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EBS가 자사와 계약한 한 독립다큐멘터리 PD에게 내규 규정을 근거로 정부 제작지원금 일부를 환수하겠다며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EBS는 박 PD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환성 독립다큐멘터리 PD(블루라이노픽처스 대표)는 지난해 EBS<다큐프라임>에 공모한 기획안이 당선되며 ‘야수의 방주’(가칭)라는 제목의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갔다. 박 PD는 약 2억1천만 원의 제작비를 요청했지만 EBS측은 1억4천만 원의 제작비 지원했다. 부족한 제작비에 관해 박 PD는 EBS 관계자와 정부지원금을 받아 충당하는 것으로 사전 협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박 PD는 지난 2월 한국전파진흥협회(RAPA)에서 1인 창작자 및 소규모제작사에 창작지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신청해 지난 4월 말 1억 2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박 PD는 신청서에 해당 다큐는 EBS와 함께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적시해서 제출했고, EBS측에도 RAPA에 제출한 제작지원 신청서를 두 차례 이메일로 전달했다고 한다.

박 PD는 EBS측이 박 PD가 지원금을 받게 된 사실을 인지한 후 박 PD가 RAPA쪽에 제작지원금 계약서에 ‘해당 프로그램의 모든 저작권은 EBS에 넘긴다는 문구를 삽입할 것’을 문의할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RAPA측은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박 PD의 제작사에 일임했기 때문에 EBS측과 협의를 해야 하고, 문구는 삽입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박 PD는 EBS 관계자와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으면 선정된 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밝히자 EBS 관계자는 '선정된 지원금을 왜 포기하냐'며 EBS의 <외주제작사 상생협력방안> 기준에 따라 정부 지원금의 40%(4800만 원)를 ‘EBS 간접비’로 환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 지원금은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받은 ‘협찬’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방송사에 간접비로 납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EBS다큐프라임

박 PD는 21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EBS측에 RAPA 지원금의 경우 모두 작품을 제작하는 데 써야 하고 회계 감사까지 받아야하기 때문에 지원금의 40%를 EBS 관계자에 환수해야 하는 ‘합법적인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답변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1달 전 공정위에 EBS측을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박 PD는 지난 2009년 EBS에 공모에 당선돼 프로그램을 제작할 당시에도 유사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박 PD는 “당시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제작지원을 받자 EBS가 지원금의 60%를 떼 갔다”며 “그때는 원래 이 바닥이 이런가 싶어 참고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강력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PD는 “외주제작사나 독립PD들이 나와 같은 일을 당했을 텐데 그동안 방송사 내부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을까. 또는 향후에 해당 방송사와 일을 못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해서 문제제기를 못해온 것”이라며 “제가 이미 EBS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만큼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박 PD가 제작 중인 ‘야수의 방주’는 2부로 구성돼 아프리카와 미국에서 사람들의 오락거리로 전락한 사자·호랑이·곰 등 맹수를 구조·재활시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내용이 담긴다. 박 PD는 “EBS의 요구대로 제작비가 깎이면 아프리카나 미국 현장 촬영을 하는데 자금이 부족하게 되고 프로그램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BS "사전 협의없이 지원금 신청...간접비 40% 달라한 적 없다"

EBS 홍보팀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박 PD가 RAPA에 제작지원을 신청한 것은 EBS와의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RAPA와 계약서를 쓰는 과정에서 EBS 이름이 들어가지 않았고, RAPA측에서 EBS가 요구한 조건에 대해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에 박 PD의 제작사가 지원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주장했다. 또 “EBS는 박 PD에게 간접비 40% 공식적으로 달라고 한 적 없다”고 밝혔다.

EBS 다큐프라임 소개 페이지 (관련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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