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차기 정부가 대통령 직속으로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설치해 소유·광고·편성·허가·심의 등 미디어 시장 전반에 걸친 규제를 완화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박성중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는 차기 정부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를 브리핑했다. 인수위는 ▲미디어 전반에 걸친 낡고 과도한 규제 혁신 및 OTT 등 디지털미디어·콘텐츠 산업의 혁신성장을 통한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 ▲미디어의 공정성‧공공성 확립과 국민의 신뢰 회복 ▲국민과 동행하는 디지털·미디어 세상 구현 등을 미디어 분야 3대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이날 브리핑은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 방안'에 맞춰졌으며 나머지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를 몇 차례에 걸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지상파 3사-종합편성채널 4사 사옥 (사진=연합뉴스, 미디어스)

"미디어혁신위, 정책 컨트롤 타워"

박 간사는 "미디어 전반의 법·체계를 재정립해 미디어의 미래를 준비하겠다"며 "현 2000년 방송법 체계는 지상파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유료방송이 뉴미디어로 불리기 시작한 시대에 만들어졌다. 20년이 지난 현재 환경에 맞게 새로운 미디어도 담아낼 수 있는 법·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간사는 "이를 효과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미디어 전략 컨트롤타워, 가칭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며 "혁신위에서는 미래 비전과 전략 수립, 규제체계 정비, 미디어 생태계 조성방안, 미디어 진흥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필요 사항 등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후보 시절 "정부·기업·학계·시민사회를 포함시킨 거버넌스를 모색하겠다"며 '미디어혁신위' 설치를 약속한 바 있다.

박 간사는 기존 정부부처와 비교해 미디어혁신위의 성격과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책입안 기구다. 미디어 전반의 정책을 구상해 각 부처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라며 "정부부처는 실행부서이다 보니 전체적인 큰 혁신정책을 구상하기 어렵다. 부처와 정책 협의는 해야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분산된 미디어 거버넌스의 통합개편없이 혁신위가 마련되는 것은 '옥상옥'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박 간사는 "미디어 정책은 한 개 부처에서 담당하기 어렵다"며 "옥상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혁신위가 미디어를 통제하는 기구로 악용될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간사는 "여러 제반이 될 수 있는 혁신제도 방안을 구상하는 일종의 '한시적' 기구"라며 "전반적인 관장은 관계부처에서 한다"고 선을 그었다.

미디어혁신위의 인적구성을 묻는 질문에 박 간사는 "아직 구체적인 건 없다"며 "공무원뿐 아니라 학자,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해 좋은 아이디어 정책이 나왔으면 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박 간사는 재차 "민간이 같이, 최고의 전문가가 같이 하는 형태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윤 당선자가 인적구성 대상으로 거론한 '시민사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미디어혁신위가 정부조직 어디에 생기느냐는 질문에 박 간사는 "우리의 염원은 대통령 직속"이라며 "이런 염원을 담아 인수위 과제로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박성중 간사 (사진=연합뉴스)

대기업·외국인 지상파 소유 허용, SBS 숙원 과제

박 간사는 "미디어 분야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방송시장을 촘촘하고 과도하게 옭아매는 불필요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를 혁신하는 것"이라며 "규제 혁파를 통해 미디어 시장의 자율성을 높이고 투자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박 간사가 거론한 방송 규제 혁파안은 ▲지상파·종편 허가·승인기간 5년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과 외국인의 지상파·종편 소유제한 규제 개선 ▲지상파-지상파 및 지상파-유료방송 간 겸영제한 개선 ▲방송광고 유형·형식 규제 개선 ▲오락·외주·영화·애니메이션·대중음악·수입프로그램 등 방송편성 규제 개선 ▲방송심의 기준 완화 등이다. 박 간사는 "미디어 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도록 규제 전반을 과감하게 걷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규제 개선안은 지난 2월 SBS가 주요 대선후보 캠프에 전달한 '민영은 민영답게' 정책과제 내용과 상당부분 유사하다. 특히 자산총액 10조원 대기업 소유제한 규제 완화와 외국인 지분 소유 허용은 SBS의 현안이다.

방송법상 지상파의 대주주가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 이들 기업은 방송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다른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산규모를 줄여야 한다. 현행법상 대기업 집단 지정 기준은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기업이다. 대기업이 방송을 사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SBS의 대주주는 태영그룹 지주회사 TY홀딩스다. SBS는 10조원 기준을 20조원으로 상향하거나 GDP와 연동하는 방식, 또는 종합편성채널과 같이 대기업 지분 제한 기준을 30%로 완화하는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SBS는 민영 지상파에 대한 외국인 지분소유를 금지한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류 콘텐츠 생산과 유통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의 합작이 절실하고, 이를 위해 외국인 지분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10조원 이상 대기업의 소유제한 규제 완화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박 간사는 "(기준을)20조원이라든지, 어떤 규모라든지(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간사는 "시행령을 개정해서 해야 한다"며 "방통위에서 구체적인 것을 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지분 허용에 대해 박 간사는 "외국인 투자를 허용·확대하는 방향으로 제한을 풀어 자금을 갖고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간사는 대기업 소유제한 완화로 미디어가 기업에 종속될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본이 집중되어야 세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며 "노동조합 등 일부에서 대기업을 풀어주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상당한 자본을 들여야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 글로벌 미디어 강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외국자본도 같은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시민사회는 자본의 방송사 지분과 콘텐츠 투자는 비례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태영그룹이 2011년부터 재산총계 10조원에 이르는 동안 SBS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규모는 9년 간 15% 정도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SBS는 '민영은 민영답게'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해 20대 대선 주요 후보 캠프에 제안했다.

다시 등장한 '한국판 넷플릭스', 이번엔 성공할까

박 간사는 "토종 OTT를 '한국판 넷플릭스'로 키워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간사는 "OTT의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하고, 전폭 지원을 하겠다"며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자치등급제 도입, 관계부처 합동 전폭 진흥정책 등으로 K-OTT 출현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간사는 "OT 글로벌 진출 전진기지를 구축해 현지 시장진입을 지원하는 한편 현지 재제작과 국제공동제작 지원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면서 "대규모 민·관 합동 K-OTT 펀드를 조성하겠다. 펀드로는 OTT 특화 콘텐츠에 대한 제작 지원에 집중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판 넷플릭스'는 지난 2020년 7개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에서 나왔던 표현이다. 당시 정부는 '디지털 미디어 강국'을 목표로 "한국판 넷플릭스 5개 만들겠다"면서 ▲낡은규제 폐지·완화 ▲콘텐츠 펀드조성 ▲해외진출 지원 ▲OTT 투자 증대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발전방안 마지막 해인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다.

관건은 OTT 지원·진흥 정책의 구체성과 실효성이다. 박 간사는 '부처 합동으로 OTT 진흥정책을 한다고 했는데 대충이라도 어떤 정책인지 말씀해달라'는 질문에 "'오징어 게임'에서 보듯 우리가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에 하청기지화 되고 있다. 해외전진기지와 펀드 구축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정부가 협업하고 지원해서 만들어내자는 것"이라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박 간사는 'OTT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에서 관련 서비스를 키운다거나 제작센터를 세우는 등의 구상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국내 OTT 제작능력과 콘텐츠 경쟁력이 상당히 있다고 판단한다. 다만 어떻게 더 좋은 작품이 나오도록 할 건가에 대해서는 문체부 소관"이라며 "문체부와 함께 고민해 구체적 방안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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