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와 머니투데이, 두 뉴스통신사들의 싸움이 야합으로 끝났다. 머니투데이는 지난달 18일 계열사 더벨이 주최한 컨퍼런스에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취재하려던 연합뉴스TV의 취재를 제한했고, 이후 연합뉴스는 머니투데이를 겨냥한 십여 건의 ‘표적기사’를 내보냈다. 머니투데이가 한국씨티은행과 대교 같은 기업을 기사로 ‘협박’해 광고와 협찬 등을 따냈고, 머니투데이 계열 언론이 연합뉴스 기사 수천 건을 ‘베껴’ 장사를 해왔고, 머투 계열 뉴시스가 지역취재본부가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머투가 서민 주식매입자금 대출 중개사업을 하고 있다는 게 연합뉴스가 내보낸 ‘표적기사’들의 내용이다.

머니투데이는 ‘맞기사’로 대응하지 않았으나 “연합뉴스의 기사들은 머니투데이를 표적으로 삼은 일방적인 비방기사”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지난 6일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이 연합뉴스 박노황 사장을 직접 찾아 화해를 시도하면서 둘은 종전에 합의했다. 연합뉴스 정천기 미디어전략부장에 따르면, 홍선근 회장은 연합뉴스가 지적한 사이비언론 행위에 대해 개선의 뜻을 밝혔다. 이에 연합뉴스는 머투 관련 특별취재팀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고, 머니투데이는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 지원을 비판한 과거 기사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업계의 지배적인 평가는 머투 홍선근 회장이 궁지에 몰린 나머지 연합뉴스에 ‘백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지금껏 정부가 건네는 지원금 350억원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내며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을 요구해온 머니투데이가 자신의 과거 기사까지 삭제하려는 모습이 이 같은 평가의 ‘증거’다. 이를 두고 머니투데이, 뉴시스, 뉴스1 기자들은 홍선근 회장의 ‘일방적인 행보’를 비판하며 홍 회장이 직접 해명하고, 편집권 침해를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연합뉴스는 한마디로 ‘잔치’ 분위기다. “홍 회장이 직접 찾아왔는데 기사를 더 이상 쓰기 뭐하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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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뉴스통신사의 싸움을 ‘밥그릇 싸움’으로 밖에 평가할 수 없다. 머니투데이와 연합뉴스가 뉴스통신 시장에서 가격경쟁을 하며 서로를 견제해 왔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는 연합뉴스 비판 기사를 여러 차례 내보냈고, 연합뉴스는 이번 취재 제한 사건이 있기 한참 전에 이미 머니투데이 표적 기사를 기획했다. 연합뉴스가 경쟁사인 머니투데이를 ‘유사사영통신’이라고 비난하는 등 둘 사이에 표적기사와 설전이 오간 배경에는 이 같은 시장구조가 있다. 일단은 머니투데이의 백기투항으로 일단락됐다지만 이 싸움은 언제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종전 선언이 ‘동종업계 기업의 화해’이고, 확전을 방지한 것은 ‘업계 생태계를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특별취재팀의 취재를 잠정중단하고 머니투데이가 연합뉴스에 대한 과거 기사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은 저널리즘에 반(反)하는 행위다. 연합뉴스는 정부지원과 기사를 바꿔치기한 셈이고, 머니투데이는 자신을 사이비언론으로 인정한 꼴이다. 이번 합의로 두 거대 뉴스통신사는 사이비언론의 야합만을 보여줬을 뿐이다.

그래서 연합뉴스 기자들은 잔칫상을 차리고 우쭐해 할 때가 아니다. 연합뉴스 특별취재팀은 6일 두 회사 수장들이 종전을 합의하고 취재팀을 잠정중단하기로 한 사실마저 까맣게 몰랐다. 7일 기자협회보는 연합뉴스 특별취재팀 관계자가 “언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머투 그룹의 실체를 차근차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사이비언론의 행태를 보도하기를 포기했다. 연합뉴스는 자신이 지목한 사이비언론과 야합했고 혈세를 휴지통에 버렸다.

야합을 요청한 머니투데이 또한 마찬가지다. 머니투데이, 뉴시스, 뉴스1 기자들은 기자협회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홍선근 회장을 비판하고 있으나 이번 기사 삭제 지시 파문은 조선·중앙·동아일보 미디어그룹, 지상파3사, 매일경제·한국경제, 연합뉴스 다음으로 영향력이 있는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이 사실상 ‘회장님’ 1인에 좌지우지되는 언론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머니투데이의 무대응 방침은 진흙탕 싸움을 피할 목적이 아니라 결국 회장님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막을 요량이었던 셈이다.

연합뉴스는 자신을 공영방송 ‘KBS’에 비유한다. 연합뉴스는 KBS가 시민들에게 수신료를 걷어 쓰는 것처럼 연간 350억원에 달하는 정부 지원금은 공적 책임을 다하는 자신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머니투데이는 ‘투명하고 깨끗한 시장, 투자정보의 민주화’를 목표로 만들었고, 뉴스통신 시장에서 연합뉴스 독점 체제를 깨기 위해 뉴스1을 설립하고 뉴시스를 인수했다. 그러나 연합뉴스와 머니투데이의 싸움과 야합은 저널리즘의 말단, 아니 최상단에서 일어나는 언론의 속살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야합의 끝을 보여준 연합과 머투야말로 진짜 사이비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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