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TV조선 개국 10년을 '방송 역사에 기록되어야 할 놀라운 도약'이라고 소개했다. 각 부문에서 성과를 올리며 지상파를 압도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막말·편파방송, '뒷광고', 재승인 조건 회피 등의 논란은 감추기 어려운 사실이다.

조선일보의 'TV조선 10년' 자화자찬

조선일보는 2일 기사 <신뢰받는 뉴스·온 가족 예능… 종편 10년 만에 TV조선 압도적 1위>에서 "이제 시청자들은 리모컨을 누르고 자연스럽게 TV조선에 채널을 고정한다"며 "TV조선은 이제 남녀노소 함께 즐기는 예능 방송,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날 선 보도, 인기 드라마라는 삼각축을 토대로 출범 10년 만에 명실상부한 1등 종편 채널이 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메인뉴스 시청률 상승,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예능 부문 성장, 임성한 작가의 복귀작 '결혼작사 이혼작곡' 등 드라마 부문에서의 저력 등을 강조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지상파도 제쳤다>에서 "TV조선 출범 10년 동안 경이로운 기록이 쏟아졌다"며 "지난해 TV조선 연평균 시청률 2.71%는 종편 사상 역대 최고치다. 지상파 방송인 MBC와 SBS보다도 높은 수치로 두 방송사를 모두 제친 종편은 TV조선이 유일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만물상' 코너에서 김태훈 논설위원은 "언론계에선 방송 역사에 기록되어야 할 놀라운 도약이라고 평가한다"면서 종합편성채널이 미디어 지형의 균형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김 논설위원은 "특히 뉴스와 시사 프로는 정권의 응원단이 된 지상파와 달리 시청자들에게 다른 뉴스와 여러 의견을 제공했다"며 "시청자들은 '종편조차 없었다면 어디서 정부 비판 목소리를 듣겠느냐'고 한다"고 썼다.

2일자 조선일보 21면 갈무리

'특혜'를 발판으로

TV조선 등 종편이 지난 10년 동안 미디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것은 각종 특혜와 무관하지 않다. 유료방송 의무전송, '황금채널' 배정, 광고 직접 영업, 방송통신발전기금 유예 등으로 레드오션이었던 방송 시장에서 종편의 자리를 확고하게 하는 데 역할을 했다.

지난 2019년 종편 출범 8년만에 의무전송제도가 폐지되자 당시 종편과 이를 소유한 신문사들의 내놓은 반응은 '특혜 논란'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의무전송제도 폐지를 '언론 길들이기'라고 주장했지만, 달라진 위상을 바탕으로 유료방송사업자와 프로그램 재송신료(CPS) 인상 협상에 나섰다.

의무전송제도는 공익적 채널에 한해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특정 채널을 의무적으로 송출하도록 한다. 종편 출범 당시 이명박 정부 방송통신위원회는 다양성 구현 등을 이유로 방송법 시행령을 통해 종편4사에 대한 의무전송제도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종편은 별도의 플랫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전국 송출망을 확보했다.

법적 대응으로 재승인 조건 회피

JTBC를 제외한 종편은 출범 후 한동안 보도·시사 프로그램 비율이 60%를 상회했다. 보수정권 시절 종편은 제작비를 절감하면서 정치적 메시지를 송출할 수 있는 보도·시사대담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했다. 당시 종편의 편파적 방송내용과 패널구성은 수시로 비판 대상에 올랐다. 2013년 TV조선과 채널A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북한군 개입설'을 방송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 JTBC 보도로 '북한군 개입설'이 가짜뉴스로 바로잡히기까지 9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조선일보는 TV조선의 신뢰도 상승을 추켜세웠지만 TV조선 내부에서 정치적 편향성과 논리적 비약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TV조선 저널리즘 평가위원회'는 지난 6월 TV조선 보도에 대해 "여전히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보도가 존재한다"며 "실질적 내용에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이미 정한 틀에 따라 무리하게 결론 내는 보도가 많다", "'앵커의 시선'의 경우 논리의 비약이나 거친 표현 등이 자주 발견된다"고 밝혔다. 평가위는 지난해 12월 열린 첫 회의에서도 같은 내용의 지적을 한 바 있다.

TV조선의 경우 공정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TV조선은 2014, 2017, 2020년 총 세 차례에 걸쳐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2014년 재승인 심사에선 공정성·사업계획서 불이행 등의 문제로, 2017년엔 재승인 기준 점수 650점에 미치지 못하는 625.13점을 획득해 조건부 재승인 받았다. 2020년 TV조선은 방송의 공적책임과 관련한 중점심사사항에서 과락을 받았지만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재승인 심사위원회와 청문위원회가 TV조선에 대한 재승인 거부를 방통위에 건의한 바 있다.

