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는 이견의 여지없이 현재 전 세계가 봉착한 위기 중 하나다. 하지만 '위기'라는 점에 있어서 전 세계인이 공감하지만, 그 위기에 ‘대처 방안’을 두고 각 국의 입장은 엇갈린다. 일찍이 세계는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시작으로, 97년 교토의정서를 통해 전 세계적 합의를 도출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렇게 지구 온난화를 해소하는 데 공감은 하지만 '실천'에 있어서는 각국의 이해가 앞섰던 세계가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합의'에 이르렀다. 오바마 행정부가 일찍이 비준에 동의하고 중국, EU 등이 합류하며 실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MBC-CCTV 공동제작 다큐멘터리

141개국이 비준한 교토의정서가 온실가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중의 합류 불발로 실천력에 있어 좌초를 만난 것과 달리, 미중, EU, 인도 등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큰 나라들이 일찌감치 합류하고 우리나라도 2016년 11월 뒤늦게나마 합류하며 전 세계적 '실행'의 날개를 달게 되었다. 그 가운데 MBC는 중국 CCTV와 함께 기후협약 실행을 앞두고 이와 관련한 다큐를 제작하였고, 2월 6일부터 20일까지 <AD 2100 기후의 반격> 3부작이 방영되었다.

기후협약의 비준를 통해 전 세계는 기후와 관련된 지구 생존의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데 합의했다. 다큐는 그 중에서도 동북아시아가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기후 변화와 관련해 거센 파고를 맞이하고 있다는 지점에 공감하며, 이런 기후와 관련된 실천이 '급박'하다는 인식을 전제로 하여 만들어졌다.

생태계로부터 인간에까지

MBC-CCTV 공동제작 다큐멘터리

3부작의 다큐, 그 시작을 연 것은 <생물 대이동>이다. 산업화와 맞물려 극심해진 기후 이동은 동북아시아 생태계의 변화를 낳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라산 구상 나무의 고사에 초점을 맞춘다.

나무 한 종이 사라지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의 기온은 1.85도 상승했고, 이 기온 상승은 한대성 수종인 구상나무의 고사를 불러왔다. 이 구상나무의 고사는 그와 관련된 식물군들의 동반 고사를 예언한다. 우선적으로 구상나무와 함께 자생하는 희구 식물군도 사라질 위기이며, 생태계에서 가장 근간을 이루는 식물종의 사멸은 그와 관련된 생태계 사슬의 붕괴를 의미한다. 즉 기온의 상승은 구상나무 등 식물종의 사멸은 물론, 2010년 40일에서 2015년 25일로 꽃이 피는 간격이 달라지며, 그에 의존해 살아가는 꿀벌의 급감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생태계의 혼란으로 먹이를 구하기 힘든 야생 원숭이들이 농가로 내려와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중국에서는 판다의 먹이가 되는 대나무 숲이 줄어들며 그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다큐는 이렇게 한중일 세 나라의 '기후'와 관련된 상황을 하나의 주제에 맞춰 보여주며 지구 온난화가 동북아시아에 미치는 심각한 파급력을 증명한다.

MBC-CCTV 공동제작 다큐멘터리

<AD 2100 기후의 반격> 그 두 번째를 연 것은 생물 대이동보다 더 심각한 '생존'의 문제이다. <생존 대도전>은 올림픽을 여느냐 마느냐 문제로까지 파급된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로 시작된다. 지난 2015년을 시작으로 브라질에서 '소두증' 아이가 출생하게 된 원인이 된 이집트 숲모기. 그런데 놀랍게도 이 이집트 숲모기처럼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흰 줄 숲모기가 서식하고 있으며, 기후 변화와 함께 이들의 활동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충격적 내용을 다큐는 다룬다.

흰 줄 숲모기만이 아니다. 119를 불러야 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등검은말벌 역시 원래의 서식지는 아열대였으나 2003년 부산에서 발견된 이래 기후 온난화와 함께 경기도, 강원도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중이다.

