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56
default_setNet1_2

조금 다른 속도로 어른이 되는 아이들

기사승인 2022.05.13  11:11:59

공유
default_news_ad1

- [주관적이고, 사적이고, 사소한 이야기] 경계에서 만난 사람들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다른 시간에 사는 아이들이 있다. 코알라의 낮잠처럼 아주 더디게 흐르는 시간 속에 사는 아이들이 있다. 장애와 비장애 경계에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아이들. 그중 한 아이를 알고 있다. 나는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지능은 아이에게서 더는 발달하지 않지만, 몸은 일반인과 같이 성장하는 아이였다. 바꿀 수 있다고, 바뀔 수 있다고 어리석은 생각을 했던 때도 있었다. 그래서 무리하게 아이에게 완력을 사용한 적도 있었다. 걱정하며 바라보던 시간이 있었다. 걱정했던 시간이 부끄러울 정도로 아이는 잘 커 줬다. 아이는 성인이 되는 과정에 많은 사람을 만났다. 

좋은 담임선생님도 있었지만 나쁜 담임선생님도 있었다. 나쁜 담임선생님부터 말하자면 당시에는 그런 일들이 있었는지 몰랐다.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아이의 누나가 털어놓은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되었다. 아이는 정확한 단어로 자신의 상황을 전달할 수 없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이 어떤 일인지 잘 모르기도 했지만 정확하게 몰랐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아이는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놀아주는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누구든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면 본능적으로 그 사람에게 집착하게 된다. 4학년 때였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짝이었던 Q가 아이에게 친절하게 잘해주었다. 아이는 Q를 많이 좋아하고 따라다니게 되었다. 이를 지켜본 담임선생님은 Q를 불러 웃으며 말했다. Q야, 아이보고 운동장 열 바퀴 뛰어 보라고 해봐. 아마 네 말은 다 들을 걸. 해봐. 더운 여름이었다. Q는 싫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Q를 몰아붙이며 시켜보라고 했다. Q는 입을 꾹 다물고 절대 말하지 않았다. 

그것뿐만 아니었다. 아이의 누나를 시도 때도 없이 불러 네 동생이 일을 저질렀다, 못 살겠다며 누나도 괴롭혔다. 당시 누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감내했다. 당시 Q도, 누나도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들이었다. 힘들었을 텐데 견뎌준 Q에게, 누나에게 감사한다.

물론 나쁜 선생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선생님도 있다. 5학년이 되어 담임선생님이 바뀌었다. 아이에게 많은 관심을 가진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에게 아이와 같은 아들이 있다고 들었다. 선생님은 아이의 어머니를 불러 교육받을 기관과 취미로 재미있게 하며 손 근육이 발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예도 소개해주었다. 선생님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연락하고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상담받을 수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5학년 담임선생님이 없었다면 힘들고 고된 길을 더 힘들고 고되게 걸었을 것이다. 정말 고마운 진정한 스승이었던 담임선생님께 감사한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아이는 교과과정을 이수하고 직업 교육을 받아 취업했다. 처음에는 일정 시간 동안 정해진 학교에서 청소하거나 간단한 작업을 맡았다. 소근육이 잘 발달 되지 않아 걸레에 물이 흥건한 일이 많았는데 담당 관리를 맡은 선생님은 별말 없이 넘어가거나 걸레를 짜주었다. 하지만 그 일을 오래 하지는 못했다. 별말 없었지만 다시 채용하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이후 도서관에서 일하게 되었다. 도서관 사람들은 항상 아이를 칭찬했다. 누구에게나 칭찬은 성장의 에너지가 된다. 아이가 일을 하나 해낼 때마다 잘한다고 하며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알려주었다. 코로나 여파로 다른 도서관으로 이직하게 되었다. 그곳은 아이를 칭찬하기보다 야단치는 곳이었다. 아이는 잔뜩 주눅 들어서 많이 속상해하고 불안해했다. 자신도 잘할 수 있는데 매번 못한다며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했다. 일하고 싶은데 일하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했다. 전에 다니던 도서관에 다니고 싶다고 했다. 

비장애인의 시점에서 성인이 된 아이는 짜증 나고 귀찮은 존재였을 것이다.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지만 기본 상식과 이해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라면 따뜻한 마음이 없는 사람들이다. 지금 아이는 제법 일을 잘하고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앞으로도 성인인 아이는 좋은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는 날도 있고, 웃는 날도 있겠지만 웃는 날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아이에게 웃는 날이 더 많은 세상이 펼쳐졌으면... 

김은희,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김은희 postboat22@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ad45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