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 언론·시민단체가 결성한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1월 25일 출범일부터 신문·방송·종편·보도전문채널, 지역 신문·방송, 포털뉴스, 유튜브 등을 모니터링하여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모니터보고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에서 작성해 2월 17일 발표했습니다.

2월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 동안 ‘네이버에서 많이 본 뉴스’에 해당하는 주제인 여론조사 기사는 모두 53개로 대선 후보 관련 논란, 후보 및 캠프 동향, 후보 관계자 논란, 선거동향에 이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문제는 여론조사 보도가 현실 반영이 아닌 현실 구성의 도구로 악용됐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보도 비중이 높은 만큼, 함량 미달 기사까지 범람했다.

현실구성 도구로 악용된 여론조사 보도

이재명 후보의 부인인 김혜경 씨 과잉 의전 및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언론에서는 대통령 후보 배우자 역할 수행 지지도라는 항목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여야 유력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아 정책에 대한 관심을 저해했다는 측면에서 해당 여론조사 질문 및 결과는 대선에 대한 관심을 더 떨어뜨리는 작용을 할 수 있다.

<'부인 리스크' 김혜경·김건희, 이재명·윤석열보다 선호도↓[대선 한달 前]>(뉴시스, 0206)

<‘대통령 후보 배우자 역할 가장 잘 수행할 인물’…김혜경 34.3% VS 김건희 26.0% [리얼미터]>(세계일보, 0206)

<김건희, 영부인 적합도 선두…김미경·김혜경 順>(매일신문, 0206)

매일신문, 지역한정을 전국 여론조사처럼 보도

매일신문은 ‘배우자 적합도’ 여론조사를 보도하며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은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지역에 한정해 실시한 여론조사를 마치 전국 여론조사처럼 제목을 붙여 보도하기도 했다. 뉴시스·세계일보가 보도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 배우자인 김혜경 씨가 선호도가 높았지만, 매일신문이 보도한 데일리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경상도로 조사지역이 한정돼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가 선호도가 높았다.

<중앙일보> 2월 10일 뉴스

국민의힘 측에서 소위 세대포위론 프레임 전략으로 나선 가운데 이런 전략이 통한다는 여론조사결과를 내놓은 보도도 있었다. 해당 보도의 조사방법 및 대상 등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성과는 별개로, 응답률이 6%에 불과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이 단 한 차례 조사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것처럼 현실 구성의 도구 지표로 여론조사가 사용됐다.

<이재명 36% 윤석열 48%…40대 뺀 전 연령대서 尹이 앞섰다 [리서치뷰]>(중앙일보, 0211)

같은 여론조사기관의 여론조사결과를 보도하면서도 제목을 뽑는 방식에서 편향성이 드러나기도 했다. 뉴시스는 2월 10일 여론조사결과 보도제목에서는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동률이라는 대목보다 윤석열 후보의 당선 전망이 높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 달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뉴시스는 1월 13일 여론조사결과 보도제목에서는 주요 후보들의 지지율을 단순 나열하며 ‘안철수 지지율 또 상승’이라는 대목을 강조했다. 이 당시 NBS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48%, 윤석열 후보는 27%였다. 여론조사 결과도 입맛대로 재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선 전망’ 윤석열 43%로 우세…李·尹 지지율 35% 동률 [NBS]>(뉴시스, 0210)

<이재명 37%, 윤석열 28%, 안철수 14%…安, 지지율 또 상승[NBS]>(뉴시스, 0113)

신뢰할 수 있는 조사기관인지도 의문

함량 미달 조사기관의 난립과 조사기관의 신뢰성을 언론이 검증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2월 8일 데일리안은 ‘여론조사공정(주)’의 여론조사를 보도했는데, 이날 여론조사공정(주)의 여론조사결과는 다른 여론조사기관과 큰 편차를 보였다.

<[D-30 여론조사] 윤석열 44.6%·이재명 36.3%…오차범위 밖 격차>(데일리안, 0208)

여론조사공정(주)은 데일리안과 지속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2월 8일 여론조사는 100% 무선ARS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8.7%에 불과했다. 게다가 60대 이상 응답자가 30%에 이르렀다. 여론조사는 유선전화와 무선전화의 비중, 전화한 시간, 재접촉 여부, 선택지 설계, 사람 또는 자동응답(ARS) 이용 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고려해,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행한 것을 놓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추세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연령대의 편향성이 드러났는데 과연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조사방법 및 대상에 있어 어느 정도 편파성이 내재된 점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함량 미달 여론조사 보도도 넘쳐

<대전일보> 2월 9일 뉴스

함량 미달 여론조사 기사도 많았다. 대전일보는 2월 9일 보도에서 앞선 1차 여론조사와 결과를 비교했다. 문제는 비교대상인 1차 여론조사 기간은 지난해 8월이었다는 점이다. 1주 ~ 2주나 한 달 전후가 아닌 5개월 전 조사결과를 비교대상으로 삼은 게 합리적일지 의문이다. 대전일보는 2월 12일 13대에서 19대까지 대선 결과를 모두 맞춘 15개 시·군을 ‘족집게 지역’이라고 가정한 뒤 해당 지역의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 기사화하기도 했다.

