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금토드라마 <38사기동대>

제 아무리 '마요미' 마동석'이라지만, 그 덩치 하나로 여러 사람들을 나가떨어지게 했던 <나쁜 녀석들>의 박웅철이었던 그가、 어깨를 한껏 접고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공무원이 되어 기를 펴지 못하는 모습은 어쩐지 어색했다. 반전 매력이라지만, 소심하다 굴다 결국 참지 못하고 악덕 고액 체납자 마진석(오대환 분)을 한 대 치고는 그 뒷수습에 쩔쩔매는 그가 답답하기까지 했다.

<38사기동대> 1회는 이렇게 덩치가 곧 캐릭터였던 마동석이 변신한, 소심한 세금징수 3과 백성일 과장의 애환을 그려내는 데 치중했다. 세금징수 공무원이지만 결국은 돈 있는 사람 앞에서는 물론 집안 식구들 앞에서도 주눅 들어 사는 백성일의 존재는, 제 아무리 어깨를 좁혀도 드러나고 마는 마동석의 덩치이기에 더 옹색해 보였다.

반전 매력을 가진 마동석의 백성일, 세금징수 3과 과장

OCN 금토드라마 <38사기동대>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백성일 과장의 답답한 캐릭터는 2회에도 일관되었지만, 그 소심한 이면이 조금씩 드러나며 <38사기동대>의 가능성이 열렸다. 알고 보니 욱하던 시절에 동네 일진이었던 그는, 형사인 친구 박덕배(오만석 분)와 함께 단출하게 쳐들어간 대포업자 사무실(심지어 그 대포업자 우두머리가 신세계의 박성웅과 아저씨의 김성오다)의 이른바 '깍두기'들을 가볍게 제압해 낸다. 박성웅이 코피를 흘리며 백성일 옆에서 다소곳이 짜장면을 비비고, 김성오가 얌전하게 군만두를 입에 넣는 장면에서, 이미 공무원 백성일의 숨겨진 능력이 무시무시함은 충분히 제시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소심한 공무원의 애환을 그리던 드라마 <38사기동대>의 가능성이 열린다.

<39사기동대>는 예고를 통해 알려진 대로 <나쁜 녀석들> 제작진의 작품이다. <뱀파이어 검사> 시즌 1,2에 이어 <나쁜 녀석들>을 집필했던 한정훈 작가가 <나쁜 녀석들> 제작진과 다시 한번 합을 맞추었다. 하지만 <38사기동대>에서 <나쁜 녀석들>의 그 어둡고 음습한 기운을 찾기란 쉽지 않다. 1회에 욕을 하며 등장하던 나쁜 놈들보다 더 나쁜 형사 오구탁(김상중 분)도 없고, 그런 오구탁이라야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던 사이코패스 이정문(박해진 분)도, 살인 청부업자 정태수(조동혁 분)도 없다.

대신 하급 공무원이 된 마동석의 애환으로 드라마는 시작된다. 핏빛과 어두움으로 충만했던 19금 <나쁜 녀석들>의 암울한 기운을 한껏 빼어 버린 채 모두가 함께 공감할 드라마로 가겠다는 작가 한정훈의 인터뷰처럼, 마누라의 한 마디에 바로 등 돌려 누워버리는, 그러다 결국 비상금 500만원으로 중고차를 사려다 사기당하고 마는 서민 백성일로 <38사기동대>는 시작된다.

전혀 이물감 없는 사기꾼 서인국의 유연함

OCN 금토드라마 <38사기동대>

하지만, 그렇다고 <나쁜 녀석들>의 한정훈 작가가 어디 간 건 아니다. 마치 <나쁜 녀석들>의 착한 버전인 듯, <38사기동대>는 '나쁜 녀석들'이 '더 나쁜 녀석들'을 징벌하는 그 주제 의식을 일관되게 이어 가고자 한다. 그리고 그 주제 의식의 중심에 또 다른 주인공 양정도(서인국 분)가 있다.

교도소에서 출감하기 바쁘게 그를 위해 준비된 차에 몸을 싣고, 역시나 준비된 핸드폰으로 여유롭게 세금징수과 비리 공무원들을 단박에 '사기'쳐 버리는 양정도는, '사기꾼'이지만 박덕배의 말처럼 '의적'처럼 등장한다. 단지 몇 마디 말로 거뜬히 '사기' 치는 양정도의 그 프로젝트에, 동명이인 백성일이 있었다는 것이 그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된다. <응답하라> 출신 중 가장 순탄하게 그 '저주'를 피해간 배우 서인국은, 이미 <고교처세왕(2014)>, <너를 기억해(2015)>를 통해 다진 유연한 연기로 단박에 양정도를 표현해내며 이물감 없이 '사기꾼'으로 드라마 속에 흘러든다.

백성일의 집요한 추적 끝에 양정도는 교도소에서 출감한 지 며칠 만에 다시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고, 그런 양정도가 악덕 체납자 마진석을 두고 던진 '딜'에 비도덕적 동료들로 인해 궁지에 몰린 백성일이 손을 잡는다. <나쁜 녀석들>이 다크한 분위기와 그보다 더 다크한 캐릭터의 진열로 대번에 드라마의 톤을 설득해낸 반면, <38사기동대>는 말단 과장 백성일의 애환과 반전 그리고 궁지에 몰린 그를 통해, 공무원과 사기꾼이라는 기상천외한 조합의 타당성을 차곡차곡 설득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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