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른바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국회 통과로 개인정보 일부분을 삭제처리한 '가명정보'의 상업적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정부가 '바이오헬스 핵심규제 개선방안'을 수립했다. 바이오헬스 분야 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당장 의료시민사회는 정부가 '데이터3법' 처리와 동시에 민감정보인 개인의료정보를 기업에 넘기려한다고 비판에 나섰다. 법 통과 과정에서 불거졌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과 현행 의료법체계 간 충돌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핵심규제 개선방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료시민단체 연합조직인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16일 성명을 내어 정부가 15일 발표한 '바이오헬스 핵심규제 개선방안'을 규탄했다. 문재인 정부의 '의료민영화', '건강보험 파괴' 정책이라는 평가다.

이들은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개악돼 국민의 정보인권 둑이 무너지자 기다렸다는 듯 개인의료정보를 기업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그 범위는 병의원과 공공기관 정보, 유전체 정보까지 포함한다"며 "개인의 의료정보는 가장 민감하고 상업적 악용 가능성이 높아 국가가 가장 보호해야 할 정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특히 이 분야는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에서 별도로 보호하고 있어 이번 개인정보법 개정안과 법체계가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물불 가리지 않고 기업 돈벌이에 혈안이 돼 개인의 모든 진단·치료기록, 유전질환의 가족력, 임신·분만·유산 경험 등이 퍼져나가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질타했다.

15일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주재로 혁신성장전략회의를 열어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와 함께 '바이오헬스 핵심규제 개선방안'을 의결했다.

이날 복지부는 의료데이터 활용 확대를 통한 바이오헬스 분야 산업 육성을 목표로 의료데이터 활용 지침을 수립하고, 5대 보건의료 데이터센터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의료데이터 활용지침에는 의료분야 가명조치·보안조치 절차, 제3자 제공방법 등의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5대 보건의료 데이터센터는 바이오, 병원, 신약, 화장품 등의 분야에 데이터 센터가 들어서는 식이다. 향후 센터 간 연계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의료데이터 중에서도 개인 식별이 어려운 유전자 정보의 경우 수집·활용에 앞서 개인 동의를 철저히 지키도록 할 방침"이라며 "데이터를 재식별화하거나 개인정보를 유출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돼 있으며, 가이드라인에도 철저한 보안조치가 지켜져야 한다고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국장의 설명은 유전자 정보에 한해 개인동의를 거치도록 하고, 가이드라인에 추가 보안조치 내용을 담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전자 정보를 제외한 여타 의료 개인 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추가 보안조치 내용에 대한 구체적 내용 방안은 아직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데이터3법'은 가명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활용하며, 가명정보 결합 등을 통한 개인정보 재식별·유출 시 형사처벌, 과징금 등의 조치만을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 간 충돌도 쟁점이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의료시민사회는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호법 등 현행 의료법체계와 '데이터3법'이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우려했다.

의료법은 개인의료정보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의료법은 의료 종사자나 의료기관 종사자의 환자 건강정보 누설을 금지하고 있고, 국민건강보호법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대행청구단체의 비밀누설과 제3자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가명처리된 개인의료정보의 활용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질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당시 이 같은 문제제기와 관련해 시민사회에 "개인정보보호법과 다르게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 및 국민건강보호법에 대해서는 해당법 규정이 개인정보보호법보다 우선 적용된다"는 답변을 보냈지만 국회 논의는 또 달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9일 '데이터3법' 처리 당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난번 개인정보법과 의료법 중 뭐가 더 우선적용돼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의료법이라고 하셨는데, 밖에서 다른 설명을 하고 다니시더라"라며 "명시적 규정이 없으니 해석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져 이대로 법이 통과된다면 개인인권 정보들을 기업이 얼마든지 가명정보로 만들어 활용한 다음 정부가 이렇게 했다고 설명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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