해외 온라인 베팅업체의 당선확률을 기사화한 곳도 있다. 데일리안은 2월 12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던 해외의 한 온라인 베팅업체가 불과 한 달 만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로 갈아탔다고 보도했다.

<‘지지도 역전’ 국힘 31.7%→39.8% vs 민주당 33.1%→34.5% [충남대선여론]>(대전일보, 0209)

<英 베팅업체, 尹 당선 확률 63% 내놔…李 한 달 새 39% 폭락>(데일리안, 0212)

<[뉴스 즉설] 경기도 족집게 VS 충청도 족집게 대선 판세 누가 맞나>(대전일보, 0212)

검증 보도는 홀대, 네거티브 확산 보도는 주목

선거 보도에서 사실 확인조차 없이 양당의 정치적 공방을 중계하는 것은 감시견으로서의 언론의 책임과 의무를 방기한 것이다. 특히 네거티브 공방 등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해당 폭로성 주장에 대해서는 최소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도해야 하고, 폭로 대상이 된 후보 측에게 충분히 반론할 기회를 제공해 이를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2월 7일부터 13일까지 포털 ‘많이 본 뉴스’의 대선기간 주요 이슈 관련 보도에서는 양당의 정치적 공방을 검증하는 보도는 홀대받고 네거티브를 확산시키고 정치적 냉소나 불신을 조장하는 보도가 더 주목받는 흐름이 나타났다.

파이낸셜뉴스는 2월 6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한복 논란’에서 이재명 후보가 중국의 행태를 “대국이 이래서야”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국민의힘 측의 반발 내용을 ‘논란’으로 다뤘다. 중국을 대국으로 칭한 게 과연 ‘의심스런 역사관 논란’의 근거가 되는지 의문이다. 뉴스1이 2월 10일 전한 “제2 한국전쟁” 기사도 최승환 일리노이 주립대(UIC) 정치학과 교수가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 힐>에 게재한 기고문만을 바탕으로 한 보도여서 문제다.

<中 한복논란에 이재명 "대국이 이래서야" VS 김은혜 "대국이라니“>(파이낸셜, 0206)

<“제2 한국전쟁 날 수도” 美교수 경고…‘미 군사력 쇠퇴·北 군사력’ 근거로>(뉴스1, 0210)

에스엔에스(SNS)도 네거티브 확산 보도에 쓰였다. 조선비즈는 2월 12일 윤희숙 전 국회의원의 페이스북 주장을 그대로 옮겼다.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간 것에 대한 정확한 이유와 배경 설명 없이 이를 민주노총 행패로 규정한 윤희숙 전 의원의 주장만 기사화한 것. 택배노조의 농성을 행패로 규정할 근거 및 내용에 대한 설명 없이 윤 전 의원의 주장만 넣어 혐오를 넘어 증오를 불러일으켰다.

2월 5일 매일경제의 “좌빨 앞잡이” 보도도 마찬가지였다. 매일경제는 욕설에 가까운 악성 메시지를 받은 배우 김의성 씨의 SNS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색깔론에 기반한 악성 지지층의 문제점에 대해 언론이 지적하기보다는 오히려 주목 효과를 주어 부채질하는 대표 사례다.

연합뉴스TV 2월 6일 뉴스

연합뉴스TV도 2월 6일 ‘여당의 김건희 아파트 의혹 제기’를 두고 여야 네거티브 공방만 기사화했다. 사실 관계 확인은 별개로 하더라도 합리적인 의혹 제기인지 검증조차 없었다. 이튿날 조세일보의 ‘김혜경 운전 비서’ 보도 또한 국회 예결위 정책질의 내용이 전부였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의 의혹 제기가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질의인지 검증하지 않았다. 같은 날 나온 SBS의 ‘윤석열 건강 이상설’ 기사도 윤석열 후보 측의 반론 또는 입장조차 없는 보도였다. 네거티브 공방을 확인해 이를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네거티브 공방 확산에 일조했다.

<윤희숙 “민주노총 행패 국민이 참아줘야 하나...대선 후보들 입장 밝혀야”>(조선비즈, 0212)

<“단역이나 하는 좌빨 앞잡이” 김의성, ‘이재명 지지’ 후 악성 DM에 보인 반응은…>(매일경제, 0205)

<여, 김건희 아파트 의혹 제기…국민의힘 “거짓 네거티브”>(연합뉴스TV, 0206)

<박수영 “김혜경 운전비서도 있다··· 월급은 지사 ‘업추비’로?”>(조세일보, 0207)

<민주당 “윤석열, 건강 이상은 사실인 듯… 폭탄주 4잔밖에 못 마신 거 보면”>(SBS, 0207)

무책임한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누가 발칵 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거나 소문을 기사화하기도 했다. 이슈 선점인지, 아니면 논란과 갈등을 조장한 것인지 비판적 태도를 명확히 하지 않고 언론이 네거티브 전략 의도를 설명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세계일보 2월 8일 ‘횡령 한우’ 보도처럼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없는 기사도 나왔다. 2021년 4월 14일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면 국민의힘 강전애 상근부대변인의 논평은 이른바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 이를 굳이 기사화하는 것은 근거 없는 흑색선전에 언론이 도구로 이용되는 셈이다.

