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가 '시사기획 창-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과 관련, "프로그램 재방송 보류 결정 과정에 어떤 외압도 없었다"며 청와대의 정정·반론 보도 청구에 대해 추후 언론중재위원회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다만 KBS는 "청와대 비서실에서 정정·반론 보도를 정식으로 요청하기 전에 2차례 공개 브리핑을 통해 'KBS에 정정 및 사과방송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해당 프로그램의 ‘재방 불방 결정’에 외압 논란이 초래된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KBS의 입장 표명은 청와대의 공식 요청이 없었으나 브리핑을 통해 "즉각 이 보도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말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 차례의 편성위원회(보도위원회)를 개최해 해당 프로그램 내용 검증에 착수한 KBS는 결론을 내지 못해 향후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검증을 이어갈 예정이다.

KBS 사옥 (KBS)

8일 KBS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시사기획 창'은 지난달 18일 방송에서 최성규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환경을 고려하면 저수지 면적의 10% 이하에 설치하게 돼 있는 수상 태양광 시설이 청와대 관련 TF(태스크포스) 회의 이후 면적 제한 기준이 사라졌다는 내용 등이 담긴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을 방송했다. 이에 윤도한 수석이 '허위 보도'라며 KBS에 사과방송과 정정보도를 요구했고, 6월 22일 예정된 프로그램 재방송이 보류되면서 청와대 외압설 등 논란이 일었다.

KBS는 "재방송이 보류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 외압설이 제기되는 등 사내외에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성명과 주장 등이 잇따르고 있어 관련 경위와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 관계를 밝힌다"며 "프로그램 재방 보류 결정 과정에 어떤 외압도 없었다"고 청와대 외압설을 일축했다.

KBS는 "방송 전은 물론 본방송 이후 재방 보류 결정을 내리기까지 보도본부의 제작 책임자들은 해당 프로그램과 관련해 청와대 측으로부터 외압은커녕 어떤 연락도 직접 받은 바 없다"며 "방송 다음 날인 19일 저녁과 20일 오전 국민소통수석실 관계자들이 KBS 출입기자에게 '해당 프로그램의 일부 내용이 잘못 됐다. 정정보도를 신청할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어 KBS는 "보도본부는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6월 21일 공개 브리핑을 통해 오류라고 주장한 내용에 대해 제작진의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실 관계를 보다 깊이 있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임박한 재방송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며 "청와대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사내 심의에서 비슷한 지적이 있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양승동 KBS 사장은 지난달 26일 KBS 이사회에 출석에 이 같은 경위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양 사장은 해당 프로그램 사전심의 과정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데스크가 사전심의 의견이 있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해 공개한 사전심의 내용에는 "최규성 전 농어촌공사 사장의 태양광 업체 위치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쓰던 사무실이다'라고 언급해 노 실장과의 연관성을 시사하고 있는데 양측 관련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전언에 어이없는 결정이 내려진다'라고 단정적으로 언급하는 점도 더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등의 지적이 있었다.

KBS '시사기획 창-태양광 사업 복마전'편 방송화면 갈무리.

KBS는 청와대의 정정·반론 보도 청구에 "적법한 절차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달 27일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의 공문으로 KBS 앞으로 정정·반론 보도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KBS는 "지난 5일 사실 관계에 대한 다툼이 있어 정정 또는 반론 보도가 어려우며, 추후 언론중재위원회 등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공문으로 청와대 측에 회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KBS는 "청와대 비서실에서 정정·반론 보도를 정식으로 요청하기 전에 2차례 공개 브리핑을 통해 'KBS에 정정 및 사과방송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해당 프로그램의 ‘재방 불방 결정’에 외압 논란이 초래된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KBS는 민주사회 발전과 건강한 여론 형성을 위해 ‘성역을 두지 않는 진실 추구’라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결코 훼손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방송을 구현하기 위해 제작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보호하며, 내외부의 부당한 간섭에는 엄정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했다.

KBS는 향후 노사 공정방송위원회를 통해 해당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검증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KBS는 해당 논란 직후 지난달 25일 보도위원회를 소집, 해당 프로그램 책임자 측과 실무자 측이 세 차례에 걸쳐 의견을 교환했으나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

KBS는 "보도본부는 그동안 보도위원회를 세 차례 열어 프로그램의 내용, 반론 취재 여부 등 취재과정, 데스킹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심도 있게 살폈다"며 "아울러 노사 공정방송위원회를 통해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했다. 이어 KBS는 "앞으로 제작 과정에서 방송제작가이드라인 위반 여부, 심의규정 위반 여부 등에 대해 사내 공식적인 기구를 통해 면밀히 검토를 거쳐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보도위원회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KBS 내부에서는 해당 프로그램과 관련한 '부실 취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크로스체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부 지적이다. 홍사훈 KBS 시사제작국장은 지난 4일 사내게시판에 청와대의 반박 이후 입장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취재기자가 취재 당사자인 정부 관계자를 취재하지 않았음을 '확신'하게 됐다며 재방송 불방이 이 같은 이유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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