TV조선은 재승인 조건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제재를 소송을 통해 회피하고 있다. 방통위가 내건 조건은 '공정성, 대담·토론프로그램 형평성·균형성·공정성 유지, 객관성, 인권보호, 윤리성, 품위유지, 방송언어 조항을 위반한 법정제재를 매년 5건 이하로 유지할 것'이다. 현재 TV조선과 채널A는 5건을 채운 상태다. 같은 기간 JTBC와 MBN은 각각 1건을 기록했다.

특히 TV조선은 행정소송을 통해 법정제재 1건을 재승인 조건에서 제외시켰다. TV조선은 이에 더해 방통위 재승인 조건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방송심의 법정제재를 매년 5건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 중 '2020년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법정제재 건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단서조항에 대한 취소소송이다. TV조선의 재승인 시점은 지난해 4월로, 이전의 법정제재를 소급하는 식의 조건은 부당하다는 게 해당 소송의 취지다.

TV조선 사옥 (사진=TV조선)

'뒷광고' 홈쇼핑 연계편성 최다

이른바 '방송계 뒷광고'로 불리는 홈쇼핑 연계편성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상품을 유사 시간대 인접 채널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행태를 말한다. MBN이 2015년 연계편성 불법 영업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청자를 기만하는 방송계 뒷광고 실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방통위가 올해 3월 방송분 연계편성 현황을 점검한 결과 지상파·종편 45개 건강정보프로그램에서 520회 방송한 내용이 홈쇼핑 17개 채널에서 총 756회 연계편성됐다. TV조선은 14개 프로그램에서 139회(본방 69회, 재방 70회) 연계편성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점검대상 방송사 중 가장 많은 횟수로, 하루에 4~5개의 연계편성을 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TV조선은 협찬사실을 고지하지 않는 방식의 홈쇼핑 연계편성을 추가로 진행했다. 복수의 방통위 관계자들은 TV조선이 협찬사실 미고지 홈쇼핑 연계편성을 해온 게 맞느냐는 질문에 사실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횟수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방통위는 홈쇼핑 연계편성 시 협찬사실을 고지하도록 지상파·종편 재허가·재승인 의무조건에 명시해 시청자 보호 장치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재승인 심사 대상이던 TV조선·채널A에 '협찬고지' 의무조건이 부과됐다.

재승인 조건은 '협찬을 받은 프로그램에서 협찬주가 판매하는 상품이나 용역의 직접적인 효과나 효능을 다루는 경우 시청자들이 알 수 있도록 협찬받은 사실을 반드시 3회 이상 고지'하라는 내용이다. 지난달 방통위는 이 같은 재승인 조건을 위반했다며 채널A, JTBC, MBN에 대해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TV조선은 협찬주가 판매하는 상품과 프로그램에 노출되는 협찬상품을 불일치시키는 방식으로 협찬사실 고지 의무를 피했다. 예를 들어 여주를 판매하는 협찬주 A업체가 망고 상품이 노출되는 프로그램과 협찬 계약을 맺으면, 망고를 판매하는 협찬주 B업체가 다른 시간대에 여주가 노출되는 프로그램과 협찬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방송통신위원회 홈쇼핑 연계편성 예시. 3월 12일자 건강정보프로그램(왼쪽)과 홈쇼핑 판매프로그램.

'사건 당사자'로 등장하는 TV조선

2018년 TV조선 수습 기자는 댓글 조작사건 핵심인물 '드루킹' 김모 씨가 운영하던 느름나무출판에서 무단침입, 현장에 있던 태블릿PC와 USB 등을 들고 나왔다. TV조선 기자는 취재 욕심으로 물건을 들고 나왔다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시인,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2019년 불기소 처분됐다. TV조선은 태블릿PC 등에 담긴 내용을 보도에 이용하지 않았고, 사건을 인지한 즉시 물건들을 반환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수습기자가 자신이 무단 침입한 사무실 사진 180장을 TV조선 기자들에게 공유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증폭됐다.

지난 7월 1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된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TV조선 엄모 앵커와 정모 기자가 입건됐다. 엄 앵커는 김 씨로부터 고급 중고차를 건네받은 혐의, 정 기자는 대학원 등록금 일부 대납 혐의를 받는다. 지난 9월 경찰은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같은 달 김 씨는 1심 재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둘째 아들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현 사내이사)는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방 전 대표는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드라마 제작사 하이그라운드에 수백억 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를 받는다.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변호사가 방 전 대표를 신고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사건을 조사 중이다.

또 하 변호사 등 시민단체는 하이그라운드가 사업자금 19억 원을 방 전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또다른 회사인 컵스빌리지에 담보없이 대여했다(업무상 배임 혐의)며 사건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지만 시민단체 이의제기로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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