2월 9일 이데일리의 ‘안현수 러시아 귀화’ 관련 보도처럼 사실관계가 맞지 않은 게 드러났음에도 이를 굳이 기사화하는 것은 네거티브 확산에 일조하는 무책임한 보도다. 타사 보도를 그대로 복사해 붙인 기사까지 있으니 기사를 참 쉽게 쓴다. 2월 11일 매일경제는 “김건희 씨 주가조작 의혹은 사안이 중대한데도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너무 적다”는 발언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기사를 썼다. 민주당 내부 관계자도 모두 익명이었다. 근거가 없는 기사다.

<한 템포 늦고 ‘자기 이슈’ 없는 이재명… 윤석열에 ‘마이크’ 내줬다>(한국일보, 0208)

<“이재명, 작년 자가 격리 때 ‘횡령한우’ 먹었나”… 野 파상공세>(세계일보, 0208)

<前경기부지사 박수영 “‘김혜경 3호차’와 달리, 내가 탔던 2호차는···”>(조세일보, 0208)

<또 ‘안현수 러시아 귀화가 이재명 때문?’>(이데일리, 0209)

<“내 사무실에 불 켜둬” 김혜경 비서, 도청 출근 위장까지?>(이데일리, 0209)

<김재원 “이재명, 안철수에 대통령 빼고 다 가져가라 제안 소문도”>(뉴시스, 0209)

<“아이 품어보지 못한…” 김건희 겨냥? 민주당 시의원 발언에 발칵>(아이뉴스24, 0210)

<“주가조작이 소고기보다 중한데”…김건희 향한 무관심에 불만인 與>(매일경제, 0211)

참고로 해당 기간 ‘많이 본 뉴스’ 가운데 소위 팩트 체크 뉴스는 다음 기사가 유일하게 주목받았다.

<[팩트체크] 윤 “김건희 계좌 다 공개했다”…2011~2012는 비공개>(한겨레, 0211)

의미 없는 ‘단독’ 타이틀 남발로 클릭 장사

제대로 된 사실관계 확인, 사안의 파장, 의미부여를 차치하고 ‘단독’이라는 타이틀로 클릭만 높이는 기사도 문제로 보인다. 국민일보가 2월 6일 ‘정치는 생물’이라는 표현을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선언으로 봤기 때문에 ‘단독’ 타이틀을 단 것인지 의문이다.

이튿날 동아일보는 이재명 후보 아들이 군 인사 명령 없이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50일 넘게 입원한 게 기록 누락에 따른 오해인지, 아니면 특혜인지 사실부터 확인했어야 했다. 특혜 입원의 근거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주장밖에 없다. 기자가 확인한 내용이 없다. 같은 날 문화일보 보도에도 문제가 있다. 면회 기록이 없는 것과 특혜 면회 의혹은 다르기 때문이다. 특혜 면회 의혹을 주장하는 근거에 대한 설명도 없다.

MBN은 2월 8일 김혜경 씨 측근 배 아무개의 위장 출근과 기자 감시 의혹을 제기했으나 보도 근거가 제보자 A의 주장뿐이었다. 위장 출근했다는 날짜에 직접 출근했는지, 기자를 감시했다고 볼 만한 근거가 빈약해 보인다. 같은 날 채널A는 자사 TV에 출연한 후보의 발언에 ‘단독’ 타이틀을 붙였는데 적합한지 의문이다. 당비를 내는 당원에게 영상편지를 보낸다는 것 또한 ‘단독’ 타이틀을 붙일 만한 기사인지 의문이다.

<[단독] 단일화 급물살 타나…안철수 측 “정치는 생물”>(국민일보, 0206)

<[단독] 野 “李아들 특혜 입원 뒤 軍수도병원도 성남시에 특혜 받은 의혹”>(동아, 0207)

<[단독] 李장남 軍병원 입원 당시… 기록도 없이 ‘특혜 면회’ 의혹>(문화, 0207)

<[단독] 존재 숨기려 한 김혜경 측근 배 씨 “내 방 불 켜”…출근한 척 위장>(MBN, 0208)

<[단독] 윤석열 “김혜경, 김건희와 똑같은 수준으로 엄정 조사해야”>(채널A, 0208)

<[단독] 이준석, 밸런타인데이 때 당원용 비단주머니 ‘AI윤석열’ 영상편지 푼다>(채널A,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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