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 등 주요 보수·경제지가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선지급' 손실보상을 연일 '포퓰리즘' '금권선거'로 몰아세우고 있다. 조선일보는 앞서 정부가 손실보상에 적극적이지 않자 "표 적다고 홀대하냐" 등의 비판을 이어온 바 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보수진영마저 긴급하다고 판단한 예산을 편성·집행하면 안 되는 것인지 의문이 뒤따른다.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비대위) 정부 방역 대책 반대 총궐기 대회' (사진=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해 12월 31일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을 발표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보상을 위해 2022년도 1분기 손실보상금 500만 원을 '선지급 후정산' 방식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선지급 후정산'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며 "약 55만명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500만 원을 우선 지급하고, 추후 보상액이 확정되면 정산토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선지급 후정산'은 신청자에 한해 대출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500만 원을 대출받고 추후 매출손실분이 300만 원으로 계산된다면, 300만 원은 정부가 갚아주고 200만 원은 1% 저금리로 5년 동안 상환하게 된다. 올해 손실보상 예산은 3조 2000억 원으로, 55만명 모두가 이번 손실보상을 신청한다면 약 2조 7500억 원(86%)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3일 사설 <‘공약 납품’ 이어 ‘정책 납품’, 행정부가 여당 선거운동본부인가>에서 "2주일 전만 해도 김 총리는 '재정 집행에 어려움이 있다'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선보상 후정산'의 손실 보상안을 내놓자 갑자기 말을 바꿔 이 후보 공약대로 행정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정부는 전 국민에게 현금 뿌리는 데만 재빨랐지,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 구제는 더디기만 했다"며 "하지만 여당 후보가 요구하자 방침을 뒤집어 총 2조 7500억 원을 선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예산안에 책정한 손실 보상 재원의 86%를 선거 전에 뿌리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1일 관련 기사 <자영업자 55만명, 500만원 미리 준다>에서 "대선을 앞둔 시기에 정부가 전례 없는 손실보상 선지급 방안을 결정하면서 금권 선거 논란도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과거 대선에서 모두 자영업자 계층에서 이긴 사람이 대권을 잡았을 정도로, 자영업자들의 표심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조선일보 1월 3일 사설 <‘공약 납품’ 이어 ‘정책 납품’, 행정부가 여당 선거운동본부인가>

한국경제는 3일 사설 <표 계산은 번개, 경제활력 입법은 나몰라라 하는 여야>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국회의원·지방선거 출마연령 기준 만 18세로 하향,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등의 법안처리를 표 계산에 따른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이어 한국경제는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제 탄력 적용 등 기업이 원하는 법안은 빠졌다며 "한국은 언제까지 기업들만 '나홀로 사투'를 하게 할 건지 답답하다"고 썼다.

같은 날 서울경제는 사설 <벽두부터 퍼주기 경쟁만 하고 미래는 내팽개칠 건가>에서 "여야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추경안을 처리하게 되면 ‘대선 매표용 퍼주기’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여야 후보들은 소상공인 등에 대한 일회용 돈 풀기 대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무차별적 영업 제한 정책을 수정해 지속 가능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계의 '긴급 멈춤' 당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영업제한을 풀라고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보수·경제지의 주장은 '비난을 위한 비난'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들은 지난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빠르고 두터운 손실보상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9월 25일 사설 <'손실 보상' 감감무소식, 위기의 자영업자들 표 적다고 홀대하나>에서 "코로나 영업 제한에 따른 생활고로 극단 선택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손실 보상법’의 실행안 마련이 지지부진하다"며 "당장 자영업자들은 숨이 넘어갈 지경인데 지금까지 무얼하고 있었단 말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조선일보는 "선진국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손실 보상을 본격 시작해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작년 8월부터 매출 감소 음식점에 최대 500만달러까지 손실 보상을 해주고 있으며, 일본은 영업 시간을 단축한 음식점에 하루 최대 6만엔을 지원한다"며 "서민경제의 주축인 자영업·소상공인을 이렇게까지 홀대한 정부를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사설 <방만 예산 5%만 구조 조정해도 소상공인 30조원 지원 가능>에서는 소상공인 320만명에게 1인당 100만 원씩 지급하는 정부 보상안에 대해 "이미 수억, 수천만 원씩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판국에 정부의 선심성 지원 100만 원으로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심경을 전했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전국민 지원금 퍼주기보다 자영업 보상에 집중해야>(10월 11일), <소상공인 두텁게 지원하되 원칙·기준 명확히 세워야>(12월 18일), <자영업자 벼랑끝 내몰고 카드수수료 인하로 생색 내나>(12월 24일) 등의 사설을 게재했다. 서울경제는 <편가르기 아닌 자영업·저소득층 집중 지원이 답이다>(7월 24일), <“제발 살려 달라” 자영업자 절규 안 들리나>(9월 10일), <자영업자 쓰러지는데 “가장 안전한 나라 될 것”이라니>(9월 16일) 등의 비판 사설을 게재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코로나19 자영업 피해 현장 간담회에서 자영업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과 추경 편성은 국민의힘도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1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나중에 손실을 상계할 것이 아니라, 급박한 상황에 일단 5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맞다"며 "추후 재원이 모자라 추경이 필요하다면, 우리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500만 원 지원은 '선지급 후정산'이 아니라 정부예산으로 온전히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일 "자영업자들이 지금 굉장히 힘들다. 그분들 피해 정도나 규모에 따라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며 "일단 행정부를 맡은 여당에서 정부와 대통령을 설득해 추경안을 국회로 보내면 얼마든지 정밀하고 신속하게 논의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100% 손실보상과 보건의료 인프라 확대를 위한 추경 논의를 촉구해 온 정의당은 오히려 구체적 내용 없이 액수만 외치는 거대양당의 '말로만 추경' 논의를 우려하고 있다.

3일 정의당 선대위 장혜영 수석대변인은 "추경에는 최소한의 근거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입에서는 숫자부터 나오고 있다"며 "50조, 100조를 부르며 경매 입찰을 연상케 하더니 새해에는 다시 30조를 말하고 있다. 이번 추경이 정쟁이나 매표 행위 아니냐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양당 후보는 숫자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먼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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