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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센스 ‘The Anecdote’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들

기사승인 2015.09.06  12: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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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선의 소리 나는 리뷰] BANA 김기현 대표가 들려주는 ‘앨범 탄생 과정’

편집자 주 _ 음악웹진 <보다>의 김학선 편집장이 미디어스에 매주 <소리 나는 리뷰> 연재를 시작한다. 한 주는 최근 1달 내 발매된 국내외 새 음반 가운데 ‘놓치면 아쉬울’ 작품을 소개하는 단평을, 한 주는 ‘음악’을 소재로 한 칼럼 및 뮤지션 인터뷰 등을 선보인다.

각 힙합 커뮤니티에서는 이센스(E Sens)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앨범이 발표된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이센스와 <The Anecdote>가 글 지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평단의 반응도 대단해서 각종 매체와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음반도 17000장 이상 판매되며 인피니트, 가을방학, 조수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니 분명 이례적인 사건이라 할 만하다.

이런 화제 속에서 <The Anecdote>의 제작 과정을 담은 짧은 다큐멘터리가 공개됐다. 'The Anecdote: a documentary (short edit)'라 이름 붙여진 이 다큐멘터리에는 앨범의 주인공인 이센스와 음악을 담당한 오비 클레인(Obi Klein) 외에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The Anecdote>를 제작한 BANA의 대표 김기현이다. 이센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현실(이센스는 대마초 흡연 혐의로 현재 복역 중이다)에서 <The Anecdote>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인 김기현 대표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는 앨범 제작의 시작에서부터 이센스와 함께 무수한 의견들을 주고받았고, 이센스와 함께 덴마크에 가 제작 과정을 지켜보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 사람이다.

김학선 : 음악 팬, 힙합 팬들에게 BANA(Beats And Natives Alike)란 회사는 익숙하지가 않다. BANA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김기현 : BANA는 현재 이센스, XXX, 250와 에릭 오로 구성되어 있다. 힙합 또는 음악 분야에만 국한된 회사가 아닌 다양한 예술 계통의 사람들과 함께하고 새로운 미디어와 콘텐츠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회사다.

김학선 : 그 전부터 이센스를 알고 있었는지, 어떤 인연으로 계약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김기현 : BANA를 구상하던 시기에 이센스와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 시기에 나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인터내셔널 A&R로 근무 중이었고 BANA를 시작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 두는 시점에 기사를 통해 우연히 이센스가 독립적으로 활동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 나는 이센스가 BANA와 함께 재미있는 일을 해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 연락했다. 처음 이야기를 꺼낸 순간부터 이센스는 BANA의 콘셉트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고 그렇게 이센스와 함께 시작하게 됐다. 그때를 시작으로 여러 우여곡절을 지나 지금까지 쭉 함께 하게 됐다.

김학선 : 계약할 때부터 첫 작품으로 EP가 아니라 앨범을 계획하고 있었던 건가?

김기현 : 이센스는 이미 검증된 래퍼다. 이센스 또한 누구보다 자신의 첫 정규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센스 커리어에 필요했던 것도 EP가 아닌 첫 정규 앨범이었다.

김학선 : 아메바컬쳐를 나온 뒤부터 이센스의 새로운 앨범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센스는 여기에 부담 같은 걸 느끼진 않았나?

김기현 : 이센스가 없는 자리에서 내가 대신 그의 속마음을 대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첫 정규 앨범이기에 매우 신중하게 같이 준비했다.

   
▲ (사진=BANA)

김학선 : 앨범 제작 전에 어떤 앨범을 만들어야겠다 얘기한 게 있었나?

김기현 :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자이자 A&R로서 아티스트인 이센스와 서로 소통하며 음반을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다. 이센스 본인이 앨범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으며 그것들에 대해 나는 조언하는 역할을 했다. 앨범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결정되자마자 바로 <The Anecdote>라는 콘셉트가 완성되었다. 제작자로서 무엇보다 신경 썼던 점은 <The Anecdote>라는 음반 이름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일이었다.

