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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영광에 기댄 1000회 특집, ‘개그콘서트’가 숙고해야 할 질문

기사승인 2019.05.20  15: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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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비평] 톺아보기

한때는 시청률 20%를 웃도는, KBS2의 효자 프로그램이었다. 아니 대한민국 코미디를 대표하는 얼굴이었다. 1000회 특집으로 시청률이 이전보다 많이 올랐다는데, 그게 6%에서 8%인 처지의 '위기의 프로그램'이 되었다. 과연, 내년에도 우리는 <개그콘서트>를 볼 수 있을까?

1999년 9월 4일 <개그콘서트> 대장정의 막이 올랐다. 당시만 해도 대학로에서 화제가 되었던 개그맨들의 공개 코미디, 말 그대로 개그콘서트를 그대로 TV 무대에 올리는 방식이었다. 김미화, 백재현, 김영철, 심현섭, 김대희, 김준호 등이 외계인 같은 단체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코너를 바꿔 등장하는 식의 풋풋한 아마추어리즘이 그대로 살아있는 무대였다. 그리고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뀌고, 세기가 바뀌어 1000회에 이르렀다. 그 조촐했던 무대는 화려한 KBS 공개홀의 이동 무대가 되었고, 이태선 밴드의 신나는 음악을 배경으로 이제는 역사가 된 다수의 개그맨들이 무대에 올랐다. 

추억 소환, 1000회 

KBS2 <개그콘서트> 1000회 특집

예전 개그콘서트에서 그랬듯, 시작은 김대희를 비롯한 개그맨들의 시원하고 화끈한 난타 공연으로 열었다. 한 팀이 아니라, 연배에 따라 선배들이 후배들이, 그리고 선배와 후배들이 함께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노력이 한눈에 느껴지는 오프닝 무대를 이어받은 건 '안돼!', '고뤠~' 등의 유행어로 인기를 모은 김원효, 김준현, 송병철의 '비상대책위원회'. 김원효, 김준현이 2011년 당시 화제가 되었던 유행어에 살신성인 '화사' 코스튬, 그리고 깜짝 등장한 '수다맨' 강성범의 숨 쉴 틈 없는 '지하철 노선도'까지 덧붙이여 추억을 소환한다. 

그렇게 1000회를 맞이한 개그콘서트는 윤형빈의 돌아온 왕비호에, 더 섬뜩해진 갸루상 박성호 등의 <봉숭아 학당>을 비롯하여, 안영미, 정경미, 강유미 등의 <분장실의 강선생님>, 우리에게는 '안어벙'이란 말이 더 익숙한 안상태, 김진철의 <깜빡 홈쇼핑>, 자리를 비운 김준호 대신 김대희가 그 자리에 앉아서 더 씁쓸했던 김대희, 유상무, 이승윤 등의 <씁쓸한 인생>, 후배들이 애를 써봤지만 명불허전 박준형, 정종철, 오지헌의 <사랑의 가족> 등 그동안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코너와 그 시절의 개그맨들을 소환했다. 

오랜만에 만난 안상태가 그 시절과 같은 대사를 읊는 김진철에게 '많이 늙었군요'라고 덧붙이듯, 그 시절 무대를 펄펄 날던 개그맨들은 예전 같지 않았다. 김준현의 군복은 정말 터질 것 같았고, 땀은 거의 폭포 수준이었다. 여의도에 뚫린 9호선이 그 시절엔 없었다며 애교스럽게 피해가는 강성범의 지하철 노선도가 흥겹기보다는 그의 심장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이미자 씨의 동백 아가씨를 들으면 그 시절 그 노래를 즐겨 들었던 적도 없지만 이상하게 가슴이 뭉클해지듯, 그 시절 그 코너에 대한 호불호와 상관없이 추억으로 소환된 옛 코너들은 그것만으로도 정겨운 웃음을 짓게 만든다. '개그콘서트여, 영원하라'를 외치는 박준형의 눈에 반짝이는 물기를 보는 것만으로 먹먹해진다.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짐을 따라/ 그대 사랑하는 마음이 희미해진다면/ 여기 적힌 먹빛이 사라지는 날/ 나 그대를 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1000회 개그콘서트 특집을 보는데 워즈워드의 이 시가 떠올랐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이 시가 등장했던 청춘 영화 <초원의 빛>이 떠올랐다. 돌아올 수 없는 빛의 시간, 아마도 1000회 특집 <개그콘서트>에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가 아닐까 싶다. 