기후와 관련하여 달라진 환경은 인간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온다. 지난여름 서민에게 안긴 전기세 폭탄은 여름 기온 상승의 후유증이다. 늘 서늘한 기온에서 살던 티벳 사람들의 경우 지구온난화로 인해 높아진 기온은 '입원'해야 할 질병을 안겼다. 또한 해수면 상승은 제주도의 명승지 용머리 해안을 사라지게 만들고, 소래 포구를 물에 잠기게 하고, 히말라야의 빙하를 강으로 흐르게 만든다. 중국의 차도, 우리의 벼도 어쩌면 예전만큼의 수확이나 품질을 얻을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식물들이 가속화되는 온난화를 견뎌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한중일 삼국, 그 변화의 시작

이렇게 동북아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지구 온난화, 이에 대해 아시아 3국은 어떻게 대처해 가고 있을까? 그 내용을 20일 방영된 3부 <도시 대변화>가 다룬다.

MBC-CCTV 공동제작 다큐멘터리

우리나라의 <도시 대변화>를 이끈 주인공은 배우 황석정이다. 황석정은 온실가스 배출의 42.2%를 차지하는 전력 소비를 줄이는 실험에 도전한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여름 '3A(암페아)의 전기로 살기'를 도전한다. 3A의 전기, 그 양에 대한 감도 없이 도전한 황석정.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워도, 세탁기를 돌려도 넘어버린 3A에 삼복더위에 에어컨도 없이, 손빨래를 하며 여름 석 달을 보낸다. 하지만 그 이후 황석정은 전기차를 타고, 태양광 패널을 달고, 가급적 전기를 적게 쓰는 생활 습관을 갖추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한 사람을 통한 실험을 했다면, 일본의 경우 전기가 없던 100년 전의 생활양식을 현대에 맞게 실험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전기 없이도 조리를 하고, 생활을 영유하는 갖가지 실험적 방식을 시도하는 공동체와, 정부 주도 아래 태양광 발전을 정착시켜 오히려 남는 전기를 되돌려 쓰는 에너지 체제를 갖춘 마을을 찾아간다. 중국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을 자랑하는 전기 버스 공장과 전기 버스로 공공 교통수단을 대신하고 있는 도시를 찾아 기후협약 시대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모습을 담는다.

MBC-CCTV 공동제작 다큐멘터리

기후협약 비준과 함께 1년에 걸쳐 준비된 <AD 2100 기후의 반격>은 한류 스타 장나라가 프리젠터로 나선 가운데, 버츄얼 스튜디오를 활용한 첨단의 영상으로 2100년의 미래를 그려낸다.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가장 시의적인 시각에서 준비된 다큐, 하지만 다큐를 준비한 1년간의 상황에서 현실은 또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우선 그래도 이명박 정부가 녹색 성장이란 모토 아래 기후와 관련된 제반 정책을 주도하려 했던 것과 달리, 박근혜 정부 아래 우리나라는 2017 기후변화보고서(ccpi) 38.11점으로 온실가스 1% 이상 배출 국가 58개국 중 55위의 평가를 받았다.

또한 기후협약에 앞장섰던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새로이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 변화는 사기'라며 석탄, 석유 등 전통적 에너지자원 치중 정책으로 유턴하고자 한다. 미국의 눈치를 보고 기후협약도 미루다 하루 전에 허겁지겁 비준한 우리나라의 경우 다큐의 주제의식을 과연 얼마나 국가적 시책으로 시행해 나갈지 의문이 되는 상황이다.

특히, 이 다큐를 만들 당시만 해도 한류에 기반하여 우호적이었던 양국 관계는 사드 배치 등을 둘러싸고 급격하게 냉각되었고, 중국에 대항하여 한미일 삼각안보체계의 일원으로 편재되어간 한국은 다큐가 보인 문화적 밀월 관계로부터 멀어져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시점에서 방영된 3부작 다큐는 그러기에 더더욱 정치적 상황 속에 휩쓸려 들어가는 기후정책의 난망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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