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JYJ 멤버 김준수의 솔로 3집 앨범이 나왔다. 하지만 6년 가까이 방송출연을 강제로 ‘금지’당하고 있던 김준수는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 후보에 올라도 여전히 방송에 모습을 나타낼 수 없다. 새 앨범을 가지고 나와도 곡을 알릴 최소한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가수를 위해, 팬들은 EBS <스페이스 공감>을 찾았다. 좋은 ‘공연’을 할 수 있는 가수라면 누구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스페이스 공감>의 특성에 착안해, 팬들이 직접 ‘김준수 섭외’를 요청한 것이다.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6년 만의 방송 출연’이라는 꿈은 거짓말처럼 이뤄졌다. 김준수 편 공연 신청자는 오픈 3시간 만에 10000명을 돌파했다. 13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초구 도곡동 EBS 본사 내 스페이스 홀에서 열린 김준수의 공연에는 신청자 55055명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별된 150명만 초대받을 수 있었다. 사전 신청한 기자들을 대상으로 ‘공청’(TV 화면으로 실시간 녹화 현장을 보는 것)이 이루어졌던 3층 소회의실도 열 명이 훌쩍 넘는 기자들로 빼곡하게 찼다. 모두가 오랜만에 방송 무대에 오르는 김준수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7시 37분 큰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김준수는 “(무대와 관객석 사이가) 엄청 가깝네요. 오늘 녹화인데 잘 부탁드릴게요”라는 인사말 후 <사랑은 눈꽃처럼>(KBS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OST)을 첫 곡으로 선사했다. 본 공연에 앞선 리허설 후 “컨디션 최고!”라는 SNS가 실감날 정도로, 6년 만의 방송 출연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능숙하게 노래를 불렀다. 작고 고요한 소극장 안에는 오직 피아노 반주와 김준수의 목소리만이 존재하는 듯했다.

“영영 없을 것 같았던” 음악방송 무대에서 날아다니다

6년 만의 무대는 김준수에게도 무척 ‘소중한’ 기회였다. 김준수는 “가수이지만 6년 만에 음악방송으로 이렇게 인사드리게 된 시아”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사실 영영 없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음악방송에서, 이런 무대에 설 수 있고 방송에 방영될 수 있게 도와주신 EBS 국장님과 <스페이스 공감>의 PD, 작가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 13일 오후 7시 35분, JYJ 멤버 김준수가 6년 만에 음악방송 무대에 올랐다. (사진=EBS)

김준수는 “무엇보다도 사실 이렇게 소극장에서 공연을 한 번 해 보고 싶었다. 이렇게 정말 소리만 오롯이 퍼질 수 있는 공간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스페이스 공감>을 통해서 꿈까지 이루어져서 너무너무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노래해 본 게 데뷔 이래 처음”이라며 “어색하긴 하지만 이 거리감을 특징으로 살릴 수 있는, ‘교감’할 수 있는 공연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준수는 3집 수록곡 <Reach>, 2집 수록곡 <11시, 그 적당함>, 3집 수록곡 <나비> 등 솔로 앨범에 담긴 노래부터 뮤지컬 <모차르트>의 넘버 <황금별>과 <드라큘라>의 넘버 <Loving You Keeps Me Alive>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공연을 이끌어 나갔다. 9인조 밴드를 구성해 온 김준수는 반주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악기 없이 도입부부터 1분 가까이 진행되는 <11시, 그 적당함>을 부를 때에는, 김준수의 목소리와 숨소리만이 공연장을 채웠다. 누군가 침이라도 꼴깍 삼켰다면 그 소리마저 전해져 올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매년 열리는 김준수의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다는 ‘지니 타임’은 이날 녹화현장에서도 이루어졌다. 지니 타임은 김준수가 관객들의 3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다. 팬들의 요청으로 김준수는 1집 수록곡 <이슬을 머금은 나무>, <돌고 돌아도>와 뮤지컬 <엘리자벳>의 넘버 <엘리자벳 문을 열어주오>를 불러 주었고 덕분에 팬들은 ‘소원 성취’를 했다.

공연인 듯 방송인 듯 팬들과 친밀한 대화를 이어간 점도 볼거리였다. 김준수는 곧잘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졌고, 친구와 이야기하듯 농담을 했다. 팬들을 둘러보고는 “지금 많이 놀라고 있는 게, 우리 팬 분들이 생각보다 미인이시구나!”라고 해 웃음을 자아내고는 “(그동안) 미인이 아니었던 게 아니라… 가깝게 뵌 적이 거의 없잖아요. 근데 생각보다… 아니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외모의 평균이 있다면 우리 팬분들은 평균 이상이구나, 중요한 건 ‘미인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예요”라면서 ‘급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방송 아니면 할 수가 없어요, 마흔 살 되지 않는 이상”

데뷔 이후 가장 관객과 ‘가까운’ 곳에 섰던 김준수는 팬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자주, 그동안 겪었던 힘겨운 시간을 되새겼고 동시에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방송무대’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 방송 아니면 할 수가 없어요. 제가 40살 되지 않는 이상… (웃음) 이런 자리가 쉽지는 않을 테니까. 이런 하나하나의 장면들을 제 눈에도 담고 있거든요.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여기 계신 분들은 많이 아시겠지만 방송을 6년 간 못하면서… ‘안 하면서’로 할게요. ‘못하면서’는 슬프니까. 제가 일부러 ‘안 하면서’! 이건 좋아서 한 거예요. <스페이스 공감>은 아무나 오는 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한 거지~”

“맨 처음에 <모차르트>라는 뮤지컬을 선택하게 된 게 이 곡의 가사말을 듣고 나서였어요. 심경적으로 너무나 많이 힘든 상태였는데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가요나 앨범이 아닌 뮤지컬로 무대에 선다는 게 두려움이 되게 컸었던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노래 가사말을 들었을 때 정말 제가 어떤 큰 변화를 겪고 나서 세상에 대고 외치고 싶던 말들이었어요. ‘사랑은 구속하지 않는 것, 사랑은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 때로는 아픔도 감수해야 하지만’ 이런 가사가 그때 저에 대해서 많은 대중 분들의 시선이나 기자 분들이 쓰셨던 글들에 반박하고 싶었던 정말 저의 마음이었거든요.

