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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남북정상회담 성과의 기준이란

기사승인 2018.09.19  08: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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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위원장 결단 이끌어 내야 북미·남북 관계 모두 풀려

또다시 남북정상회담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이어 남측 대통령이 평양을 다시 방문한 사례라는 점에서 뜻깊다. 그러나 앞으로의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이번에 성과를 낸다면 큰 업적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18일 평양의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공항 영접을 나왔다. 의장대가 예포를 쐈고 “대통령 각하”라는 이례적 호칭을 쓰기도 했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방문을 허용한 것에도 의미가 있다. 이전에 본부청사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나 중국 측 인사들과는 달리 남북의 집권세력은 서로를 합법적인 정권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 정도의 격식을 갖춘 것은 남북의 관계를 ‘정상화’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걸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오후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환영 예술공연에 참석해 관람객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좋은 신호지만, 이번 정상회담 평가는 결국 ‘비핵화’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어느 정도의 의지를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이는 정상회담 일정을 끝마치고 나서 합의사항으로 공개될 수도 있지만 비공개 상태로 미국에 전달되는 선에서 마무리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북한이 비핵화 관련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인지가 확인돼야 한다.

이를 통해 북미관계가 진전돼야 이번 정상회담 일정에 포함된 나머지 대목들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면 경제인들의 방북이다. 재벌 총수를 포함한 경제인들이 대거 평양에 동행했으나 사실 이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다. 대기업이 참여하는 경제협력 사업이 구체화되지 않았고 미국의 대북제재가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제인들의 방북이 이뤄진 것은 제재 해제를 전제로 한 경제협력 방안 모색이 절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북측은 그간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촉구해왔다. 여기서 ‘판문점 선언의 이행’이란 구체적으로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와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 등 경제협력 부분을 언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자는 군사회담을 통해 쟁점을 해소할 수 있지만 후자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양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남북이 북한의 철도상황을 공동으로 점검하려다가 유엔사의 불허로 무산된 사건은 이를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인들의 방북은 판문점 선언 이행의 의지를 보여주는 장치다. 거꾸로 말하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간 비핵화 논의 진전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또다시 판문점 선언 이행 의지가 문제가 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비핵화와 경제협력은 결론적으로 동전의 양면이다.

군사적 긴장 완화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남북 간 군사적 대결 구도가 강화되어 온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북한의 핵 문제이다. 현재 남북의 군 당국은 상호 신뢰구축을 위한 비방 중지 등을 시행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회담 일정에서는 군사분계선 근방 비행금지구역 확대, DMZ 내 GP 단계적 철수 및 JSA 비무장화, DMZ 지역 시범적 유해 발굴 등이 논의된다. 특히 NLL 평화수역 조성 관련 조치 대목에서는 합의가 쉽지 않을 걸로 예상된다. 그러나 비핵화 논의에 진전이 있다면 ‘안전판’을 확보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려도 천천히 합의해 가는 방법을 택하는 게 가능해진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여기서 북한이 어느 정도 수준의 조치를 취해야 미국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한 미국의 움직임이 심상찮다는 지적도 있지만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정치적 위기에 빠져 있다. 11월 초로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할 경우 미국 정치는 대통령 탄핵 국면에 진입하게 될 수도 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지지층의 단결이고 둘째는 구체적 성과이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를 통해 대북제재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러시아를 압박한 것도 이 맥락에서 봐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 이러한 행위는 일석삼조의 정치적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첫째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결국 결렬로 끝날 경우를 대비한 강경책이다. 둘째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총론의 문제이다. 즉, 남북정상회담이 ‘관여’에 해당하므로 자신들은 ‘압박’을 하겠다는 것이다. 셋째는 러시아 스캔들이라는 국내정치적 문제이다. 러시아를 북한 문제와 묶고 전선을 넓혀보겠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 협상을 중국이나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태도 문제와 결부시켜 왔다. 말하자면 북한과의 대결은 곧 중국과 러시아와의 대결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두면 적어도 동아시아 정세라는 측면에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승리한 것이다. 미국이 특히 러시아로부터 승리를 거둔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한 편이 아님을 보여준다. 북한 문제에서 이런 구도가 짜여야 출구가 없어 보이는 미중무역전쟁의 양상도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양보하는 게 아니라 강한 압박을 통해 상대를 굴복시킨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 신고 리스트를 제출하거나 핵무기의 선제적 반출을 결단해야 한다. 그런데 일단 18일 남북정상회담 일정에서 이런 결단의 기류를 읽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앞서의 조치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뭔가 미국에 줄만한 카드는 남북이 만들어 내야만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북특사단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내에 비핵화를 완료할 의사를 밝힌 상태다. 또 미국은 연내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일정을 감안하면 적어도 올해 내에 비핵화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는 언급을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이끌어 내는 정도의 성과는 필요하다. 김정은 위원장 본인도 이 시점에는 결단을 내려야 앞으로 상황의 진전을 볼 수 있다는 명확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평양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조성도 결국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어야만 한다. 기대를 가져본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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