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윤석열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조선일보·경향신문 등 주요신문이 반발했다. 대통령 취임식까지 두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국방부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한 계획이라는 지적이다.

새 대통령 집무실로 거론되는 장소는 용산 국방부 청사와 광화문 외교부 청사다. 경호·보안 문제 때문에 용산 이전이 유력시된다.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이전될 경우 1000여 명의 국방부 직원은 근무지를 옮겨야 한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18일 “봄꽃이 지기 전 청와대를 돌려드리고 싶다”면서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선에서 충분한 컨센서스 도출과 인수위원들과 함께 의견을 모아서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7일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인근 식당에서 오찬을 한 뒤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18일 사설 <脫청와대 공약, ‘취임 첫날부터’에 집착하면 탈난다>에서 “(집무실 이전은) 국방부에 근무하는 대규모 인원과 시설이 단기간 내에 이전해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용산 이전설이 알려지자 군부터 술렁이기 시작했다. 국방부 근무 인원이 어떻게 두 달도 안 남은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이사를 마칠 수 있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천도’에 가깝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사업”이라면서 “청와대에선 하루도 근무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첫 다짐을 지키기 위해 시간에 쫓기다 보면 엄청난 시행착오를 빚을 수 있다. 당선인 자신은 물론 국민에게도 큰 피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약속을 지키면 되는 것이지 절대 시간에 쫓길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사설 <대통령 집무실, 장소가 아니라 국민소통이 핵심이다>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일은 국가의 중대사”라면서 “졸속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당선자가 집무실 이전 공약을 제시한 배경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당선자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군사시설이 밀집해 일반 시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공약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청와대를 떠난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 외에 별다른 의미를 찾기 어렵다. 보안·경호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미 시스템이 잘 갖춰진 청와대를 떠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번에 집무실을 옮기게 되면 그 시설은 최소 수십 년은 유지돼야 한다”며 “번갯불에 콩 볶듯이 서둘러선 안 되는 까닭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당선인과 몇몇 측근, 인수위 차원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썼다. 경향신문은 “국민과 더 열린 소통을 하기 위해 집무실을 옮긴다면서, 정작 이전할 곳을 결정하는 과정에선 국민 여론을 배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면서 “일단 청와대로 들어가 직무를 시작한 뒤, 충분한 검토와 준비를 거쳐 장소를 결정하고 이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용산에 사옥을 두고 있는 세계일보 역시 집무실 용산 이전에 반대하고 나섰다. 세계일보는 사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국가 대사… 그만큼 신중히 따지길>에서 “국방부 청사도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반론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며 “보안상 시민 접근이 어려워 또 하나의 구중궁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대통령이 머물 한남동 관저와 집무실을 출퇴근하는 동안 시민들의 교통·통신 불편이 클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는 마당”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국가 중대사며 속전속결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며 “‘새 정부는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아니라면 집무실 이전에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게 청와대 공간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인수위가 두 달 만에 이전을 끝내겠다며 서두르는 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집무실 이전이 아닌 ‘청와대 재건축’을 제안했다. 오형규 한국경제 논설실장은 칼럼 <청와대를 전면 재건축하자>에서 “공약 준수가 국민에게 또 다른 불편을 안긴다면 재고하는 게 좋다”며 “기존 청와대를 시대적 요구에 걸맞게 전면 개조하는 게 낫다. 백악관을 벤치마킹해 집무실-참모사무실-관저를 수평으로 일체화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국경제는 “상업용 건물 하나 짓는 데도 몇 년씩 걸리는 판에, 청와대 재건축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며 “차제에 청와대를 전면 재건축해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 헤드쿼터’로 만드는 방향으로 통 크게 구상해 보자. 이때 고려할 것은 국가 경쟁력과 행정 스마트화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