원래 모차르트는 (이 노래를 듣고) 하늘을 보면서 큰 꿈을 갖고 상상하는, 그런 기분 좋아하는 표정을 지었어야 됐는데 저는 이 신에서 매번 울었던 것 같아요. 원래 울면 안 되는 신인데 매번 울었던 기억이… 참아도 참아도 울었던 기억이 있고. 오늘날 이렇게 뮤지컬 배우로 있을 수 있게 첫 입문하게 해 줬던 곡이자 세상에 대고 외치고 싶었던 곡이라 준비해 왔습니다. 그러면 <황금별> 들려드릴게요. 골든 스타, 불러드리겠습니다”

“재밌나요? 순간 방송인 걸 계속 까먹고… 뭔가 제가 이번 공연을 기획해서 한 듯한 느낌이 들어서 재밌고 좋네요. 여러분들도 오늘을 기억하셔야 해요. 저도 언제 올 지 모를 것 같아서 제가 기억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저도 지금 이 공간의 공기까지도 기억하겠습니다”

“정말 55000건 응모자 분들 중에서 계신 여러분들입니다! 150석밖에 되지 않지만 너무나 많은 분이 응모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제가 그래서 그런 걸 바라고 그런 걸 보고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더 지칠 수 없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의 사랑으로 사실 오늘 이 자리도 있는 거예요. 방송이고 뭐고 노래를 지금까지 하고 있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저는 모든 게 이 무대에 선 이 순간까지도 여러분들이 모든 걸 다 만들어주신 자리라고 생각해서 그만큼 더 정말… 무대 자체를 뭐라고 해야 되나, 보물을 다루듯이 정말 그런 마음가짐으로 첫 곡부터 섰고요. 오늘 여기 계신 분들 때문에 오늘 제가 이 자리에도 있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김준수는 “일반적인 꽃의 의미는 아름답고 고귀하고 온화하면서 화려한 이미지라면, 제가 이 곡으로서 얘기하고 싶은 꽃은 ‘소외받은 것’, 그런 것까지도 돌보면서 가자. 손이라도 한 번 더 내밀어주고 한 번 더 쳐다봐주고 가자는 것”이라며 3집 타이틀곡 <Flower>를 마지막 곡으로 불렀다.

“방송 무대에 선다는 게 너무 힘들어요”… 앵콜곡 부르면서 결국 눈물

▲ 김준수는 이날 공연 도중“여러분들도 오늘을 기억하셔야 해요. 저도 언제 올 지 모를 것 같아서 제가 기억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저도 지금 이 공간의 공기까지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진=EBS)

1분 넘게 관객들이 ‘앵콜’을 외치자, 김준수는 다시 무대에 등장해 “앵콜 감사하다. 사실 준비는 했는데 앵콜 소리가 안 나오면 안 하려고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앵콜곡이자 ‘진짜 마지막 곡’은 윤종신-정인이 함께 부른 <오르막길>이었다. 김준수는 “꼭 부르고 싶었다”며 곡 선정 이유를 들려줬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서 꼭 부르고 싶었어요. 오늘 제가 사실 6년 간 방송활동을 못했다고 몇 번 아까부터 얘기했지만 사실 되게 대한민국의 가수로서 대한민국의 방송에 전혀 나갈 수 없다는 점은 좀 여러 가지로 많이 힘든 건 사실이에요. 물론 예전에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 나갈 수 있었고) 우선순위를 둬야 해서 (방송을) 취소하곤 했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컨택들이 들어올 수도 없는 상황이고, 해도 부담인 상황이죠.

사실 그 와중에도 앨범을… 그것도 요즘 시대에 누가 10곡 이상을 앨범을 내요. 찾아보세요. 없어요. 13곡, 14곡, 10곡 앨범을 낸다는 건 저도 그렇고 저희 회사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많은 용기와 도전이 많이 따르는 게 사실이에요. 방송활동을 편하게 해도 꺼려지는 게 앨범인데 그걸 못하는 걸 알고 앨범을 내는 게 진짜 힘든 건데… 제가 슬픈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팬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앨범을 낼 수 있었고 공연을 돌고 버티다 버티다 보니 오늘 이 자리까지 서게 되네요.

참 되게 힘들어요. 이 방송 무대에 선다는 게 너무 힘들어요. 왜 이렇게 힘든지는 모르겠는데… 그래서 너무나 감사드리고 잊을 수 없는 시간일 것 같고 여러분들과 제가 같이 지금까지 참 많은 변화를 겪고 오늘날 이 무대에 서기까지 같이 여러분들과 함게 한 발 한 발 걸어갔던 길을 부르겠습니다”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만 김준수는 울먹임 때문에 노래를 마무리하지 못해 다시 불러야 했다. 팬들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공연을 시작한 지 1시간 30분째였던 9시 5분께 모든 공연은 끝났다. 김준수는 “오늘 <공감>은 이로써 바이바이하고요~ 18, 19일 제 콘서트에 오세요! 안녕!”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퇴장했다. EBS <스페이스 공감> - 김준수 편은 오는 30일 밤 12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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