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18민주화운동을 '무슨 사태'라고 표현해 전방위적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한국당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한국당은 황 대표가 1980년 5월 17일에 있었던 휴교령에 따라 대학을 다닐 수 없게 되었던 상황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휴교령은 신군부의 비상계엄 전국 확대로 인한 조치였고, 광주에서는 민주화운동이 불거지고 있었다. 황 대표의 '사태' 발언은 과거 신군부의 '광주 소요 사태' 표현과 맞물려 역사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1대 총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학교 인근 분식점을 찾아 떡볶이를 먹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제공)

한국당은 11일 '황교안 대표 발언관련 사실관계 정리'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어 "황교안 대표가 당시 언급한 내용은 1980년 5월 17일에 있었던 휴교령에 따라 대학을 다닐 수 없게 되었던 상황에 대한 것"이라며 "당시 혼탁했던 정국 속에서 결국 대학의 문이 닫혀야 했던 기억을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당은 "5·18민주화운동과 관계 없는 발언을 억지로 결부시켜 역사인식문제로 왜곡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네거티브 공세는 불법적인 허위사실 유포"라며 "앞으로 발생하는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에는 강력한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황 대표는 지난 9일 모교인 성균관대학교를 방문한 후 한 떡볶이 집에서 "여기서 학교를 다녔다"며 "1980년 그때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다. 그래서 학교가 휴교되고 이랬던 기억이…"라고 회고했다. 5·18민주화운동을 휴교 원인이 된 '무슨 사태'로 언급한 황 대표에 대해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그러자 10일 황 대표는 "80년도에 제가 4학년이었는데 그때의 시점을 생각한 것이지, 광주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당장 정치권에서 황 대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경 부대변인은 "올해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다. 정치1번지 종로에 출마하겠다는 제1야당의 대표이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야심 찬 꿈을 꾸는 사람의 역사 의식에 경악할 뿐"이라며 "5·18민주화운동을 '하여튼 무슨 사태'로 알고 있다면 다시 올바른 역사 공부에 매진하라"고 비판했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은 "아직도 황 대표의 역사 인식이 신군부가 규정한 '광주 사태'에 머물러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황 대표가 5·18민주화운동을 80년에 일어난 무슨 사태로 지칭한 것은 여전히 뼛속까지 공안검사적 역사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광주 사태라는 말은 5·18민주화 항쟁에 대한 개념이 바로 적립되지 않은 사람들이 항쟁을 비하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말"이라며 "황 대표가 스스로 분별성 없고 역사적 인식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은 "동시대 수많은 또래 청춘미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 정권의 총알과 군홧발 아래에서 쓰러져갈 때 황 대표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자신의 입신양명에만 몰두했다는 것이 아닌가"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 자체를 알지 못하는 황 대표와 같은 이가 제도권 정치에 진입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황 대표는 '사태'라는 군사정권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며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기로 한 모양"이라며 "광주의 피를 모욕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괴물이 되기로 한 것인가"라고 규탄했다.

황 대표 발언에 즉각적인 공식대응을 자제하던 5·18민주화운동 단체들도 11일 황 대표 규탄에 나섰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은 이날 성명을 내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황 대표의 '1980년 사태' 발언은 다시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수순의 행태임이 자명하다"며 황 대표의 국회의원 후보직 사퇴와 대국민사과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까지 지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망언이라는 점에서 한국당과 황 대표의 역사인식과 인격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 불과 1년 전 김진태·김순례·이종명 등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역사왜곡과 망언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했던 것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이종명 의원은 한국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5·18 유족들을 '유공자 괴물 집단'이라고 한 김순례 의원은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고 당 최고위원에 복귀한 상태다. "5·18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되는 문제"라고 한 김진태 의원은 '경고' 징계를 받았다.

5월단체들은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한 첫 행보에서 황 대표가 5·18을 겨냥한 망언을 내놓은 의도는 불리한 선거상황에서 보수세력을 자극해 자신의 선거에 악용하려는 것"이라면서 "국민은 물론 종로구민들은 역사왜곡까지 악용하는 황 대표의 꼼수에 결코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