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 기자가 지난 1일 오후, 20년 6개월 동안 몸담았던 전자신문에 사직서를 냈다. 그는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오랫동안 출입했고 2010년 미디어업계에서 크게 주목받았던 저서 <미디어카르텔>을 펴낸 인물이다.

이은용 기자는 1일 오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은용도 전자신문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1일 오후 사직서를 냈어요. 더 진득하게, 더 굳고 단단히 견디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자신문에서 뭘 더 어찌할 수 있을까 도무지 모르겠기에… 무엇보다 유배돼 방치된 걸 참기 어렵네요”라며 “이리 조금씩 스러질 게 아니라 뭔가 보람될-가장 잘할-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도 밝혔다.

▲ (사진=이은용 기자 페이스북)

이은용 기자는 △직장이탈 △불량한 직무수행 △업무태만·명령 불복종 등을 이유로 추석을 앞둔 지난해 9월 5일 전자신문에서 해고됐다. 이은용 기자는 지난해 2월 전국언론노동조합 전자신문지부(이하 전자신문지부) 부지부장으로서 교섭위원으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출석한 것인데, 전자신문은 인사위원회에서 이를 ‘직장이탈’로 보았다. 전자신문지부는 “중노위 출석은 단협에도 포함된 수십 년간 관행으로 인정돼온 교섭위원의 정당한 권리”라며 “이 같은 사유로 징계를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반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은용 기자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고, 지노위는 회사의 징계사유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해고된 지 87일 만의 일이었다. 당시 전자신문은 1심에서 부당해고 구제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복직시키는 것으로 합의된 단체협약을 근거로 이은용 기자를 복직시켰으나, 송도에 위치한 광고마케팅국 경인센터로 발령해 ‘보복인사’ 논란이 인 바 있다. 게다가 지노위가 징계사유 일부를 인정한 것을 들어, ‘회사 명예훼손 및 품행 불량’이라는 사유를 추가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은용 기자는 2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워낙에 바라던 그림 아니겠나. 어제 오후 5시 45분쯤엔가 이메일로 사직서를 냈고 오늘 낮 12시 넘어서 (처리됐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미디어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던 이은용 기자는 출퇴근 시간만 3시간이 넘는 경인센터 광고마케팅국으로 약 9개월 간 출근했다. 송도에서의 생활을 ‘방치’로 표현한 이은용 기자는 “하지 않던 일로 전직 배치한 것이었고, 사무실도 책상도 있었지만 ‘필요에 의한 인사’가 아니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회사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 이곳에 방치되다가 떠나곤 했다. 9대 전자신문 지부장도 발령나자마자 퇴사했고, 부장급 조합원도 여기에 머무르다 퇴사했다. 유배된 상태에서 방치됐다가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사직하는 경우가 몇몇 있었다. 회사에 밉보이거나 입바른 소리하는 사람들을 내보내는 창구로 쓰이는 곳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은용 기자는 “거리가 먼 것도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였다. 노조 활동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누구를 만나려고 해도 회사가 지켜보는 게 느껴져서… 외로웠던 것 같다”며 “(앞으로) 뭘 어찌 할지 준비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마음이 무거웠어서 지금은 홀가분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사직서 제출 이후, 동료들은 이은용 기자에 ‘상심이 크다’, ‘뭐라고 할 말이 없다’는 인사를 전해 왔다. 이은용 기자는 “많이 소진된 것 같다. YTN처럼 6년, 7년씩 싸우는 분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지난 1년 동안 겪을 건 다 겪어본 것 같다. 해고 통보 받고 복직했는데 다시 징계 받고 그걸 법적으로 다투고…”라며 “다른 분들이 고생했다는 말을 많이 해 주는데 잘 모르겠다. 지나보면 알지 않을까. 이게 뭐였는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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