김학선 : 래퍼 이센스가 아닌 강민호 개인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것도 이미 결정돼 있었던 건가?

김기현 : 함께 무수한 논의를 해왔다. 하지만 실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아티스트에게 달려있다. 이센스는 흔한 '랩 게임'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동안 쌓여있던, 토해내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자신의 첫 정규 앨범에 담고 싶어 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미래에 이센스 본인이 직접 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김학선 : 많은 이들이 붐뱁(드럼의 킥과 스네어가 둔탁하고 단순하게 반복되는 형태의 비트) 사운드를 얘기하고, 1990년대의 사운드라는 말도 한다. 이런 사운드의 방향은 애초 계획돼있던 것이었나?

김기현 : 앨범에 맞는 트랙들을 찾고 구하는 시기에 이센스가 명확히 원하는 사운드와 방향이 있었다. 매우 구체적으로 "스시 같이 담백하고 미니멀한 트랙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자기가 원하는 방향이 명확했다. 어느 시대의 사운드를 모방하거나 복제하기보다는 재해석 하는 부분에 초점을 두었다.

김학선 : 이번 앨범은 프로듀서 오비 클레인 한 명이 비트를 전담했다. 요즘은 여러 비트 메이커들에게 곡을 받아 앨범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기현 : 애초에 기획했던 <The Anecdote>는 여러 명의 해외 프로듀서가 포진된 앨범이었다. 덴마크에서 오비와 두 번째 라이팅 캠프를 가지기 전까지만 해도 여러 해외 프로듀서들로부터 300개가 넘는 곡들을 받아서 모니터링 중이었다. 사실 오비와 가진 첫 번째 캠프는 이센스가 해외 프로듀서와의 작업 경험이 부족한 점을 감안해 트라이아웃 개념으로 진행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둘의 케미스트리가 완벽할 정도로 잘 맞았고, 그 첫 번째 캠프에서 <The Anecdote>의 첫 작업곡인 'Back In Time'이 나오게 되었다. 오비보다 더 유명한 프로듀서들도 많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기도 했지만, 이센스는 네임벨류나 프로덕션을 떠나 <The Anecdote>의 콘셉트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오비와 자신의 첫 정규를 완성하고 싶었던 마음이 강했다.

김학선 : 오비와는 어떻게 연결이 된 건지 궁금하다.

김기현 : 앞서 얘기했듯, BANA를 설립하기 전 SM엔터테인먼트에서 인터내셔널 A&R로 3년 가까이 근무를 했었다. 당시 내 포지션은 해외 프로듀서들과 많이 교류하는 역할이라 자연스럽게 음악 캠프를 통하여 오비를 알게 되었다. 당시부터 오비는 R&B 베이스 곡들을 많이 작업하였고 그와 친해지면서 그가 예전부터 미국에서 힙합 프로듀서로 활동한 것을 알게 되었다.

김학선 : 그동안 오비는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에게 곡을 줘왔다. 어느 부분에서 오비에게 앨범 전체를 맡겨도 된다는 믿음이 생겼나?

김기현 : SM엔터테인먼트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넘치는 프로듀서 풀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듀서들은 팝 성향이 강해, 힙합을 떠나 <The Anecdote> 프로젝트에 큰 메리트를 가진 사람은 드물었다. 오비는 현재 K-POP 작업물들로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애초부터 힙합 백그라운드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프로듀서다. 힙합의 시대별 질감이나 방향을 아주 잘 이해했으며 또한 적극적으로 힙합 트랙을 다시 작업해 보고 싶어 했다. 사실 오비에게 전체 앨범을 맡기게 된 것은 작업 과정에서 정말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었다. 물론 이센스는 작가로서 <The Anecdote>에 담고 싶은 이야기를 작업실 밖에서도 끊임없이 고민했겠지만, 정작 <The Anecdote>를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시간만 따져보면 23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때 퍼즐의 조각이 맞춰지듯이 모든 일이 놀라울 정도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김학선 : 국내에도 많은 비트 메이커들이 있고 이센스와 작업을 해온 이들도 있다. 국내 아티스트와의 작업은 고려해보지 않았나?

