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KBS가 마련한 대통령과의 대담 이후의 후폭풍은 거셌다. KBS 뉴스는 이 논란에 눈을 돌렸다. 심지어 이후 불거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달창 논란까지도 머뭇거리는 모습이었다. 촛불혁명 이후 KBS 보도가 직면한 최대의 위기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맞다. 바로 <저널리즘 토크쇼 J>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이번 주 “언론 내부자들, 그들만의 저널리즘”이라는 제목으로 송현정 기자 논란을 다룰 것을 예고했다. 본방송을 녹화한 후 이어진 <J 라이브>에서 방송 내용을 미리 들을 수도 있었다. 이 <J 라이브>의 고정패널 정준희 교수의 다소 흥분된 말투에서 이번 주 <저널리즘 토크쇼 J>의 내용과 분위기를 미리 읽을 수 있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예고

물론 시청자들의 반응도 그에 비례했다. <J 라이브> 방송은 공개되고 이틀이 지난 현재 17만 회가 조회됐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유튜브 구독자가 13만 명인데, 그 수를 훌쩍 넘는 조회수이다. 이 방송분에는 댓글이 1,454개가 달렸다. 대부분 KBS에 비판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설레발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정도로 <저널리즘 토크쇼 J>가 KBS를 비판했다면, 이는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의 박수를 보내 마땅하다. 그러나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앞서 송현정 기자 논란을 다루고자 했고, 약속했지만 무산된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있었다. KBS 기자들이 유튜브에서 취재 현장의 뒷얘기들을 다루는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이라는 채널이었다. 먼저 논란이 일자 이들은 예정되었던 라이브 방송을 취소하면서 대신 송현정 기자 논란을 다룰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된 날 이 방송을 이끄는 김기화 기자와 오귀나 피디는 약속된 방송이 아닌 결방공지를 했다. 이유는 송현정 기자를 “모실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언제는 논란의 당사자들을 불렀냐는 것이 핵심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에도 송현정 기자가 출연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비평을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유튜브 채널 갈무리)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의 결방 공지에 달린 댓글만 2,489개에 달한다. 그 맨 위에 달린 댓글이 유독 시선을 끌었다. “기자가 대통령에 따져 묻는 건 기자의 기개고, 기자가 선배 기자에게 따져 묻는 건 기자가 개기는 건가요”라는 질문이었다. “기개와 개김”의 차이는 KBS 기자들에게 무엇이었을까? 시청자들은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의 결방 이유를 제작진의 변명과는 달리 생각하고 있음을 나타낸 댓글이었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의 결방은 KBS 분위기가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는 해석을 낳게 한다. 이 방송이 결방하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송현정 기자의 불참 때문이 아니라 9시 뉴스에서도 다루지 않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이슈를 잠재우려는 어떤 압력이 있지 않느냐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비판은 하지만 받지는 않겠다는 태도 아니냐는 것이다. KBS로서는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아직 본 방송 전이기는 하지만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이런 KBS 내부 분위기를 뿌리치고 비판에 나선 것은 주목해야 할 일이다. 사고와 논란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후의 모습이다. KBS는 이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언론이 갖고 있지만 해서는 안 될 것이 편집권이라고 주장하는 선택의 권력이다. 남의 논란은 보도하고, 자신은 감추는 KBS의 대처는 송현정 논란 그것보다도 더 추했다. 결국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이 여전히 잠잠한 것도 참 씁쓸한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