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TBS·시민단체 예산 삭감을 추진하는 서울시의 내년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을 넘겼다. 연내 처리가 불발되면 준예산 사태로 접어들게 된다.

서울시의회와 서울시의 예산안 협의·심사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또 서울시의회가 TBS·시민단체 예산을 되살리자 관련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서울시 관계자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시의회가 신설·증액한 예산은 시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2010년 무상급식 예산을 둘러싼 갈등과 판박이다.

"서울시, 협의할 생각 없다는 건가"

김평호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17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TBS 등 서울시 예산안에 대한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어떠한 협상도 이뤄진 게 없다. 각자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 서울시 예결위원장은 "법정기일이 이미 지났다. 어떻게 해서든 22일 본회의에 상정하고 싶은데 이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일단 본회의 일정을 조정해 봐야 하고, 예결위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김 예결위원장은 언론보도를 통해 준예산 사태를 예고하는 서울시 태도에 대해 "협의할 생각이 없다는 걸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서울시의회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삭감한 TBS 출연금과 도시재생지원센터 예산을 증액하자 일부 보수언론에서 "예산안이 통과돼도 집행할 의무가 없다"는 '서울시 관계자' 발언이 보도했다.

김 예결위원장은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건 최악의 경우다. 협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서울시가 그런 얘기를 한다는 건 협의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며 "의회는 코로나로 힘든 소상공인에 대해 지원금 3조 원을 편성하자고 얘기했다. 어떻게 해서든 협의하려는 의회를 상대로 집행을 안 하겠다 얘기한다면, 동의없이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서울시의회 예결위의 예산안 심사가 시작됐으며 법정처리시한은 16일까지였다. 그러나 예결위 심사는 서울시 사정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6일 서울시 부시장단 전원은 이석을 요청하면서 3일 동안 심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대변인, 감사위원장, 비상기획관, 서울시립대 총장, 서울의료원장, 120다산콜센터 재단 이사장, 서울산업진흥원 대표이사 등도 일정을 이유로 이석을 요청했다. 이유는 현장 점검, 행사 참석, 시장 현장방문 동행, 위원회 참석 등이었다고 한다. 서울시의회는 긴급한 현안을 제외한 일상적 일정의 경우, 이석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별 예산안 예비심사가 종료된 1일 이후 <오세훈표 예산 족족 잘라낸 서울시의회> <오세훈 발목잡기식 서울시의회 예산몽니>(매일경제), <오세훈 시장이 123억 깎은 TBS 출연금 예산, 시의회는 오히려 올해보다 13억 증액 요청>, <TBS 이어 시민단체 예산도 되살린 서울시의회>(조선일보), <시의회, 오세훈이 깎은 TBS예산 136억 증액… 서울시 부동의 맞서>(동아일보), <서울시 "TBS 출연금 증액 집행 안할 것"…시의회는 오세훈표 예산 삭감 예고>(중앙일보) 등의 보도가 이어졌다.

중앙일보 12월 7일 <서울시 “TBS 출연금 증액 집행 안할 것”… 시의회는 오세훈표 예산 삭감 예고>

여기에 서울시 공무원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예산심사가 공전됐다. 류훈 서울시 행정2부시장 등 서울시청 공무원들이 감염됐으며 예산과 실무직원까지 확진되면서 예결위 심사가 연기됐다. 서울시는 코로나 확산 상황과 촉박한 예산심사 일정 등을 이유로 질의기간 단축과 서면질의 대채 방안을 검토할 것을 서울시의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서울시의회 예결위는 지난 14일 서울시 공무원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예산안 심사 중단 사태가 반복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공직기강 확립'을 주문했다. 하지만 서울시청 감염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오 시장도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다. 16일 기준 서울시청 공무원 5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의회는 준예산 사태 우려에 따라 15일 전국 최초로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예산심사를 진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명목하에 시민사회부문 민간위탁·보조금 예산 832억 원을 삭감하고, TBS 출연금 123억 원을 깎았다. 123억 원은 TBS TV와 라디오 제작비의 9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이들 예산을 되살리고 오 시장이 추진하는 '서울런' 사업(168억 원), 안심소득 시법사업(74억 원), '지천 르네상스' 사업(32억 원) 등의 예산을 삭감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 준예산 사태와 법적 분쟁이 예고되고 있다. 시는 예산편성권을, 시의회는 예산심의권을 갖는다. 이에 따라 시의회는 시가 제출한 예산을 삭감할 수 있지만 신설·증액 예산은 시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 연내 예산안 처리가 불발될 경우 준예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서울시는 자신들이 부동의한 예산에는 집행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는 서울시 동의 없이 시의회가 예산안을 의결할 경우 서울시가 무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010년 무상급식 실시를 막기 위해 시의회 예산안 집행을 거부하고, 이를 주민투표에 부쳤다가 동의를 얻지 못해 사퇴했다.

