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월드컵 최종 예선을 마치고 복귀한 후 경기를 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손흥민이 가장 긴 거리를 오간다는 기록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대표팀 주장으로 나서며 팀을 이끈다는 점에서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캐슬은 사우디 국부펀드에 인수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게 되었다. 그런 흐름 속에 첫 경기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었다. 해고 이야기가 나왔던 브루스 감독으로선 개인 천 번째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도 이번 경기는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 스포츠 구단 중 가장 돈 많은 구단주인 사우디 국부펀드가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여부는 뉴캐슬 팬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새로운 구단주가 방문한 경기에서 팬들은 환호했고, 이후 뉴캐슬에 불어닥칠 긍정적 변화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뉴캐슬 감독과 선수들은 팬들의 바람과 달리, 불안 속에 경기를 치러야 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가진 사우디 국부펀드에 인수된 만큼 현재 뉴캐슬 소속 선수 중 장기적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케인, 은돔벨레, 그리고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토트넘으로서도 이번 경기는 중요하다. 시즌 시작과 함께 3연승을 이어갔지만 이후 3연패를 당했다. 그리고 지난 경기에서 손흥민의 힘으로 겨우 연패를 막아선 상황에서 연승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브루스 감독만큼이나 누누 감독의 자리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절박함 속에 치러진 경기에서 초반 승기는 뉴캐슬의 몫이었다. 경기 시작과 함께 돌아온 칼럼 윌슨은 2분 만에 헤더로 골을 넣었다. 부상으로 빠졌던 윌슨은 빠른 공격으로 깔끔한 마무리를 했다. 뉴캐슬은 초반 강력한 압박으로 토트넘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드리블러 막시맹이 치고 올라가다 오른쪽에 위치한 만키요에게 패스를 했고, 중앙에 있던 윌슨에게 크로스로 골이 연결되게 만들었다. 시작과 함께 터진 선취골은 뉴캐슬 구장을 들뜨게 만들었다. 새로운 구단 수뇌부까지 관람하는 상황에서 토트넘을 잡을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뉴캐슬은 공격라인보다 수비라인에서 문제가 컸고, 이런 문제는 손쉽게 토트넘의 공세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전반 17분 레길론이 치고 올라가다 중앙에 있는 은돔벨레에게 환상적인 패스를 했고, 수비라인이 벌어진 상황에서 차분하게 골로 연결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은돔벨레는 동료에 패슬하기보다 욕심을 내는 등 오늘 경기에서 과한 의욕을 보였다. 패스를 했다면 충분히 손흥민이 골로 연결할 수 있는 장면도 존재했지만, 은돔벨레는 홀로 드리블하고 슛을 하는 등 혼자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며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케인 [로이터=연합뉴스]

동점을 이룬 후 토트넘은 더욱 뉴캐슬을 압박해 갔다. 22분 호이비에르가 환상적인 로빙 패스로 전방에 있던 케인에게 연결했고, 감각적 슛으로 골을 기록했다. 오프 사이드 판정 결과 온 사이드가 되며 케인의 올 시즌 첫 리그 골을 기록하게 되었다.

터지지 않던 케인의 골이 나왔다는 것은 토트넘의 옵션이 더욱 늘었다는 의미다. 그리고 손케 라인의 대기록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토트넘이 뉴캐슬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관중석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관객이 쓰러지자 응급조치를 위해 경기가 중단되었다. 상당히 오랜 시간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치료하는 상황은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가장 먼저 이상을 발견한 레길론이 심판에게 이를 알렸고, 다이어가 구급대원을 챙기는 등 뉴캐슬 선수보다 토트넘 선수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들이었다.

주심에게 경기 중단 요청하는 레길론 [레길론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오른쪽 코너킥 상황이 재개된 후 손케 라인이 가동되었다. 모우라를 기점으로 케인과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의 패스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단숨에 3-1로 앞서게 되었다. 발재간이 좋은 모우라의 중앙에서 움직임이 좋았고, 손흥민 주변에 수비수가 몰려있자 우측에 있는 케인에게 패스를 했다.

케인이 패스를 받는 순간 골을 넣기는 어려워도 어시스트는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뉴캐슬 수비수들이 손흥민에서 케인을 향하며 공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유로워진 손흥민에게 패스가 왔고, 골로 연결한 손흥민은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손케 라인이 합작한 골은 이제 35골이 되었다. 케인의 이적설과 부진으로 인해 기록이 무산되거나 더뎌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뉴캐슬 원정에서 드디어 시즌 첫 손케 합작골이 나왔다. 드록바-램파드의 36골 기록에 단 한 골이 모자란 상황이 되었다.

케인이 리그 첫 골을 넣은 만큼 이제 이 대기록이 깨지는 것은 당연하다. 역대 최고 기록을 과연 얼마까지 늘려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 시즌 합작으로 40골 이상을 넣는 것은 당연하니 말이다. 잘만 터진다면 50골에 가까운 기록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후반전도 토트넘이 압도하는 상황에서 44분 다이어가 낮게 올라온 공을 헤더로 쳐내려다 실수로 다리에 맞고 자책골이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자칫 동점 상황을 만들어 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셀비의 황당한 반칙으로 퇴장당하며 뉴캐슬이 더는 따라올 수는 없었다.

득점하는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브루스 감독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밖에 없는 개인 천 번째 경기는 아쉬움으로 남게 되었다. 뉴캐슬의 개편은 전 분야에 걸쳐 이뤄져야 함을 오늘 경기는 잘 보여주었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뉴캐슬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향후 2, 3년 후 뉴캐슬이 어떻게 변할지도 궁금해진다.

지옥의 행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A매치까지 마치고 돌아와 풀타임으로 경기를 치러야 했던 손흥민은 킹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A매치 포함 6경기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3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꾸준하게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반가웠다.

뉴캐슬 원정 경기를 앞두고 손흥민이 코로나 확진자라는 보도가 나왔었지만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이 나왔다.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만이 아니라 토트넘에서도 절대적인 위상을 가진 선수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의 공백은 모두에게 최악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동갑내기 친구인 황의조의 환상적인 감아차기까지 나온 일요일 경기는 친구들끼리 골을 기록하며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풀타임을 뛰어야 했던 손흥민은 이제 충분한 휴식을 통해 다음 경기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오늘 승리로 5위까지 상승한 토트넘은 케인의 시즌 데뷔골까지 터지며 기대치를 키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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