희미해져가는 영광의 빛

KBS2 <개그콘서트> 1000회 특집 (사진제공=KBS)

안타깝게도 1000회 특집엔 현재가 너무도 희미했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코너 <그만했으면회>가 DJ DOC까지 등장시키며 안간힘을 썼지만, 도대체 DJ DOC말고 코너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주인공이 등장하고 연이어 주인공을 점점 더 난처하게 만드는 상황이 <개그콘서트> 코너의 한 표본이지만, 감옥에 갇힌 주인공도, 연달아 면회를 주선하는 교도관도, 면회 오는 인물들도 이렇다하게 시선을 끄는 상황이 없다. 애초 면회가 연이어서 할 수 없는 상황을 억지로 이어 붙여 해프닝을 만드는 코너, 거기에 출연자들의 연기나 애드립조차 뒷받침되지 못하는 이런 코너가 <개그콘서트>의 대표적 코너로 1000회 특집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만으로도 '위기'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최근 1000회를 맞이하여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개그콘서트>의 위기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됐었다. '못생긴 걸 못생겼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란 개콘 피디의 사회적 분위기 언급 이후로 외려 여론이 악화되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KBS2 <6자 회담>에서도 장동민 등이 역시 공개 코미디의 소재 제한 등을 언급했다.

KBS2 <개그콘서트> 1000회 특집

일찍이 마당놀이가 양반과 종교인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것으로 '해학'의 소재를 만들었듯이, 쉽게 사람들의 경계를 푸는 것 중에 하나가 '남의 흉'을 보는 것이다. 더구나 그 대상이 그 누구라도 공감할 '만만한 대상'이라면 말이다. 지난 시절 <개그콘서트>의 호황과 지금의 한계에 대해 토로하는 지점은 바로 그 '쉽게 웃길 수 있었던 화양연화'와 같던 시절에 대한 아쉬움이다. 시대가 바뀌고 트렌드가 바뀌었는데 그 새로운 시대에 맞춰 변화할 수 없다면, 결국 '흐려지는 먹빛’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순리이다.

1000회 특집으로 등장했던 안영미, 강유미 등의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코너였다. 여성 개그맨들이 과감하게 자신의 얼굴과 온몸에 페인팅과 분장을 하며 적극적으로 웃음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시대가 오기 전에 이미 '여성의 자기주도적 개그'로서 한 획을 그은 코너였다. 그런가 하면, 못생겼는데 못생겼다고 말할 수 없다의 대표적인 사례로 등장했던 <사랑의 가족>은 못생겼다는 사실의 자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걸 넘은 ‘당당함’으로 당시 사람들에게 갈채를 받았다. 

그런데 그 '촌철살인'이 과연 지금의 <개그콘서트>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보아야 하는 시간이다. 그간 <개그콘서트>의 코너들이 사랑받았던 것은 트렌드를 읽고 그걸 한 발 앞서 발 빠르게 개그로 승화시켰던 ‘시대 해석’의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개그콘서트>의 존립을 걱정하기에 앞서, 과연 그 정신을 살리고 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시간이다. 

KBS2 <개그콘서트> 1000회 특집

그리고 그간 가장 많이 출연했던 김준호의 부재와 함께, 이제 1000회 특집에서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개그맨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젊은 후배 개그 스타들의 부재도 뼈아프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발군의 존재감을 보인 <시청률의 제왕>의 조재윤과 전수경의 연기력은 개그맨들에게 고민해 볼 숙제를 남긴다. 그 무엇보다 선배와 후배,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우러져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시간, 과거의 영광에 기댄 1000회 특집은 그래서 희미해져가는 영광의 빛을 보는 것처럼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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