김기현 : 물론 국내에도 좋은 비트 메이커들이 존재한다. 다만 우린 좀 더 특별하고 재미있는 방식을 원했다. 난 SM 인터내셔널 A&R로 근무를 하며 여러 해외 프로듀서와 작업했기에 그들과의 작업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이센스 또한 자신의 첫 정규 앨범은 색다른 방식으로 작업하고 싶어 했다.

김학선 : 앨범은 전체적으로 붐뱁 비트로 채워져 있는데 본토인 미국 프로듀서와의 작업은 생각해보지 않았나?

김기현 : 오비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에서 주로 활동했던 프로듀서다. 그때 당시 데저트 스톰(Desert Storm) 멤버로도 속해 있었으며 많은 이들이 잘 아는 프로듀서 영 구루(Young Guru) 밑에서도 활동했던 프로듀서다. 그래서 국적은 큰 상관이 없었다.

김학선 : 최근 발표하는 힙합 앨범들과는 달리 게스트로 참여한 아티스트도 거의 없다.

김기현: 애초에 함께 음반을 기획할 때 피처링 참여진을 딱 한 명만 두자고 했다. 그 참여진이 누가 될지에 관해서는 몇몇 후보들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김심야(Kim Ximya)가 될 줄은 몰랐다.

김학선 : 유일한 게스트 김심야의 랩도 인상적이었다. 생소한 래퍼인데 소개를 해준다면.

김기현 : 김심야는 현재 준비중인 'XXX'라는 듀오의 메인 래퍼이다. 'XXX’는 프로듀서 FRNK와 김심야로 이뤄진 그룹이고, 이미 이전에 이들이 공개했던 믹스테이프 덕분에 몇몇 매체에서도 관심을 보인 팀이기도 하다. 현재 BANA에서 미디어 팀을 담당하는 임대범이 이들을 처음 알게 되어 나에게 들려주었다. 둘의 작업물을 듣는 순간 그들의 음악에 놀랐고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을 때 이센스에게도 들려줬는데 이센스 또한 감탄했다. 우린 애초에 이번 앨범에 참여할 래퍼로 베테랑 래퍼 한 명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이센스는 김심야의 실력을 매우 인정했기 때문에 자신의 첫 정규 앨범에 김심야와 함께 하고 싶어 했다.

   
▲ (사진=BANA)
김학선 : 앨범에는 총 10곡이 실려 있는데 처음 오비가 들려준 곡은 몇 곡 정도였나?

김기현 : 오비와 첫 작업을 결심한 작년 7월 덴마크 방문 때 오비가 미리 우리에게 선보일 트랙들을 준비해 놓았었다. SM과의 작업이 익숙했던 오비는 다소 대중적인 곡들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그 곡들을 듣는 순간 우리는 단박에 거절했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풀어내고 싶은지 다시 처음부터 강조해가며 설명했다. 오비가 그 당시 계속 "이렇게까지 해도 돼?"라고 물어보면서 작업에 흥미를 가지고 진행했던 게 기억난다. 그 후부터 오비는 <The Anecdote>의 방향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특별한 리드 없이 트랙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첫 곡이 'Back In Time'이었다. 우리 모두, 작업 현장에서 그때그때 조율하며 서로 충분한 대화를 통해 진행했기 때문에 별도의 비트 초이스 과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김학선 : '비행'을 비롯해서 몇몇 곡을 앨범 발매 전에 공개했다. <The Anecdote>에 넣어도 좋을 만큼 좋은 곡들이었다.

김기현 : '비행'은 <The Anecdote>의 콘셉트와는 다소 맞지 않는 점이 있어 뺐다. 우린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콘셉트에 맞지 않는 곡들은 수시로 공개하자고 했었다. <The Anecdote>가 나오기 전까지 공개된 무료 곡은 5곡 정도이며 그 곡들은 사실 전략적인 측면에서 무료로 공개된 곡들이다. 때론 가질 수 없는 곡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곡을 싱글로 발매하는 방식이 회사의 수입 면에선 큰 이득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오히려 무료 공개 곡들만이 갖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학선 : 오비에게 비트만을 받아서 한국에서 작업할 수도 있었고, 실제 외국 프로듀서에게 곡을 받을 땐 이런 방식으로 작업을 많이 한다. 덴마크까지 직접 가서 작업한 이유가 있나?

