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와 SBS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모찬스 논란을 비켜가는 모양새다. 한 후보자의 부모찬스 논란은 국민적 관심사인 교육 문제와 관련 있다.

한겨레는 지난 4일 한 후보자 딸이 엄마 친구가 임원인 모 기업에서 노트북 50대를 후원받아 복지관에 기부한 정황을 보도했다. 이후 한 후보자의 딸이 광고성 인터뷰 기사, 약탈적 학술지 논문 투고 등 대학 입학을 위한 스펙을 쌓았다는 의혹이 쏟아졌다. 한 후보자는 관련 의혹을 제기한 한겨레를 고소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KBS, SBS 메인뉴스에서 9일 인사청문회 전까지 딸 스펙쌓기 의혹 보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한 후보자가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보도는 빠지지 않았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빠찬스 논란을 다룬 것과 대조적이다. 4일 SBS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의혹에 대해 취재기자와 앵커가 대담하며 집중 조명했다.

SBS는 인사청문회를 앞둔 한 후보자의 입장을 전했다. SBS는 7일 <한동훈 "'검찰 수사권 폐지 대응' 가장 시급한 현안“>에서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는 취임 시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검찰 수사권 폐지 문제를 꼽았다"고 보도했다.

KBS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한동훈 후보자의 '아파트 딱지 거래' 의혹을 8일 단독 보도했다. 탐사보도부의 인사검증 보도로 한 후보자가 25살인 1998년에 '딱지 거래'를 통해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내용이다.

MBC가 그나마 부모찬스 논란을 보도했으나 오보로 밝혀졌다. MBC는 4일 <[단독] 한동훈 장녀 서울시장상·인천시장상 수상?‥시에선 "준 적 없다">를 보도했다. MBC는 미국의 한 온라인 매체가 한 후보자 딸의 교육 봉사 활동을 소개하면서 서울시장상, 인천시장상 등의 수상 이력을 언급했으나 해당 지자체에는 상을 준 기록이 없다’고 전했다. MBC는 인천시와 서울시에 한 후보자 자녀에 대한 포상 수여 내역을 문의한 결과 ‘내역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는 5일 설명자료를 내고 “수상 여부를 재차 수기기록 및 대외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재검증하는 과정에서 법무부장관 후보자 장녀의 수상내역이 시스템에 누락되었음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4일 KBS '뉴스 9'(위) SBS '8뉴스'(아래) 방송화면 갈무리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10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정권의 눈치보기’가 강하게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윤 이사는 “KBS와 SBS가 한동훈 후보자 자녀 의혹을 왜 보도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며 “그동안 다른 장관 후보자 자녀에 대한 의혹에 대해 짚어주던 언론이 한 후보자 자녀 의혹만 보도하지 않는 것은 ‘핵심 권력자 눈치보기’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윤여진 이사는 “위법성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한 후보자의 자녀와 관련한 의혹은 특권층의 문제”라며 “일반 국민들은 한 후보자가 자녀에게 해줬던 것처럼 ‘스팩’을 만들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이사는 “자녀 문제를 떠나 한 후보자와 같은 특권 계층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것이 문제”라며 “특히 법무부는 출입국 관리, 교정시설 등 일반 시민들의 인권을 다루는 부서인데, 특권층인 사람이 관련 행정에 이어서 어떤 관점을 갖는지 언론이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이사는 “특히 공영방송과 지상파방송은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한 후보자 검증 보도에서 두드러진 문제로 언론의 ‘선택적 보도’를 꼽을 수 있다”며 “특히 2019년 당시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검증 보도와 비교하면 편파성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신 사무처장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 개각 발표일부터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개최가 결정된 날까지 27일간 KBS와 SBS는 메인 뉴스에서 조국 후보자 검증 보도를 각각 78건, 104건 보도했다. 이중 KBS 보도의 96.2%, SBS는 98.1%가 조국 후보자 본인과 가족 의혹이었다.

신 사무처장은 “KBS, SBS가 정호영 후보자 자녀 ‘아빠 찬스’ 논란을 적극 보도한 경우와 비교해도 이번 한동훈 후보자 딸 의혹을 외면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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