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보수·경제지 중심으로 '금권선거' 프레임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추진하자 보수·경제지는 '매표행위', '날치기', '군사작전', '선거용 돈뿌리기' 등의 딱지를 붙였다. "숨 넘어간다"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도외시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단독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고 14조 원 규모의 정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코로나 손실보상 50조 원'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은 예결위 의사진행을 거부했다. 이번 추경안은 소상공인·자영업자 320만명에게 방역지원금 3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국회는 오늘(21일)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 처리를 논의한다. 민주당은 진단키트·재택치료키트 지원, 특수고용노동자·프리랜서 지원 등을 위해 3조 5천억 원을 추가해 총 17조 5천억 원 규모의 추경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추경 추진에 '날치기 원천무효'라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열린 ‘코로나 피해 실질 보상 촉구 및 정부 규탄대회’에서 자영업자가 손실보상을 촉구하는 내용의 머리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21일 조선·중앙·세계일보, 한국·서울·매일경제 등 주요 보수·경제지는 '여당의 선거용 돈뿌리기'라는 사설을 앞세웠다. 중앙일보는 사설 <민주당 추경 기습 처리, 매표행위 아닌가>에서 추경안 처리 시 지원금이 3월 초에 지급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자영업자들에게 현급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매표 행위나 다름없다"며 "민주당은 2020년 21대 총선 직전에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내걸어 180석을 얻는 압승을 거둔 경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지난 2년간 100조 원 이상의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냈다는 기획재정부의 최근 발표를 거론하며 "이런 형편인 나라 살림을 고려해 면밀한 검토를 거쳐야 할 사안을 대선을 앞두고 번갯불에 콩 볶듯 추진하는 것은 600만 자영업자의 표를 얻겠다는 계산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썼다. 기재부는 14조 원 추경의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다 지난 17일 '2조원+알파' 증액은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선일보는 사설 <총선·재보선 이어 세 번째, 상습화된 '선거용 추경' 돈 뿌리기>에서 "그새 사정이 얼마나 달라졌다고 한 달 만에 '1월 추경'을 한다는 건가"라며 "재정 걱정은 조금도 없고 오로지 빚내서 선심 쓸 생각뿐이다. 선거를 앞둔 추경 편성은 문 정부 들어 습관처럼 반복되는 고정 래퍼토리가 됐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독재 정권 시절 '고무신 선거'를 연상시키는 21세기형 금권 선거"라며 "달콤한 설탕물 같은 선심성 돈 뿌리기가 이자 폭탄으로 돌아오고 서민·취약층의 생활고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대선이 아무리 급해도 추경 날치기 처리는 안 된다>에서 "현 정권은 2020년 4월 총선 때 가구당 100만 원씩 전 국민 재난지원급을 지급해 톡톡한 재미를 봤다"고 썼다.

매일경제는 사설 <재정적자 최악인데 추경안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일 일인가>에서 "소상공인 지원 예산이 부족하다면 의원들 지역구의 불필요한 선심성 예산을 줄여 마련하면 된다. 표를 노리고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정부는 여전히 대선 전 추경 살포에 나선 정치권의 도우미를 자처하는 실망스런 모습"이라고 했으며 서울경제는 "민주당은 느닷없이 야당 탓에 추경 처리가 늦어지는 것처럼 호도하며 군사작전 치르듯 추경을 밀어붙였다"며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 열세가 계속되자 빨리 돈을 뿌려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2월 21일 중앙일보·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이들 보수·경제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보상안이 발표될 때마다 '금권선거' 프레임을 앞세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을 발표하면서 '선지급 후정산' 방식의 손실보상금 지원안을 발표하자 이들 매체는 "행정부가 여당 선거운동본부인가"(조선일보), "표 계산은 번개"(한국경제), "벽두부터 퍼주기"(서울경제)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들 매체는 지난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빠르고 두터운 손실보상을 강조했다. 코로나 영업제한에 따른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손실보상책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주요 선진국들이 돈을 풀어 두텁게 자영업자들을 지원하는데, 한국 정부는 적은 100만 원 수준의 적은 지원을 하고 있다며 "자영업자 표 적다고 홀대하나"라고까지 주장했다. (관련기사▶소상공인 손실보상에 '금권선거' 보도 프레임)

21일 경향신문은 사설 <여당의 예결위 단독 추경, 지원 늘려 초당적 처리해야>에서 "이번 추경안 처리는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방역지원금과 관련해 '빨리가 아니라 당장이어야 한다' '숨 넘어가는데 언제 준다는 겁니까' '그 돈으로 월세 내고 밀린 공과금 내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여야는 초당적 태도로 남은 협상을 진척시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지원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맹성규 간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국회 예결위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추경 처리 촉구 피켓을 들고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사설 <긴급지원 추경 먼저 처리하고 대선 뒤 추가 지원을>에서 "정부가 더 이상의 증액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지금은 취약계층에게 하루속히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여야 모두 정부안보다 훨씬 큰 규모의 추경을 주장해왔으니, 이번 추경으로 부족한 부분은 대선 뒤 다시 협의해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여야, 추경 날치기 공방 접고 신속 지원 합의처리를>에서 "민주당의 단독처리를 두고 야당은 날치기 처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한계상황을 감안할 때 추경안 처리를 마냥 늦출 수는 없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마련한 추경안으로 우선 급한 불을 끈 다음 대선 후 소상공인을 위한 추가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예결위원장이 의사진행을 거부해서 단독처리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을 끝내 설득하지 못한 대목은 아쉽다"면서 "대규모 증액만 주장하면서 추경안 처리에 발목을 잡았던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단독처리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처지는 아니다"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을 향해 "합의를 거치지 않고 주말 심야에 추경안을 기습 처리한 건 어떤 말로도 변명하기 힘든 퇴행적 행태"라면서도 국민의힘에 "추경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영업자나 중소상공인들의 다급한 처지를 고려해 일부 금액에 대해 먼저 추경을 하는 걸 무작정 반대만 할 일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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