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업무를 맡은 현장 지휘관으로는 처음으로,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했던 해경 123정의 김경일 정장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광주지방법원 형사 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11일 오후 2시,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해경 경위)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을 일부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구조 업무를 담당한 현장 지휘관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지난해 4월 28일 김경일 전 123정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구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재판부는 “김경일 정장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할 해경으로서 123정 승조원들에게 눈앞에 보이는 사람을 건져 올리도록 지시했을 뿐, 승객들을 배에서 빠져나오도록 유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참사 12일째였던 지난해 4월 28일 기자회견까지 열어 ‘퇴선방송을 했다’고 한 김경일 정장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경일 정장이 123정 방송장비로 퇴선방송을 하거나 승조원들을 통해 퇴선 유도 조치를 했다면 일부 승객들은 선체에서 빠져나와 생존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하직원에게 구조활동 관련 허위진술을 하게 하고, 참사 당시 함정일지를 재작성하는 등 김경일 정장의 행위를 질책하며 “김경일 정장은 잘못을 반성하기보다는 퇴선방송을 했다는 허위 인터뷰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큰 상처를 주었다”고 말했다. 김경일 정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뿐 아니라 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 혐의에서 유죄를 받았다.

국가 책임 일부 인정… ‘4년 선고’에 유가족들 오열

이번 판결은 ‘국민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할 해경’의 ‘부실구조’를 인정한 것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현장 구조 책임자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물어 결과적으로 ‘공무원들에게는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유가족들은 검찰이 구형한 7년보다도 작은 ‘징역 4년’에 크게 반발했다.

▲ 416 가족협의회가 김경일 전 123정장에 대한 선고가 나온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유가족들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에 ‘항소할 것’을 요구했다. 416 가족협의회는 “123정장은 구조업무에 필요한 주의를 다하지 않았다는 업무상 과실치사를 넘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돼도 문제없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를 인정하면서도 겨우 징역 4년을 선고했다”며 반발했다.

416 가족협의회는 “또 법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공무원들이 업무 시 기울여야 할 주의의무의 정도에 대한 표지가 되어야 할 이번 판결을 사실상 ‘공무원에 대한 면죄부 판결’로 만들었다”며 “국민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공무원들이 최소한의 주의의무조차 기울이지 않더라도 죄가 가볍다는 이번 판결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애쓰는 모든 국민의 노력을 무로 돌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416 가족협의회는 “비록 이번 판결에서 123정 정장에 대해 징역 4년이 선고되었으나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다. 판결이 담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은 반드시 바로 잡혀야 한다”며 “검찰은 반드시 항소해 주시기 바란다. 가족들도 자료를 찾고 제출하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416 가족협의회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박주민 변호사는 “승객 사망이라는 결과와 123정장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의 인과관계가 아주 일부분만 인정됐다”면서도 “현장에 출동했던 해경이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재판부가 인정한 셈이다. 앞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이번 판결이 국가의 책임을 묻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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