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월 임시국회가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끝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야당은 2월이 '개혁입법'의 적기라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결과물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2월 임시국회 개원과 함께 제시한 개혁 법안은 언론장악방지법,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선거연령 18세 인하, 경제민주화 관련법안 등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특검의 수사기간을 연장하는 특검연장법도 성격은 다르지만 개혁입법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개혁입법은 고사하고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는 법안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먼저 언론장악방지법의 경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혀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간사를 중심으로 자유당 의원들이 회피로 일관하면서 법안심사소위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야당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이라는 강수를 뒀지만, 조정위 위원 선임마저 자유당이 거부하면서 처리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검찰 개혁의 방안으로 제시된 공수처 설치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자유당과 바른정당은 공수처 관련 법안을 "검찰개혁이 아닌 검찰 길들이기"로 평가절하하며 버티고 있다. 법사위를 이끌고 있는 바른정당 소속 권성동 위원장은 "검찰 자체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외과 수술적 해결을 위해서는 공수처보다 검찰 민주화 방안이 바람직한 개혁방안"이라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원내대표단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거연령 18세 인하 방안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바른정당이 해당 안건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다소 분위기가 해빙되고는 있지만, 자유당의 반대가 여전히 강경하다. 여야 원내대표가 수차례 회동을 열어 18세 선거권에 대해 논의했지만 별다른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와 함께 조기 대선 시 재외국민 투표, 재보궐선거를 대선과 동시에 치르는 등의 선거법 개정도 진전이 없다. 21일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에게 참정권을 부여하고 선거비용을 절약하는 문제를 오로지 유불리 문제로만 판단하는 정략적인 정당이 집권당이라는 데 절망한다"면서 "선거법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처리 여부는 미지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바른정당 소속 권성동 위원장(오른쪽)과 김진태 자유한국당 간사. (연합뉴스)

특검 연장안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법사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특검법 개정안은 14:3이라는 압도적 수적 우위 속에서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찬성하지 않는 정당은 자유당뿐이다.

21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진태 자유당 법사위 간사는 "태생부터 편파적인 특검은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특검은 이제 그만하면 됐다"고 비난했고, 윤상직 자유당 의원은 "특검에서 하지 못한 집무는 검찰이 이어받아서 할 수 없느냐"면서 "우리 검찰은 충분히 능력이 있다"고 특검 연장을 반대했다.

권성동 위원장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에 대해 "특검 연장 법안은 일부 교섭단체 간사의 반대로 합의가 안 됐다"면서 "여야 원내대표 합의 내지 법사위 간사간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상정하지 않았다. 자유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친박 중에도 강성 친박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로 법사위 간사협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유당도 특검 연장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상태다.

야당 일각에서는 특검법 연장에 대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정 의장은 직권상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정 의장은 "특검이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했고, 수락돼야 온당하다고 본다"면서도 "직권상정의 요건을 보면 4당이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한 뜻으로 요청해야 가능한데, 어렵지 않겠느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특검 연장과 개혁입법 처리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결국 21일 박주민 의원 등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특검 연장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추미애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도 특검연장과 개혁입법 처리 등을 요구하며 결의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농성과 결의대회로 현안이 관철될 가능성은 없어 보여, 공염불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야당 내부에서도 2월 임시국회 개혁입법 실패에 소극적인 원내대표단을 이유로 꼽는 목소리도 나온다. MBC 청문회를 두고 벌어진 환노위 파행에 자유당이 보이콧을 하자, 야당 원내대표단이 국회 정상화 방안 합의문을 추인하면서 여야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정상화 합의로 국회 파행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각종 개혁입법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처리가 유력한 상법 개정안의 경우에도 다수 조항이 삭제되고 폭넓은 예외가 인정되는 형태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개혁입법을 기치로 시작한 2월 임시국회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 '빈손국회'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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