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시민들이 ‘김건희 7시간 녹음파일' 방송을 항의하기 위해 MBC를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1시간 동안 저지했다. 시민들은 ‘언론탄압’, ‘마봉춘을 지켜라’ 등을 외치며 이들을 막아섰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등은 시민들의 저지를 뚫고 박성제 사장과 면담했다.

14일 오전 10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MBC에 항의방문을 예고한 가운데 촛불연대 시민단체연합 등은 ‘국민의힘 MBC 항의방문 언론장악시도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MBC 1층 로비에선 전국언론노동조합과 MBC본부 소속 80여 명의 조합원이 ‘돌아가십시오 부당한 방송장악입니다’라는 팻말을 들었다.

서울 상암동 MBC본사 2번 게이트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이 국민의힘 항의방문에 대비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에서 “MBC는 최근 제1야당 대선 후보 배우자의 사적 통화녹음을 입수했다며 방송하겠다고 대대적으로 예고했다”며 “사인 간 통화녹음을 그것도 녹음에 대한 동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녹음 내용을 공영방송이 튼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이미 MBC는 배우자 취재를 이유로 경찰을 사칭한 적이 있고, 통화 내용을 의도적으로 편집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이후 백 브리핑에서 “MBC 항의방문이 언론자유 침해라는 비판 목소리가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언론자유를 침해할 까닭 전혀 없다. 잘못에 항의하는 건 국민 모두에게 주어지는 권리로 MBC가 편파·불공정 방송을 한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10시 25분경 국민의힘 의원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자 100여 명의 시민들이 일제히 몰려가 한동안 대치상태가 이어졌다. 10여 분가량 MBC에 들어가려는 의원들과 시민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여졌으며 MBC 노조원들은 MBC 건물 앞에 서서 이들의 진입을 막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 버스가 MBC에 도착하자 시민단체들이 막아서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진입에 실패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들 앞에서 MBC에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김기현 원내대표, 박성중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 정희용 의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채익 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이후 다시 MBC 진입을 시도한 끝에 11시 가까이 돼서야 한 명씩 MBC 건물에 들어갔다. 이들은 MBC 1층 로비에서 10여 분 정도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 MBC본부 조합원들과 대치 끝에 박성제 사장 면담 뒤 언론노조와 대화를 갖기로 합의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아직 방송도 되지 않은 <스트레이트> 보도에 대해 대한민국 입법부가 그것도 방송과 언론 관련 법안을 담당하는 과방위와 문체위 소속 의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려가면서 공영방송을 상대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라며 “유관 상임위까지 동원하여 보도 내용에 간섭하려는 행위는 명백한 방송 독립 침해이자 헌법과 방송법을 위배한 불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은 무엇이 두려워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냐”며 “대통령 후보 배우자에 대한 검증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검증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록 그 검증 수단이 후보 배우자가 사적으로 통화한 녹취 파일이라 하더라도 발언 내용 가운데 공적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입수한 언론에겐 보도할 ‘의무’가 있고 국민에겐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고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스트레이트> 보도 내용에 대한 평가는 결국 국민의 몫이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보도 내용을 미리 재단하여 방송 자체를 막아설 수 없다”고 했다.

저지당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차장에서 항의 방문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앞서 1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씨와 <서울의 소리> 기자가 7시간 동안 나눈 통화 내용이 공개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서울의 소리> 기자를 공직선거법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6개월 동안 20여 차례에 걸친 통화분량은 약 7시간에 이르며 통화녹음에 문재인 정부 비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검찰수사, 정대택 씨 국정감사 증인 불출석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13일 MBC를 상대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접수했으며 오늘 오전 11시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박병태 수석부장판사)에서 심리가 열렸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은 오는 16일 방송 예정인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보도 내용이 김건희 씨의 인격권과 프라이버시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법원이 나서서 방송을 막아달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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