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 딸들>이 많은 것들을 버리고 다시 선보였다. 일단 위기에 대한 빠른 반응은 칭찬할 만 했지만 결과까지 그러기에는 의문부호가 많이 남는다. 우선 하숙생이라고는 없는, 그래서 전혀 하숙집 같지 않은 그 집을 나온 것은 일단 잘했다. 하숙집 같지 않은 분위기는 고사하고 그 집에서 <하숙집 딸들>을 억눌렀던 예능감의 강요가 사라지니 보기에 한결 부드러웠다.

공간의 변화만이 아니라 인적 변화도 컸다. 박수홍, 장신영, 윤소이가 빠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실제 하숙집을 찾아가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며 하숙집 주인과 하숙생들의 바람을 들어주는 일들을 했다. 하숙집 담벼락에 페인트를 칠해주고, 하숙집 주인 대신에 한 끼 식사를 만들어 하숙생들에게 아주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기도 했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하숙집 딸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드는 지워지지 않는 의문은 “도대체 왜?”라는 것이다. 지난주 tvN의 <윤식당>이 시작된 후 부쩍 <하숙집 딸들>과 비교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똑같이 배우들을 섭외해서 그들을 활용하는데 그 결과는 참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하숙집 딸들>의 이미숙, 박시연, 이다해의 출연은 <윤식당>의 캐스팅에 비해 결코 뒤진다고는 할 수 없다.

문제는 <하숙집 딸들>에는 앞서 말했듯이 ‘왜’, 다시 말해서 뭘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답이 없다. 도대체 왜 연예인들이 가서 집안일을 해주고, 학교까지 찾아가서 화장대를 사주고, 동대문에 동행을 해서 코디를 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이 예능이 일반인들 소원 들어주는 그런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니까 웃음에 대한 강박은 내려놓은 것 같은데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더 중요한 것은 뭔가를 해야 한다는 작위의 강박이라고 하고 싶다. 그럼 노냐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놀아서는 안 된다. 세상에 어떤 예능도 놀면서 만드는 경우는 없다. 설혹 그리 보일지라도 그 내부는 언제나 치열하다. 문제는 시청자에게 어떤 결과물을 내놓느냐는 것에 달렸을 뿐이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하숙집 딸들>

결국 리뉴얼 첫 회도 역시나 성공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당장 폐지할 것이 아니라도 더 진지한 리뉴얼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만 같다. <윤식당>은 되는데 왜 <하숙집 딸들>은 안 되는지에 대한 비교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하숙집 딸들>이라는 제목이 주는 흥미를 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숙집이 아니라 <하숙집 딸들>을 하고자 했을 때에 가졌던 그 은밀한 로망을 시청자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콘셉트로 확인된다. 그런데 <하숙집 딸들>의 의도는 콘셉트로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 먹여주고 재워줘야 하숙집인데, 그것도 딸들이 해야 하는데 그걸 예능으로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방법론의 실패였다. 애초에 드라마로는 몰라도 예능으로 시도하기에 무리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하숙집 딸들>

그에 비해서 <윤식당>은 상당히 간단하다. 그저 음식만 만들어서 찾아오는 손님에게 주면 그만이다. 반면 <하숙집 딸들>이 시청자에게 주어야 할 것은 음식만이 아니다. 그게 어렵다. <윤식당>은 누가 봐도 아 연예인들이 먼 이국에 가서 말도 안 되게 식당을 해보는 것이구나 라는 프로그램 콘셉트를 금세 파악할 수가 있다. 그러나 바뀌기 전이나 리뉴얼을 한 후나 여전히 <하숙집 딸들>이란 예능이 뭘 하고자 하는 것인지에 대한 파악이 되지 않는다.

제작진 역시 알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말로는 ‘하숙생들이 그리워하는 엄마의 요리를 재현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주처럼 진행된다면 그것은 <하숙집 딸들>이 하는 일이 아니라 그저 출장요리사에 더 가깝다. 아니면 지니거나. 앞으로 계속 이럴 거라면 제목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이대로라면 뭐가 됐든 최소한 <하숙집 딸들>은 아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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