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유력 대선주자들이 SBS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앞두고 있다.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는 9일 20대 대선 주자들과 함께 하는 특집 방송을 예고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9일, 이재명 경기지사는 26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달 3일 출연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모교인 충암고를 방문해 청룡기 전국 고교아규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야구부 선수들을 격려한 후 함께 몸을 풀고 있다. (사진제공=윤석열 캠프)

집사부일체 제작진은 “대선주자 중 가장 지지율이 높은 세 명의 주자들이 사부로 출연한다”며 "후보들을 선정하기 위해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의 최근 6개월 (2021년 3월~8월) 여론조사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집사부일체 제작진은 “해당 기간 1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보여준 1위~3위 대선 주자를 지난 4개월 동안 공들여 섭외했다”며 “세 사부가 살아온 인생역정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집사부일체 제작진은 윤 전 총장의 촬영을 끝마쳤다.

시청자 반응은 곱지만은 않다. 트위터에서 “수많은 의혹을 받고 있는 대선 주자들이 방송에 ‘사부’로 출연한다니”, “장모는 구치소에 있고 아내 의혹은 진행 중이며 고발 사주 의혹 정점에 있는 자를 예능에 출연시킨다니”, “이재명 출연했던 SBS ‘동상이몽’이 떠오른다” 등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후보자들의 자질과 역량을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서만 검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통령 후보의 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예능 출연은 대부분 보여주기식 연출과 이미지메이킹이 강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정치인 이미지를 세탁해주는 역할에 그칠 것 같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신 처장은 “시청자 반응만 봐도 대선주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기대하기보다는 여러 의혹들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며 “의혹은 남겨둔채 예능에 나와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개인적인 이야기에 치우친다면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바와 동떨어진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친근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 예능·교양 프로그램을 활용한 경우는 많았다. 2017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SBS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 2018년 오세훈 서울시장은 TV조선 <아내의 맛>, 원희룡 제주지사는 2019년 KBS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고정 출연했다.

지난 1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 후보자들은 TV조선 <아내의 맛>에 차례로 출연했다. 당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특정 방송사가 예능프로그램을 이용해 일부 정치인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주며 언론이 선거 시기 지켜야 할 중립성조차 위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3월 이낙연 전 대표와 원희룡 지사는 MBC 파일럿 프로그램 <누가 누굴 인터뷰>에 출연했다. (▶관련기사 : 정치인 예능 출연, 이번엔 이낙연 'MBC 토크쇼' 출연)

윤태곤 미래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난 1월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의 예능 출연 소식에 “앞으로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더 심해질 것 같다”며 “정치인들은 예능에서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또한 정치 뉴스를 잘 안 보는 시청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보방송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막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이러한 현상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 사실상 예능에서 제일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국회에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우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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