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노동시장의 임금불평등 개선 방안으로 직무의 난이도나 책임 정도에 따라 급여를 다르게 책정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제’ 도입이 제기됐다.

18일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전태일재단,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은 대선을 앞두고 언론인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 담론 복원을 위한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정홍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주제 발제했다.

정 교수는 “소득 불평등의 해소 방안으로 동일 노동을 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끌어올려 줄 수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같은 가치를 지닌 노동에 대해서는 성별 연령 신분 등에 따라 차별하지 말고 같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회사의 임금지불 능력’이나 ‘개인의 역량’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18일 열린 '대선 노동 담론 복원을 위한 언론인 토크 콘서트' 유튜브 화면 갈무리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제’의 필요성에 대해 정 교수는 “과거 경제성장률이 7% 이상이었기 때문에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직장이 많았고, 근속에 따라 급여를 주는 것이 노사 모두에게 유리했다”면서 “현재의 저성장 시대에서는 연공급제로 임금을 계속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정규직 비율이 40%가 넘어가고 있고 임금 격차도 더욱 커진 상황에서 연공급제로 해택을 보는 노동자의 비율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기대이론이라고 해서 노력을 하면 결과가 있어야 하고 결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이론인데, 우리의 상황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보다 기대이론에 부합해서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강조해 왔기 때문에 균형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세상이 바뀐 상황에서 다른 임금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슷한 일을 할 경우 비슷한 보상을 받도록 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할 경우 세대·남녀·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갈등, 교육의 불평등성 등 다양한 사회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임금이 공정하려면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했을 때 동일한 보상을 받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그렇지 않고 성별·고용형태·연령·학력 등의 요소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현실화되려면 직무 가치가 정확하게 평가돼야 한다”면서 “다만 모든 산업에 일괄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시행하고 있는데, 100년 이상 된 직무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해외의 경우 노사 교섭 자체가 산별 노동조합 별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산업 안의 직무에 대한 평가를 노사가 협의하고 그 이후에 직무 가치를 결정하는 방식”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몇 년 만에 도입할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시범으로 실시하고 다른 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제’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직무 가치에 대한 기준을 수립할 때 고려해야 할 지점으로 ▲현금성 복리후생 포함 ▲위반 시 권리구제 조항 포함 등을 제시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정 교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제’와 관련된 대선 후보들의 입장에 대해 “이재명, 윤석열 후보 모두 직무급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는 저임금을 끌어올려 임금 불평등을 줄이자는 것이다. 윤 후보 주장의 문제점은 밑에 임금을 끌어올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지 않기 위해 직무급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국가는 어떤 형태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제’를 도입하고 있냐는 질문에 정 교수는 “미국을 포함한 유럽의 국가들 또한 직무 가치에 기반한 임금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며 “연공이 있지만 조금씩 올라 약간의 동기부여 정도 수준이다. 직무를 바꾸지 않을 경우 임금이 크게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영계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제를 반대하지는 않냐’는 지적에 정 교수는 “아주 강하게 반대는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영계 입장에서도 임금으로 지출되는 총비용이 중요하지, 급여의 분배 방식은 큰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제를 시행했을 때 지불 능력이 낮은 회사의 경우 부당하게 생각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제의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하냐’는 질문에 정 교수는 “예를 들어 공장에서 일을 할 때 필요한 숙련들이 있다”며 “이런 숙련들을 노사가 조사해 점수화 하는 것이다. 합산한 값을 가지고 직무 가치를 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 교수는 “한 회사 안에도 직무 가치는 수백 가지가 될 수 있고, 직무 가치에 따라 기본급처럼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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