리게 된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핵심적으로는 외양을 어떻게 하고 싶다는 문제가 아니라 운동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소위 ‘헬스장’에 가서 팔 근육을 키우고 소위 ‘식스팩’을 만드는 등 멋있는 외모를 추구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그런 것에 집착할 나이는 지났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혹독한 일상생활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의 증진과 육체의 건강이다. 그리고 크로스핏이 제기하고 있는 운동 철학은 여기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

이근형 코치와의 대화는 생산적이었다. 그는 1주일에 3, 4회 정도를 기준으로 두 달 정도 운동에 참여하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일단 체중 감량이 필요한 상태이지만 운동을 하면서 식이조절까지 하면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에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식사를 유지하기만 하면 괜찮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에게 ‘상식적인 수준’의 구체적 예를 들어줄 것을 요구하자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첫째, 라면을 먹는 행위. 둘째, 치킨과 맥주를 같이 먹는 행위. 셋째, 햄버거를 두 개 먹는 행위. 넷째, 피자 한 판을 시켜서 혼자 거의 다 먹는 행위. 고백컨대, 나는 종종 비상식적인 식생활을 해왔다.

6월 12일, 첫 번째 운동에 참여했다. 고무공과 ‘폼롤러’를 활용한 기본적인 마사지법을 배웠다. 폼롤러로 몸을 누르기만 해도 상당한 고통이 느껴졌다. 마사지만 하는 데도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평소 컴퓨터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탓에 어깨 근육이 완전히 굳어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지만 종아리와 허벅지까지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이 날은 몸을 풀 수 있는 여러 형태의 스트레칭을 하고 나무 막대로 ‘데드리프트’라는 동작을 연습했으며 로잉머신을 이용한 운동과 ‘버피테스트’라 불리는 일련의 동작을 저강도로 배웠다. 시작하자마자 몸이 고장나면 모두가 곤란해지기 때문에 특별히 강도를 낮춘 버전의 동작들을 가르쳐주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데드리프트 동작은 무언가를 드는 동작인데 허리나 팔 힘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 근육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움직여야 하는데 처음 하는 사람 입장에선 자세를 잡는 게 쉽지 않다.

▲ 온라인 상에서의 결기 있는 모습과는 달리 다소곳하게 데드리프트를 배우고 있는 김민하 기자

더군다나 돼지로 장기간 살았기 때문에 허리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묵직한 배를 허리 앞에 달고 사는 것이니 정상일 수가 없다. 과거 술을 마시고 대학 후배의 집에서 잠을 잔 후 허리가 너무 아파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본 일이 있었다. 의사는 허리가 좋은 상태는 아니지만 생긴 것(?)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라면서 오히려 문제는 고관절이라고 주장했다. 고관절 나이가 이미 40대로 보인다면서 혹시 역도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기까지 했다. 허리에 고관절까지 문제라면 크로스핏의 기본적 동작을 소화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루의 운동을 모두 소화하고 났을 때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로잉머신은 지루하다는 평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조용히 앉아있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는 상당한 매력을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관절이나 허리에 큰 무리가 되지 않으면서도 전신을 활용하는 운동을 지속할 수 있다. 운동을 모두 끝내고 천천히 로잉머신을 이용하면 나름대로 정리 운동이 되기 때문에 이래저래 활용도가 높다.

힘든 동작들을 미친 듯이 반복하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부러웠지만 아직은 그런 것을 했다간 어딘가 고장이 나고야 말 것 같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크로스핏이 나같은 연약한 돼지에겐 그런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간에 ‘크로스핏’하면 무조건 미친 듯이 운동을 시켜 사람을 반신불수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결코 그렇지 않았다. 모두들 나를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다루듯 하니 오히려 내가 황송했다.

[크로스핏-돼지의 왕,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크로스핏은 아무나 한다 / 이근형

새벽 6시부터 일을 하고 주 3회는 야근을 하며 주말에는 늘 술자리가 있는, 태어나서 운동을 단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30대 비만 남성이 있다. 그가 이제부터 크로스핏을 하려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어쩌면 진짜 크로스핏은 무엇인가, 우리가 늘 말하는 크로스핏의 정신은 정말인가를 묻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크로스핏은 힘들어 보이고, 운동선수들이나 해야 할 것처럼 보이며, ‘나 같은 사람은 절대 저런 운동 못할 거야’ 라는 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크로스핏-돼지의 왕’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거창하게 프로젝트라고 부르긴 했지만 사실 대단할 것은 하나도 없다. 이 보통의 비만 남성은 크로스핏 박스의 여타 다른 멤버들과 똑같이 하루에 한번 1시간의 그룹 트레이닝 클래스에 참여하여 크로스핏을 훈련한다. 더 대단한 훈련법은 없다. 통계적으로 현대의 직장인들은 일주일에 3~4번, 하루에 1시간 정도는 운동할 시간을 낼 수 있다. 딱 그만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시간만큼의 운동으로 크로스핏은 어떤 효과를 내는가를 확인코자 한다. 그렇게 평범하게 무리하지 않고, 주 3~4회 훈련을 할 것이다.

몸의 디자인을 중시하는 ‘피트니스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사람은 평균 이하의 사람일지 모른다. 하지만 크로스핏은 도전이다. 이 평범한 비만 남성 역시 크로스핏의 철학 그대로 기능적인 동작들을, 고강도로, 끊임없이 다양하게 훈련 할 것이고, 할 수 있다. WOD만 본인의 피트니스에 맞도록 적절히 축소하여 하되, 특별히 결과를 빨리 드러내기 위한 어떤 장치도 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

순수하게 크로스핏 WOD만을 누구나 그러한 것처럼 박스의 다른 멤버들과 함께 경험해 보는 것을 통해, 2달 뒤 어떠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지켜보기만 하자. 장담하건데,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최소한 3가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크로스핏은 ‘누구나 가능하다’
둘째, 크로스핏은 ‘위험하지 않다’
셋째, 크로스핏은 ‘가장 효과적이다’

이근형

리복 크로스핏 마스터 트레이너로 크로스핏 박스 ‘최강’의 대표. 아시아에 단 3명 뿐인 국내 유일 크로스핏 레벨2 자격 보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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