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다이애나비 인터뷰 보도 배경이 알려지며 신뢰도가 하락한 BBC가 공정성 강화를 위한 10가지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콘텐츠 제작 기준이 전방위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이고,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내부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는 계획이다.

BBC는 지난해 폭로된 다이애나비 인터뷰 사건을 계기로 BBC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인 세로타 경에게 뉴스·프로그램 제작 프로세스에 대한 전반적인 재고찰을 부탁했다. 이를 바탕으로 10월 말 ‘세로타 보고서’가 발간됐다. BBC는 공정성 확보 계획에 따라 내년 1월부터 ‘BBC 방송의 공정성’에 대해 자체평가를 시행한다.

5월 21일 연합뉴스TV <드러난 다이애나비 BBC 인터뷰 진실…두 아들 강력 비판> 영상 화면 갈무리 (사진=연합뉴스TV, 로이터)

주대우 KBS 영국 통신원이 작성한 공영미디어연구소 12월호에 따르면, 세로타 보고서는 6가지 영역에서 BBC의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BBC는 이를 바탕으로 ‘BBC 공정성과 제작 기준’이란 실행계획 보고서를 마련했다.

10개의 실행계획은 ▲보도·프로그램이 공정성을 유지하고 다양한 의견과 시각을 반영하는지 리뷰한다(리뷰) ▲제작정책팀을 강화해 BBC와 외주제작사의 콘텐츠 제작에 향상된 책임을 부여한다(감독) ▲콘텐츠에 제기된 불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체계를 정립한다(조사) ▲실행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이사회가 모니터링한다(모니터링) 등이다.

또한 ▲BBC의 제작 가치와 문화를 위반할 시 직위 역할 관계없이 징계 내린다(제작 가치와 문화) ▲‘제작 지침 및 기준 위원회’에 두 명의 외부 전문가를 선임한다(향상된 지배구조) ▲방송 공정성 및 제작 기준 등에 대한 교육을 프리랜서·신입·경력사원까지 확대한다(교육) ▲제작 리스크나 이슈 등에 대한 정보를 고위직과 공유하는 등 투명성 확대한다(투명성) 등이다. ▲내부고발 사건을 담당할 임원을 지정한다(내부고발) ▲BBC 방송에서 다양한 영국 지역의 주민들이 다뤄지도록 한다(의견과 시각) 등이다.

세로타 보고서가 지적한 6가지 개선 영역

10가지 실행계획의 바탕이 된 세로타 보고서는 BBC 임원, 기자, 직원, 방송 진행자 등 100여 명이 넘는 관계자의 인터뷰를 통해 BBC의 제작 프로세스, 지배구조, 제작문화 등을 분석했다.

세로타 보고서는 다이애나비 인터뷰 사건이 발생한 1995년과 비교해 BBC의 제작프로세스가 많이 개선됐다면서도 6가지 영역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프리랜서나 임시 근로자들이 제작지침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제작 기준과 가이드라인의 활용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또 BBC가 지향하는 제작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채용과 교육 과정에서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으며 BBC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징계가 따른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로타 보고서는 BBC가 제작하는 콘텐츠를 사전·사후 검증하는 ‘제작정책팀’이 뉴스 부서와 가까워져야하며 뉴미디어전문가·글로벌 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BBC 콘텐츠가 BBC가 지향하는 가치를 담아내고 있는지 평가할 시스템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세로타 보고서는 BBC 내부에서 부정 행위가 일어났을 때 누구나 이의제기할 수 있고 관련 부서에 내부고발할 수 있는 문화와 체계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BC는 1998년 공익제보법에 기반한 내부고발 정책이 만들어져있지만, 특정 프로그램이 제작지침을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됐을때 내부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은 부재한 상황이다.

세로타 보고서는 제작진 누구나 자신의 의견과 우려를 제기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하며, 내부고발자는 내부 범죄 행위에 대해 고발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해당 뉴스 책임자가 조사하는 책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로타 보고서는 BBC가 타 부서의 인력을 활용해 제작지침 위반 소지를 조사해고 필요할 때는 외부 전문가 합류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5월 21일 연합뉴스TV <드러난 다이애나비 BBC 인터뷰 진실…두 아들 강력 비판> 보도 화면

BBC 가치 훼손에 따른 징계와 내부고발자 시스템 강화 대책은 다이애나비 인터뷰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방안으로 보인다. 다이애나비 동생인 찰스 스펜서 백작은 지난해 마틴 바시르 BBC 기자가 1995년 다이애나비와 인터뷰하기 위해 위조된 은행 서류를 사용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당시 BBC 독점 인터뷰에서 다이애나비는 남편인 찰스 왕세자의 불륜 사실을 폭로했고 두 사람은 이혼했으며 다이애나비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다음 해 BBC는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인터뷰를 성사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내부 조사를 진행했지만 혐의없음으로 결론지었고 바시르 기자를 옹호한 바 있다.

주대우 통신원은 “실행계획의 실제 목적은 내부 직원들의 비윤리적 행위를 시스템적으로 차단, 방지하는데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며 “유일하게 방송 공정성 확보를 직접적으로 목표로 하고 있는 건 ‘리뷰’ 프로세스 도입 계획”이라고 짚었다.

주 통신원은 “BBC는 향후 공격적인 이슈에 대한 BBC의 보도나 이를 다룬 BBC 프로그램이 적절한 공정성을 유지하고 다양한 의견과 시각을 잘 반영했는지 리뷰하는 기회를 가지겠다고 밝혔다”며 “자아성찰이 향후 BBC가 다양한 프로그램에 걸쳐 어떻게 공정성을 확보해 나가야 할지 고민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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