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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은 실패했다

기사승인 2012.04.20  11: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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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과 같은 변호사 태어날 수 없는 세상돼 버려

로스쿨 도입은 노무현 정권이 결행했다. 김영삼 정권이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김대중 정권도 검토했으나 도입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은 다양한 법무수요를 충족하고 날로 복잡화-다기화하는 사회변화에 맞춰 전문적인 법무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미국을 흉내 내서 로스쿨을 도입했다.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사법개혁을 외치며 밀어붙였던 것이다. 그런데 도입취지를 살리기는커녕 부유층의 변호사양성학교로 전락하고 말았다.

   
▲ 지난 4월 2일 로스쿨생을 검사로 처음으로 임용한 검사 임관식

로스쿨이란 미국식 법학교육제도는 당초 도입할 가치도 이유도 없었다. 우리말을 버리고 영어로 로스쿨이라고 부르는 것도 우습다. 법학전문대학원이란 번역도 적확하지 않다. 대학원이면 전문과정인데 구태여 전문이란 단어를 쓰는 까닭도 모르겠다. 대학에서 비법학 전공자도 많은데다 법학연구보다는 법무행정을 주로 공부하니 그냥 법무대학원이란 표현이 옳다. 대학전공을 살리면 다양한 법무수요를 충족한다고 판단한 모양인데 이 또한 현실감 없는 짓이다.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려면 대학에서 전공에 전념하기 어렵다.

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다. 웬만한 봉급생활자는 자녀 대학 보내기가 너무나 힘겹다. 많은 대학생들이 1년 내내 아르바이트해서 한 학기 등록금 마련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돈이 없어 군대에 가거나 휴학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런데 법조계로 나가려면 대학을 졸업한 다음 다시 3년간 로스쿨에 다녀야 한다. 등록금도 대학에 비해 배 가까이 비싸다. 한 학기에 국립대은 430만~670만원, 사립대은 750만~1000원이다. 여기에다 로스쿨에 들어가려고 또 입시학원에 다닌다. 부자가 아니면 로스쿨에 갈 엄두조차 못 낸다.

미국에서는 변호사 아버지 변호사, 변호사 아들 변호사라는 말이 있다. 학비가 비싸니 변호사 아들이나 다닐 수 있다는 소리다. 또 변호사가 세습화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로스쿨이 전문직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는 이유로 장학금이 거의 없다. 학문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대학원과 다르다는 것이다. 가난한 학생이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취직을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례가 많다. 로스쿨 도입 당시 부자학교라는 비판이 일자 인가조건으로 전체학생의 20%에게 장학금 주도록 했다. 결국 기초학문에 돌아갈 몫을 뺏어간 꼴이다. 장학금도 가난한 학생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당장 돈을 벌어야 먹고사는 학생들에게는 말이다.

2009~2012년 4년간 서울대 로스쿨 입학생 614명 중에 54.7%가 특목고, 자사고, 강남3구 출신이다. 부유층 자녀의 입학률이 높다는 뜻이다. 그 비율도 2009년 51.3%에서 2012년 61.7%로 높아졌다. 15개 수도권 로스쿨에 입학한 지방대 출신이 모두 109명로 전체 입학생 4,692명의 2.3%에 불과하다. 서강대는 4년간, 서울대는 최근 3년간 지방대 출신을 뽑지 않았다. 반면에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의 4년간 수도권 로스쿨 입학비율은 64.3%이다. 일부 고교-대학교가 독점해온 사시체제를 바로잡겠다고 로스쿨을 도입했지만 오히려 독점이 심화됐다.

법무부가 지난 3월 23일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1,451명을 발표했다. 응시자대비 합격률은 87%이고 입학정원대비 합격률은 72%이다. 법무부가 서열화를 우려해 학교별 합격자 비율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알려질 건 다 알려졌다. 지방대가 수도권 대학보다 합격률이 훨씬 낮다. 그러니 방학 때마다 서울 신림동 고시학원에 다닌다. 학점취득과 변호사시험에 도움이 되지 않는 법철학, 법조윤리, 국제법, 지방자치법, 인권론 같은 소양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법학교육의 다양화-특성화란 한낱 구호에 그친 꼴이다.

학비부담이 크니 학자금 융자가 갈수록 늘어난다. 그런데 취직의 문은 좁아 신용불량자가 양산되어 미국 꼴이 날 판이다. 법무법인 중에는 실력을 이유로 로스쿨 출신을 뽑지 않는 곳도 있다. 수년전에만 해도 쳐다보지도 않던 6급 공무원 채용시험에 몰리고 7급 시험을 준비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군대를 두 번 가기도 한다. 군필자가 군법무관으로 다시 군대에 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기업도 변호사의 입사직급을 과장급에서 대리급으로 낮췄다. 취직의 장벽을 뚫으려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도 대학생처럼 ‘스펙’ 쌓기에 열중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돈이란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저소득층의 계층이동성을 막는다는 점이다. 기득권층의 세습화 도구로의 전락은 필연적이다. 로스쿨 3년은 법조지망생들에게 시간적-경제적 낭비가 너무 크다. 이제 속말로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은 없어졌다. ‘노무현’과 같은 상고 출신 변호사는 태어날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 mediaus@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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