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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추모든 비판이든 "2차 가해는 배격해야"

기사승인 2020.07.13  14: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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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자협회 "답할 책임, 애도 분위기에 묻혀선 안돼"…한국일보 "여권에 필요한 것은 '애도 모드' 아니다"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하는 현상을 경계하고 성추행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를 엄중히 배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여기자협회는 12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피해호소인 보호가 우선이다'라는 제하의 성명을 냈다. 여기자협회는 "고인은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행정가로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른 고인은 1990년대 한국 최초의 직장 성희롱 사건 무료 변론을 맡아 승소한 것을 비롯해 인권 향상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 (사진=연합뉴스)

이어 여기자협회는 "그런 고인이 서울시 직원이었던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했다는 사실은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며 "그 질문에 답할 사회적 책임이 고인을 애도하는 분위기에 묻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자협회는 "의혹을 제대로 밝히는 것은 질문의 답을 찾는 첫 단계"라며 "현행 법체계는 이번 의혹 사건에 공소권 없음을 결정했지만, 진상을 규명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면제한 것은 아니다. 법적 차원을 떠난 사회적 정의의 문제"라고 했다. 

여기자협회는 피해호소인에 대한 2차 가해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여기자협회는 "피해호소인의 고통을 무시하며 고인을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정치인 및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공적 언급에 강력한 유감을 밝힌다"면서 "언론은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성인지감수성을 거듭 점검하는 등의 언론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박 시장을 고소한 성추행 피해 호소인에 대한 정치음모론적 명예훼손, 신상털기 등의 2차 가해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겨레 7월 13일자 지면 갈무리

한겨레는 13일 사설 <박 시장의 공과 냉철히 짚고 사회변화 끌어내야>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이나 비난하는 이나 각각의 경험과 가치에 근거하고 있다"며 "문제는 상충하지 않는 두 태도를 이분법적 선택으로 몰아가는 경향"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추모를 곧 고소인에 대한 가해로, 고소인과의 연대를 곧 추모의 부정으로 연결짓는 단순 논리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며 "백해무익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2차 가해 행위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박 시장의 죽음이 던진 충격과 안타까움이 복잡한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최소한 법과 상식에 반하는 극단적 언행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지원 한겨레 사건팀장은 칼럼 <애도가 끝난 자리>에서 "하나의 기사를 두고도 독자에게선 '고인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는 의견과 '피해 호소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동시에 도착했다. 독자의 의견을 차치하더라도 기자로서, 인간으로서, 나를 붙잡는 원칙과 도의들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한겨레' 기자로서 가꿔온 제1원칙은 그 모든 걸 넘어선다.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는 것, 어길 수 없는 지상명령"이라고 했다. 

엄 팀장은 "역사는 운동가와 정치인으로서 그의 공을 공정히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죽음의 죄까지 떠안도록 요구받고 고통스러워할 피해 호소자가 어딘가에서 숨죽이고 있다"며 "공과에 대한 평가 작업과 추모는 언제든 이어갈 수 있지만,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이의 회복을 위한 지원은 신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엄 팀장은 '운동가 박원순'이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을 맡아 작성한 변론 요지의 한 구절을 소개했다. "우리는 권양(권인숙 현 민주당 의원)의 변호인들로서 언론에 대하여 무엇보다도 권양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합니다. 권양을 근거 없이 비방-중상하는 숱한 기사들이 보도된 경위를 일일이 해명할 것을 요구합니다"라는 내용이다. 엄 팀장은 "애도가 그친 자리에서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사설 <고 박원순 시장 피해자 2차 가해 안 된다>에서 "한국 시민운동의 기틀을 다진 박 시장의 삶과 업적은 평가받고 기억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박 시장 추모와 별개로 지켜져야 할 분명한 전제도 있다. 추모가 성추행 피해 호소인을 위축시키는 2차 가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썼다. 

경향신문은 "'#박원순 시장 고발한 피해자와 연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 달기 운동 등 피해 호소인과 연대하겠다는 여론은 존중돼야 한다. 피해자 입장에 서겠다는 사람들을 예의 없는 인간으로 폄훼할 일이 아니다"라면서 "박 시장 장례위원회의 박홍근 공동집행위원장은 '고인을 추모하는 그 어느 누구도 피해 호소인을 비난하거나 압박하여 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거듭 밝혔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박원순 추모에 편승해 성추행 의혹에 침묵하는 여당>에서 "지금 여권에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 '애도 모드'가 아니라 사태의 본질을 파악해 재발을 방지하려는 노력"이라며 "더군다나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의 성범죄가 발생한 게 이번이 세 번째다. 민주당은 내부에 왜곡된 성도덕 의식이 만연한 게 아닌지 돌아보고, 반성과 쇄신 약속을 하는 게 정상"이라고 당부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박원순 조문 둘러싼 무분별한 진영·세대 갈등 자제해야>에서 "일관성 있는 삶의 궤적에서 일탈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그 자체도 논란과 공분을 일으키는 상황"이라며 "박 전 시장 자살로 경찰은 ‘공소권 없음’이라 했지만, 서울시 직원에게 ‘피해자의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없지 않다.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해선 안 된다는 점을 여권 지지자는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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