'언론·시민단체 탄압' 비판받는 오세훈 예산 삭감

오세훈 시장의 TBS·시민사회 예산 삭감에 대해 '언론·시민사회 탄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 시장은 TBS 출연금 삭감 이유로 '재정독립'을 거론했다. 하지만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프로그램 편향성을 이유로 TBS 제작비를 손보고 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오 시장과 국민의힘은 국정감사,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TBS '편향성'에 대한 조치를 수차례 언급했다.

이들은 TBS에 보도기능이 없다며 '불법방송'을 주장했지만 이 같은 주장은 법원에서 '가짜뉴스'로 결론났다.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TBS는 중앙 정치를 논할 수 없다'는 조선일보 기고문이 '허위'라는 1심 판결을 재인용했다. 1990년 특수목적 방송으로 설립된 TBS는 '방송의 목적에 맞는 편성 비율을 60% 이상 지켜야 한다'는 관련법 조항에 따라 보도기능을 수행해왔다.

(유튜브 채널 '서울시장 오세훈')

오 시장은 취임 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마음만 먹으면 방법이 없겠는가"라며 TBS에 대한 인사권, 경영평가권, 감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조직 자체를 '해체'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립미디어재단 TBS에 대한 서울시장 권한은 많지 않다. 11명 TBS 이사회 구성원 중 서울시 공무원은 2명뿐이다.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정관'에 따르면 TBS 해산, 임원 구성 등에 있어 서울시장 권한은 제한적이다.

경영평가권·감사권을 프로그램 편향성을 이유로 행사할 경우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프로그램 편향성을 이유로 한 재정압박 역시 마찬가지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TBS에 대한 예산지원을 끊겠다는 말을 했다가 방송법 위반 논란을 빚었다. 당시 오 시장은 "지금 나는 서울시 예산을 지원한다 안 한다, 실현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말로 논란을 피해갔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서울시 바로 세우기'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 현금지급기로 전락했다"며 "지난 10년간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지원된 금액이 무려 1조원 가까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8일 시민사회연대체 '오!시민행동'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비영리민간단체 포함 시민단체에 사용된 민간 보조금은 약 2천억원, 민간위탁금은 3298억원이었다.

특히 공공기관·노동조합·대학·언론사·종교단체 등 일반 기관까지 포함시켜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예를 들어 민간보조금 내역에 ▲서울주택도시공사·서울시여성가족재단·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서울지역회의·종로문화재단 ▲경향신문·MBC·한겨레·서울신문·BBS·한국조경신문·조선일보 ▲서울시립대산학협력단·성균관대·건국대·서울대·한양대·연세대·국민대 ▲여의도순복음성북교회·대한불교조계종 등에 대한 지원 내용이 있다. 이는 일반기관에 집행된 민간보조금만 1362억 원으로 시민사회 집행액으로 볼 수 없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체스코회관에서 열린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 발족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시민행동'은 "오 시장의 '바로 세우기' 명분이 되었던 시민단체 1조 원 발언은 그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채 그저 사실인 양 수차례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며 "진실을 감추고 부풀려진 거짓을 바탕으로 2022년도 서울시 예산을 근거 없이 삭감하고 시민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사업마저도 가로막고자 하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13일 국민일보 기사 <서울시 무더기 추가감사 착수…예산안 확전 불가피>에 따르면 서울시는 마을공동체사업, 서울시사회투자기금, 도시재생지원센터 등 '서울시 바로 세우기' 관련 사업에 대한 특정 감사를 추가했다. 국민일보는 "지속적인 서울시의 감사는 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에 정치적 공격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강대강'이 지속되면서 집행부와 시의회가 타협에 이르지 못해 예산안이 내년 초까지 표류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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