김기현 : 만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거나 트랙이 특출하게 좋을 경우엔 비트를 주고받는 방식이 큰 타격이 없을 수도 있지만, 사실상 가장 좋은 방식은 앨범 작업 초반부터 프로듀서와 아티스트가 머리를 맞대고 작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음악 시장에서 해외 프로듀서와 작업할 경우 이런 방식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직접 대화하는 것만큼 빠르고 정확한 방법은 없다.

김학선 : 덴마크에서의 작업은 어땠나? 확실히 한국에서 작업할 때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결과적으로 외국에서 작업한 걸 만족하는지 궁금하다.

김기현 :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프로듀서와 작업하는 것은 항상 낯설고도 새로운 작업물을 탄생시킨다. <The Anecdote>를 작업하며 보낸 약 3주 정도의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주 멋지고도 조금은 비현실적인 시간들처럼 느껴진다. 오비 또한 자신이 그동안 음악 작업을 하며 이렇게 타이트한 시간 내에 만족할 만한 프로덕션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특히 작년 10월쯤인 두 번째 캠프에서는 하루에 트랙을 두개씩 찍으며 녹음과 작업을 반복했다. 물론 앨범에 탈락한 곡들도 더러 생겨났지만 너무 완벽하게 만들어진 시나리오처럼 앨범에 맞는 곡들이 하나씩 차례차례 나오기 시작했다. 다시 생각해도 모두에게 잊지 못할 드라마틱한 작업 과정이었다.

김학선 : 앨범뿐 아니라 유튜브에 공개한 앨범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인상적이었다.

김기현 : 앨범 구상 초기부터 생각했던 기획이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비교적 결과에 집중하지, 그 과정에 대한 세심한 언급엔 큰 관심이 없는 듯했다. 미디어에서도 앨범 기획에 대한 포커스나 그 과정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포커스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 의도한 콘텐츠를 제대로 만들고 끌고 가기 위해선 한 아티스트가 가진 모습과 작업 과정을 진지한 시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센스의 첫 솔로 싱글 'I'm Good' 컴백 때도 같은 제목의 'I'm Good'이라는 리얼리티 쇼를 따로 기획했었다. <The Anecdote>는 그 프로젝트에 맞게 동시에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 물론 현재 상황이 상황인지라 애초 기획했던 최종 프로덕션과 같은 다큐멘터리를 완성해 선보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센스와 오비가 작업하는 과정을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만족한다. 현재 'Short Edit'로 공개했지만 상황이 허락한다면 애초 기획한 버전으로 완성도를 높여 다시 한 번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싶다.

김학선 : 다큐멘터리 중간에 오비가 언어가 통하지 않음에도 이센스의 랩을 듣고 감탄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립 서비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오비는 이센스의 랩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

김기현 : 만약 립 서비스가 있었다면 정말 오비가 연기를 잘 한 걸 거다. 그렇게 느낄 정도로 오비는 이센스와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작업에 임했다. 기본적으론 언어의 장벽 때문에 어떤 내용을 얘기하는지 서로 알아듣지 못했겠지만, 이센스가 작업 도중 느낌이 안 오는 부분이 있을 때 통역 없이 오비가 그것을 캐치하여 조언해주는 상황은 매우 놀라웠다. 특히 이센스 녹음 현장에서 개인적으로 소름 돋을 정도로 좋게 들었던 대목에선 늘 오비도 나와 같은 것을 느끼고 반응했다. 오비가 이센스와 작업하면서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간 힙합은 어느 장르보다 가사의 중요성이 크다고 생각해왔는데 이센스와 작업한 후로 언어를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김학선 : 완성된 음악을 듣고 오비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

김기현 : 정말 시대를 타지 않는 소중한 앨범이라고 몇 번을 되새기며 이야기하곤 했다. 특히 자신이 내고 싶었던 힙합 앨범을 이센스를 통해 낼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했다.

