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EBS 부사장에 김성동 전 월간조선 편집장이 내정됐다. 김 전 편집장은 과거 '신천지 홍보 기사' 논란을 빚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명명한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를 KBS 이사로, '방송 문외한'으로 평가 받는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KBS 사장에 임명한 바 있다. 보수우파 색채가 뚜렷한 신문기자 출신이 공영방송 경영진에 줄줄이 임명되는 모양새다. 

19일 미디어스 취재결과, 지난 2년 간 공석이었던 EBS 부사장으로 김성동 월간조선 전 편집장이 내정돼 임명을 앞두고 있다. 김 전 편집장은 애초 18일 임명돼 EBS에 출근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임명이 보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EBS는 신임 부사장을 맞이하기 위해 차량, 운전기사, 컴퓨터 등의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비상대책위원회는 같은 날 성명을 내어 "또다시 부사장 부재로 인한 업무 공백의 지속이 우려된다"며 김유열 사장을 향해 "공사법에 엄연히 존재하는 부사장 임명권을 무시하고 부사장을 임명하지 않는 사장의 의도는 무엇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사진=EBS)
(사진=EBS)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상 부사장 임명 권한은 사장에게 있다. 그러나 EBS 부사장 임명에 정부가 개입해왔다는 게 정설 아닌 정설이다. 그동안 EBS 부사장 후보는 정부 측에 인사검증 자료를 제출하고, 경찰 세평조회를 받았다고 한다.  

김유열 EBS 사장이 취임한 2022년 3월부터 지금까지 부사장은 공석이다. 김 사장이 내정한 부사장 후보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 차원의 인사검증이 지연되고 있다는 후문이 돌았다. 김 사장이 내정했던 인물은 김 전 편집장이 아닌 내부 직원 출신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EBS는 '부사장은 사장이 임명하면 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EBS법은 '임원 결원이 발생하면 30일 이내로 보궐임원을 임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사장 공석 장기화에 따른 EBS 이사회의 지적에 김 사장은 '이사회 회의록에 기록되어서는 안 되는 민감한 문제', '감당할 수 없는 게 있을지 몰라 조심스럽다' 등의 불분명한 답변을 내놓았다.(관련기사▶임명권자도 설명 못하는 EBS 부사장 공석, EBS 보궐이사·부사장·감사는 1년째 감감무소식)

이만희 인터뷰, 신천지 홍보 논란 후 삭제

김성동 월간조선 전 편집장의 기사 <HWPL 이만희 대표 인터뷰-내가 지구촌 전쟁종식과 세계평화운동에 뛰어든 이유>(2016년 5월호)는 신천지 홍보 논란을 빚었다. HWPL(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은 신천지의 외곽 위장단체로 알려졌다.  

김 전 편집장은 기사에서 "지구촌 전쟁종식과 세계평화 실현은 어쩌면 인류의 희망이자 이상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일일 것"이라며 "그런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 무모함에 도전하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세계평화운동단체가 있다. HWPL이 그곳"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전 편집장은 신천지 교주이자 HWPL 대표인 이만희 씨에게 ▲세계평화운동을 위해 방문한 나라가 100여개국인데 혹시 건강에 무리가 오는 것은 아닌가 ▲평화운동을 하며 어떤 지도자들을 만났나 ▲민간평화협정은 어떻게 이끌어 냈는가 ▲세계평화운동을 벌이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 ▲이 운동이 IS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나 ▲종교대통합은 평화운동의 일환인가 ▲혹시 노벨평화상을 꿈꾸고 있는 것 아닌가 등을 질문했다. 

해당 기사는 2020년 MBC 'PD수첩-코로나19와 신천지' 편에서 인용된 이후 온라인에서 삭제됐다. PD수첩 제작진은 기사내용 중 일부에 대한 검증을 진행했다. 김 전 편집장이 '2015년 2월 마하트마 간디 세바 메달을 수여했다'고 질문하자 이만희 씨가 "메달을 수여한 간디 글로벌 패밀리의 에스피벌마 부대표는 '간디의 평화 정신을 실현시킬 사람이 이만희 대표'라고 언급할 만큼 HWPL 평화행보에 적극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고 답한 대목이다.

