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막판, 여론조사 결과도 없는 ‘깜깜이 국면’이다. 그러나 각 캠프들의 반응을 보면 돌아가는 사정을 대략 알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강 2중 2약의 국면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1강과 2중에 해당하는 후보들의 캠프에서 나오는 얘길 보면 그렇다.

문재인 후보는 ‘위기론’을 말하고 있고 안철수 홍준표 후보는 ‘결집론’을 밀고 있다. 두 얘길 연결시키면 하나의 그림이 그려지는 건 사실이다. 안철수 또는 홍준표 후보로 보수적 유권자 층이 결집하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가 위기에 빠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 캠프는 실제 이런 내용의 위기감을 전파하는데 여념이 없어 보인다. 주요 관계자가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내용임을 강조하며 특히 부산경남(PK)지역 보수표심의 결집이 심상찮다는 설명을 더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강조하다 보니 결국 캠프 주요 관계자가 물러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6일 문재인 캠프의 문용식 가짜뉴스대책단장이 페이스북에 “PK바닥 민심입니다. 패륜집단의 결집이 무서울 정도입니다”라는 말을 썼다가 홍준표 후보 측의 맹공에 무너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7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송정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광주 시민들과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용식 전 단장이 ‘패륜’이란 단어를 쓴 것은 홍준표 후보의 장인 이야기를 확산시키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홍준표 후보는 유세 중에 자신이 배우자와 결혼하는 것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장인을 26년 간 집에 오지 못하게 했고 용돈도 주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이 사실은 특히 고령층 유권자들의 홍준표 후보에 대한 호감도를 떨어뜨려 투표장에 가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즉, 문재인 캠프는 보수층 결집을 근거로 ‘위기론’을 퍼뜨리면서 이를 벗어날 수 있는 ‘무기’를 지지자들에게 쥐어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실과 공표 금지 기간 직전의 여론조사 추세를 같이 보면 홍준표 후보로의 보수 표심 결집이 추가로 이뤄지고 있는 걸로 볼 수 있다. 특히 ‘가짜뉴스’나 일부 보수적 노선의 교회를 중심으로 한 흑색선전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 측이 홍준표 후보를 향한 ‘공격 논리’를 들이미는 것도 이 대목이 실체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후보가 ‘1강 구도’를 형성함에 따라 심상정 후보는 물론 유승민 후보로의 표 이탈까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문재인 후보 측이 안철수 후보를 상대로는 ‘방어’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런 정황을 방증한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캠프는 문재인 후보의 아들인 문준용 씨에 대한 문제로 맞붙고 있다. 안철수 후보 측은 문준용 씨의 친구로 추정되는 사람의 발언을 통해 과거 문재인 후보가 고용정보원 채용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 측은 녹취의 출처를 밝히라고 요구하였으나 안철수 후보 측은 해당 발언을 한 사람이 국내의 직장에 안정적으로 취업한 상태라며 확인을 거부하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캐릭터 인형과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후보 캠프가 내놓은 반격은 안철수 후보 측이 밝힌 조건에 들어맞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는데 그가 문재인 후보의 압력 행사를 시사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안철수 후보 측은 당시 고용정보원이 권양숙 여사의 친척을 부당하게 채용했다는 주장을 했다가 사과를 한 바 있는데, 종합하면 안철수 후보 측의 문제제기가 ‘가짜 뉴스’나 다름이 없다는 게 문재인 후보 측의 주장이다.

물론 안철수 후보 측도 자신들로의 적극적인 결집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건 사실이다. 대표적으로는 ‘뚜벅이 유세’의 효과다. 안철수 후보는 지지율이 하락세에 들어서고 홍준표 후보에게 2위 역전을 허용할 상황이 되자 사실상 단독으로 ‘뚜벅이 유세’의 결정을 내린 걸로 알려져 있다. 선거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적인 선거 전술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인데, 어쨌든 이 방식이 ‘안철수다움’을 어필하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게 안철수 캠프 측의 주장이다. 안철수 후보의 유세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라이브 등으로 생중계됐는데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지켜봤다는 게 근거다.

김종인 전 의원 역시 안철수 후보 측의 주장을 재생산하는데 협력하고 있다. 김종인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 여론이 패권 세력의 재집권을 막아 세우고, 더 가치있는 단일화를 이뤄주고 있다”면서 “2012년 안풍(安風)이 다시 일어나는 기운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해석하면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에 대한 지지가 하락하고 있으며 안철수 후보의 지지세가 상승해 ‘양강구도’가 복원되고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7일 오후 울산 중구 장충로 문화의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각 캠프의 주장에 전혀 근거가 없는 게 아니라는 가정을 놓고 종합해보면 대략의 그림이 나온다. 안철수 후보 측의 반응은 최소한의 ‘자신감’을 복구했다는 걸로 풀이할 수 있다. 반등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하락세를 멈추는 것까지는 성공했다는 거다. 곧 문재인 후보를 추월할 수 있다는 홍준표 후보 측의 주장도 어찌됐건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 측 반응을 보면 심상정, 유승민 후보의 선전 덕분에 소폭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로 보인다.

그런데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은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둘 다 25%를 넘는 수준까지 오르는 시나리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두 후보가 사실상 핵심 지지층을 공유하는 특성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둘 중 한 사람의 지지율이 25%를 넘기려면 다른 한 사람의 지지율이 15% 아래로 떨어져야만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만일 두 사람 모두 25%를 넘는 수준이 되려면 문재인 후보 지지층을 상당 부분 빼앗아 와야 하는데,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아무리 빠져도 35% 아래로 내려가는 상상을 하기 어렵다.

결국 추세는 변화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1강 2중 2약 구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홍준표, 안철수 후보로 나뉜 채로 대선이 끝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남은 시간이 충분하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대선을 겨우 하루 남겨놓은 상황에선 다른 시나리오를 떠올리는 게 쉽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역전’의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사실은 결국 문재인 후보 지지층의 결집에나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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