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황우석 사태'에 대해 사과했지만,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황우석 사태를 취재·보도했던 MBC PD수첩 당시 한학수 PD는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가 박 본부장에 대한 인사를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기영 본부장은 10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기술계 기관장, 원로, 관련 인사들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고 11년 반 만에 '황우석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박 본부장은 "황우석 박사 사건은 모든 국민에게 실망과 충격을 안겨줬고, 과학기술인들에게도 큰 좌절을 느끼게 한 사건"이라면서 "청와대에서 과학기술을 총괄한 사람으로서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며 이 자리를 빌려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박기영 본부장은 "황우석 사건 당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에 아무 말 하지 않고 매 맞는 것으로 사과를 대신했다"며 "이후에도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지만, 기회를 만들지 못해 지난 11년간 너무 답답했고, 마음의 짐으로 안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연합뉴스)

그러나 박기영 본부장은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박 본부장은 "혁신본부장으로 돌아와 영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막중한 부담을 느낀다"면서 "일할 기회를 주신다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으며 일로써 보답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황우석 사태를 취재·보도했던 당시 MBC PD수첩 한학수 PD는 자신의 SNS에 박기영 본부장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한 PD는 <황우석 사태를 취재했던 저널리스트의 소회> 글에서 "저는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의 시대정신을 안고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저 또한 그런 심정으로 지난 겨울 촛불 집회에 참석했다"면서 "그러나 오늘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의 사퇴불가 입장을 들으면서 도대체 문제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고 밝혔다.

한학수 PD는 황우석 사태에 대해 "2005년 당시 한국사회의 단면을 시상화석처럼 보여주는 폭풍 같은 사태였다"면서 "물론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거짓으로 논문을 조작해 국민을 우롱한 황우석 교수에게 가장 크게 있다. 하지만 박기영 본부장은 조작된 논문의 공동저자로서, 그리고 황우석 신드롬을 형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점에서 책임이 적다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PD는 "나도 속았다거나 혹은 검증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말은 일반 시민이 한다면 수긍할 수 있지만, 청와대 과학비서관이었던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학수 PD는 "박기영 본부장이 여러 가지 포부를 밝혔다. 포부대로 잘 하실 수도 있지만, 박 본부장이 왜 하필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수긍이 가지는 않는다"면서 "촛불집회의 정신을 이어가면서 과학계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그 일을 하실 수 있는 다른 분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본부장도 억울한 점이 없지는 않겠지만, 황우석 신화의 탄생과 신드롬의 강화 그리고 검증의 전 과정에서 했던 역할을 돌이켜보면 저의 우려가 기우라고 치부하긴 힘들 것"이라면서 "'혁신'이라는 말은 박 본부장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학수 PD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대해) 박기영 본부장에 이르러서 처음으로 큰 실망을 하게 됐다"면서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가 박 본부장의 인사를 철회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한학수 PD는 "상처받았을 한국의 과학자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면서 "부디 과학계의 지성들이 나서 이 사태를 잘 정리해주시길 바라며, 이 기회에 과학계의 적폐는 무엇이었고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문제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문제를 구성하면 해결책은 그 안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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