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희복 교수 칼럼] 천만 화소의 첨단 카메라를 누구나 손안에 들고 다니는 시대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네거티브 필름이 암실에서 포저티브 사진으로 탄생하는 산고(?) 없이 사진 감상은 불가능했다. 반면 선거를 두 달여 남긴 요즘 각 당 후보들 사이의 네거티브 공방은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선물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역대 선거에서 포지티브 전략이 승리한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주제를 미디어로 바꿔보자. 요즘 날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론장 역할을 하는 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오징어게임'에 열광하고 BTS에 환호하지만 생산과 유통의 플랫폼으로서 방송과 미디어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언론과 미디어, 광고산업이 성장기에 있던 80~90년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제도와 법률이 2021년 12월 현재에도 규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가 48년 만에 재개된 방송광고의 중간광고다.

이미 많은 연구와 통계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광고는 콘텐츠 산업에서 3번째로 게임,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생산유발효과 1위, 취업유발효과 2위로 세계에서 7위 규모를 차지하는 창의력과 융합, 미래를 선도할 산업이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진흥보다는 규제론적 관점이 적용되어 형식, 양적, 내용, 거래 규제의 굴레가 씌워졌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 조직의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디어 별 칸막이로 나누어져 방송은 방송통신위원회, 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 옥외광고는 행정안전부, IC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유와 거래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요즘 말로 “케바케(케이스바이케이스)”다.

또한 법률 조항은 139개에 이르며 총 67개 법률에 산재해 있으면서 5개 법률의 이름에 '광고'가 포함되어 있다. 유일하게 옥외광고법에 '진흥이 있을 뿐 대부분이 규제내용을 담고 있다. 대학의 미디어 관련 전공이 최근 몇 년 사이 '미디어학과', 또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으로 바뀌고 있다. 학계가 업계와 정책을 이끌어가는 모습이다. 신문학과가 신문방송학과로, 그리고 다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으로 재포니셔닝하고 있는 점은 정책부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광고를 방송으로 한정한다면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작은 희망의 불씨를 피웠다. 소위 '네거티브 방송광고 정책'을 천명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결합판매제도'와 '방송광고 네거티브 전환' 연구반을 운영하고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방송광고를 프로그램 내 광고와 프로그램 외 광고로 이원화해 방송광고 규제(형식, 양적, 내용, 거래) 위주의 정책을 개선하고 중장기적인 미디어 정책 비전을 수립 중이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주지하는 대로 포괄주의와 열거주의는 규제 원칙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포괄주의(Negative System)는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규정·사항을 나열하고 나머지는 원칙적으로 자유화하는 체제다. 반면 열거주의(Positive System)는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규제하거나 금지되지 않는 사항을 나열하는 체제다. 우리 방송광고에는 소극적인 열거주의에서 적극적인 포괄주의, 즉 네거티브 규제체계로 변화하는 방송과 광고환경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다만 네거티브 규제체계에서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방송광고와 방송프로그램의 분리, 방송사업자 및 방송프로그램의 독립성 유지, 과도한 노출 금지, 시청자/미성년자 오도 금지, 부당한 개인정보 침해 금지 등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규제의 전환도 요구된다. 첫째, 네거티브 형식규제다. 기존에는 프로그램 광고, 중간광고, 토막광고, 자막광고, 시보광고, 가상광고, 중간광고 7개 유형의 방송광고만 허용했다. 이는 사업자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창의적인 광고의 시도를 원천 봉쇄했다. 또한 지상파 방송에 대한 차등 규제로 매체간 형평성 이슈가 제기되었다. 이는 방송법 제73조 2항 개정으로 가능하다. 둘째, 네거티브 양적규제다. 기존에는 광고의 총량, 프로그램당 최대 광고시간뿐만 아니라 화면의 크기와 노출시간까지 제한했다. TV를 시청하는 단말기가 다양한 상황에서 화면 크기 규제가 적절한지 의문이다. 구체적인 것까지 법적으로 규제해야 필요성은 없다. 매체별로 광고허용량을 차등하는 것이 현 미디어 상황에서 타당성이 있으므로 광고총량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여 일총량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셋째, 네거티브 내용규제다. 허위, 기만, 과장, 오도, 부당 광고 등 소비자를 보호할 광고 규제가 필요하다. 의료기관, 전문의약품, 조제분유 등의 방송광고 금지품목의 완화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전문인 광고모델을 금지해 연예인이 제품의 효능에 대해서 광고하는 상황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넷째, 네거티브 거래규제다. 지상파방송의 경우 유료방송과 디지털 광고와 달리하고 미디어렙 영업의 제한을 받는다. 지상파방송인 KBS와 MBC를 제외하고는 1사1렙으로 광고판매하고 있다. 방송 제작, 편성, 광고영업을 분리하여 방송의 공정성 제고라는 정책목표가 달성되는지 의문이다. 광고주의 선택권 강화, 전략적인 미디어 전략을 위해 크로스미디어렙 기능도 허용해야 한다.

온·오프라인 미디어의 경계가 사라지고, 스피드와 통·융합이 절실한 디지털시대에 광고 산업의 발목을 잡는 구태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광고 진흥정책을 일관적·체계적으로 총괄하고 글로벌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일원화된 콘트롤타워 마련도 절실하다. 차기 정부에서 방송광고를 포함한 광고정책을 담당할 독임 부처가 출범해, 미디어 변화를 반영하고 수용자를 보호하며, 방송산업과 광고산업에 활력을 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산업융합법을 토대로 다양한 영역에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혁신 정책과 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하고 있다. 카메라와 사진은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전문가의 전유물에서 우리 모두의 손위로 옮겨졌다. 방송과 광고 영역에서도 스마트한 네거티브 규제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미디어와 광고가 더 이상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문화강국 코리아의 이름을 세계에 알릴 콘텐츠 기지로 과감하고 선제적인 네거티브 규제체계의 마련이 필요하다. 지상파방송의 포지티브한 미래를 위한 네거티브 광고제도의 도입을 적극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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