김학선 : 스튜디오에서 이센스가 계속 가사를 쓰는 장면이 나온다. 대부분의 가사는 이렇게 현장(스튜디오)에서 쓴 건가? 그 전에 이미 오비의 비트를 들었을 텐데 그냥 수정 작업을 했던 건가?

김기현 : 오비 트랙들은 덴마크 작업 기간 동안 나왔기 때문에 사전에 비트를 듣고 가사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오비가 작업을 시작하면 초반에 깔린 드럼 라인을 받아 바로 가사 작업에 들어갔다. 대부분 가사가 완성되면서 트랙 또한 살이 붙어 완성되었기 때문에 비트와 가사가 동시에 작업되어 완성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김학선 : 싱글이 아니라 철저히 앨범 지향적인 작품이다. 앨범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제작자의 입장에서 상업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김기현 : <The Anecdote>는 당연히 '앨범'이 가져야하는 기본적인 태도로 나온 앨범이다. 이것은 특별하게 색다른 방식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앨범'으로서 존재해야 하는 콘텐츠들로 구성되어 있다. 앨범은 그 자체로 콘텐츠로서의 파급력을 발휘할만한 수준을 갖추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기에 앨범이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더 상업적이다. 이것은 앨범을 만들 때 가져야 하는 당연한 태도이기 때문에 우려는 없었다.

김학선 : 발매와 동시에 음반만 16000장이 나갔다고 들었다. 이 정도 반응을 예상했나?

김기현 : 놀라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다만 현재 이센스가 마주한 상황을 피하면서 이야기하는 것 또한 거짓말이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 누구보다 이런 음반을 내고 싶어 했던 당사자가 가까이서 이런 것들을 보고 느끼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

   
▲ 지난달 27일 발매된 이센스의 'The Anecdote' (사진=BANA)
김학선 : 앨범 재킷이 아주 단출하다. 아트워크는 어떤 의도인지 궁금하다.

김기현 : BANA(Beasts And Natives Alike)라는 네이밍, 그리고 BANA에서 나온 모든 콘텐츠의 아트워크는 BANA의 비주얼 아트를 맡고 있는 김현지로부터 나온 작업이다. 이센스의 첫 정규 앨범에 대한 방향성을 들려주었을 때 <The Anecdote>라는 네이밍 또한 김현지로부터 나왔다. <The Anecdote>는 한 개인의 '일화'를 바탕으로 나온 앨범이기 때문에 한 사람의 땀과 눈물을 받아주며 늘 손에 쥐고 다니는 손수건이 아트워크의 메인 콘셉트가 되었다. 또한 하얀색 손수건이 현재의 여러 가지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김학선 : 앨범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고 시장에서의 반응도 좋다. 혹시 앨범 발매 뒤에 이센스를 만나보았나?

김기현 : 앨범 발매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면회는 자주 간다. 최대한 자주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물론 앨범에 대한 소식을 많이 전하지만 지금은 마냥 기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씁쓸하다.

김학선 : 아티스트가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어떻게 홍보를 해 나갈 예정인가?

김기현 : BANA는 최대한 아티스트의 뒤에 서서 받쳐주고 밀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은 곳이다. 사실 이번 인터뷰도 아티스트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다. 앞으로 여러 가지 흥미로운 방식과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새로운 작업물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우리의 일은 전형적인 미디어의 활용이 아닌 그 너머의 것을 보고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의아하게 보일 수도 있다. 당장은 드러나기 힘들고,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모두가 우리의 방향성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란 믿음이 크다.

김학선 /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 <스페이스 공감>의 기획위원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을 맡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K-POP, 세계를 홀리다>라는 책을 썼다. 

▶[김학선의 소리 나는 리뷰] 더 찾아보기

김학선 / <보다> 편집장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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