PD수첩 제작진이 민간NGO단체 간디 글로벌 패밀리의 에스피벌마 부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에스피벌마 씨는 "우리는 (이만희 씨와)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월간조선 2016년 5월호 갈무리 (모아진닷컴)
월간조선 2016년 5월호 갈무리 (모아진닷컴)

김 전 편집장은 월간조선 편집장 시절 칼럼에서 '고발사주' 사건을 '김대업 병풍 사건'에 빗댔다. 김 전 편집장은 2021년 10월 칼럼에서 "이 사건을 ‘고발 사주’라는 말에 방점을 찍고 보도하는 친여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부 방송과 신문, 민주당 측에서는 김대업이라는 이름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며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가 된 윤석열 전 총장은 ‘고발 사주 의혹’을 여권의 정치 공작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의 주장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이 두 사건은 그 전개 과정에서 유사성을 갖고 있다"고 썼다. '고발사주' 사건 핵심 피의자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1년의 유죄를 선고 받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김 전 편집장은 칼럼 <'자유'의 가치를 아는 대통령>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 중 가장 가슴에 와닿고 든든했던 부분이 ‘자유’에 대한 언급이었다. 언론은 윤 대통령이 ‘자유’를 35번이나 언급했다고 하더라"라며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장 하늘에는 무지개가 떠올랐다. 저는 무지개를 보는 설렘으로 새로운 시작을 맞고 있다"고 했다. 

김 전 편집장은 2022년 8월 칼럼 <‘제2의 광우병’ 사태를 꿈꾸는 자들>에서 "참 가볍다. 정치인들의 말이, 그 추종자들의 말이 그렇다. 추하기까지 하다"며 "그 가벼움과 추함은 출범 100일도 안 된 윤석열 정부에 대해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퍼붓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출근길 문답을 돌연 중단했다. 앞서 '바이든-날리면' 논란으로 대통령실 관계자가 MBC 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김 전 편집장은 출근길 문답을 중단한 윤 대통령을 비판한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을 전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어떠했나"라고 했다. 

김 전 편집장은 2022년 10월 칼럼 <좌파들의 역사를 점하려는 못된 시도>에서는 "이제는 '문재인 영화'도 만든단다. '노무현 영화'를 만들었던 그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는다고 한다"며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정치성·당파성을 띤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고 본다. 예술의 이름을 빙자한 선전, 선동이라고 본다"고 했다. 

김 전 편집장은 북한이 토대를 다지는 데 일조한 소위 진보 대통령들이 일부 좌파의 영화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훌륭한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반면 이승만, 박정희 등 보수 대통령에 대해서는 <백년 전쟁> 같은 왜곡투성이의 영화를 만들어 폄훼하기 바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누리는 영화 등을 통한 비판의 자유조차 그들이 혐오하는 보수 대통령들의 리더십이 만든 성취에 기대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5·18 폄훼' 비판을 받는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를 KBS 보궐이사로 임명했다. 이 이사는 1996년 월간조선 4월호에 '검증,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과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광주사태와 관련해서는 거의 모든 오보가 피해자 중심으로 쏠려 있다"며 "피해자 편을 들면 정의롭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내정설' '낙하산' 논란이 불거진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KBS 사장에 임명했다. 박 사장은 윤 대통령 검찰총장 재직 시절인 2019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에 선출됐다. 지난해 서울대 출신 언론인 모임 관악언론인회 회장으로 활동할 당시 학교 선배가 이동관 방통위원장이었다. 박 사장은 취임 후 ▲일방적인 프로그램 폐지와 진행자 교체 ▲인건비 1천억 원 삭감 ▲윤 대통령 '특별대담'(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의혹 '파우치' 명명 등)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불방 등의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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