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국을 동원해 SNS와 인터넷 댓글 장악 등을 획책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의 발언을 복원한 국정원 부서장 회의 녹취록을 추가 증거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24일 검찰이 제시한 녹취록에서 원 전 원장의 언론통제 실상이 명백히 드러났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2월 국정원 전 부서장이 참여한 회의에서 원 전 원장은 "잘못할 때마다 (언론을) 쥐어 패는 게 정보기관의 역할"이라며 언론통제를 지시했다.

원세훈 전 원장은 "내용이 문제가 아니고 잘못 나면 그것을 어떻게 죽이려고 해야지 어떻게 기사가 났는데 다음 보도를 차단시키겠다 이게 무슨 소리야"라면서 "기사가 나는 걸 미리 알고 기사를 못 나가게 하든지, 안 그러면 기사 잘못 쓴 매체를 없애버리는 공작을 하는 게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원세훈 전 원장은 2011년 11월 18일에도 "한미FTA를 물리적으로 처리한다면 한나라당이나 우리 정부 비난하는 일이 벌어질 텐데 그 일이 벌어지고 난 다음에 대처하지 말고 지금부터 칼럼이고 신문 곳곳에 가서 다 준비해 놨다가 그날 땅 하면 바로 그날 아침 신문에 실리도록 준비하는 치밀함이 있어야 되는데, 원장 입에서 얘기 안 하면 그런 생각도 안 하고 있잖아요"라고 국정원 직원들을 질책했다.

원세훈 전 원장은 "뭐든지 선제대응을 해야지 하고 난 다음에 비난 기사 실리고 양비론 비슷하게 해가지고 다음에 칼럼 몇 개 실려 봐야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지방이든지 중앙이든지 미리 사설도 쓰고 그다음 칼럼 하나 실리고 그다음에 잘했다고 하는 광고까지 들어가서 국론이 분열되지 않도록 대비를 해야지"라고 국정원의 언론통제를 주문했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 일부. (사진=언론노조 제공)

원세훈 전 원장의 언론통제 이후에도 이와 같은 행태는 계속해서 이어져왔다. 비슷한 사례가 바로 탄핵된 박근혜 정부의 언론통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수석비서관이었던 이정현 의원은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4차례 전화를 걸어 리포트 삭제 등을 종용했다.

고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 전 수석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일부를 기록한 메모에는 KBS의 사장 임명, 언론노조 KBS의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요구 대응 방안, 추적60분의 천안함 보도에 대한 법적 대응, 세계일보 정윤회 문건 보도 법적 대응 방안, 시사저널·일요신문 보도 대응 방안 등이 적혀있었다.

이러한 언론통제는 결국 정치권력의 왜곡된 언론관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란 지적이다. 정치가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비뚤어진 인식이 불러온 참사라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모두 보수 정권, 현재의 자유한국당 하에서 일어난 일이다. 더군다나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장악 형태 중에서도 후진국형에 속한다. 우리 정치의 보수세력이 아직도 후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아직도 "SBS뉴스를 없애 버리겠다" 등의 막말을 내뱉고 있고, 강효상 의원은 "(지상파가) 협조를 안 하고 (MB정권을) 비판하니까 종편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게 팩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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