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6일 12기 KBS 이사장으로 남영진 이사가 선출됐다. 이날 KBS 이사회에서 이례적으로 이사장의 권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KBS 이사회의 첫 번째 안건은 이사장 선임이었다. 그동안 KBS 이사회는 연장자 합의 추대 방식으로 이사장을 선임해왔다. 하지만 권순범 이사의 제안에 따라 이사장 선출 방식에 대한 거수 투표가 진행됐다. 결과는 6명의 찬성으로 '연장자 합의추대 방식'이 채택됐으며 1955년생인 남영진 이사가 이사장으로 결정됐다.

남영진 KBS 신임 이사장 (사진제공=KBS)

남 이사는 소견 발표에서 12기 이사회의 주요 임무로 ‘KBS 집행부 선임’과 ‘수신료 정상화’를 꼽았다. 남 이사는 “이사장이 되면 첫 번째로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를 KBS 집행부를 선임해야 한다. 두 번째로 지난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수신료 인상을 실현해야 한다”며 “누구의 추천을 받았든지 간에 원(ONE)팀으로, 앞으로 할 일을 빨리빨리 심도있게 마음 합쳐 나가자”고 말했다.

남 이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신문노동조합의 비판과 관련해 "KBS 이사는 비상임이라 겸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난주 금요일 사의를 표명했다. 작은 소동이었지만 KBS 이사로서 또한 이사장으로서 정말 열심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남영진 KBS 이사 내정에 지역신문노조 부글부글)

남 이사의 소견 발표 이후 김종민 이사는 차기 이사장으로서 언론중재법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남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 면접에서 언론중재법 찬성의견을 밝혔다. 물론 독소조항이 있지만 상징적인 의미로라도 이 법이 의결돼야 한다"며 "언론자유도 중요하지만, 가짜뉴스, 지역 신문의 광고 바꿔먹기 등의 폐해가 훨씬 크기 때문에 여야가 합의해서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회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이사 각자의 양심과 정치적 소신이 있겠지만 이사회에서는 많은 토론을 거쳐 줄여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남 이사의 언론중재법 찬성의견에 대해 다수 이사들이 반대 의견을 표명하며 “이사장이 이사회를 대표하는 건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권순범 이사는 "남 이사의 언론중재법 찬성 의견은 이사회 대표로서의 발언이 아닌 11인의 이사 중 한 사람의 의견으로 듣겠다"고 말했다. 이은수 이사는 “언론중재법 관련해 대단히 유감을 표하고 싶다”며 “공식적이고 대외적으로 이사장이 이사회를 대표한다는 부분이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논의 끝에 남영진 이사장 선임을 묻는 찬반 거수 투표가 진행됐다. 권순범, 김종민, 이석래, 이은수 이사를 제외한 7명의 이사들이 찬성해 남영진 이사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반대의견을 표명한 4명은 야당 성향 이사로 분류된다.

뜬금없이 튀어나온 "이사장이 이사회를 대표할 수 있나"

12기 이사회는 이사장 선출 논의에 앞서 이사장 역할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사회 사무처는 이사장의 역할에 대해 ▲대외적으로 12기 이사를 대표한다 ▲이사회 진행을 맡는다 ▲단독으로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숙현 이사는 “이사회 정관에 이사장이 이사회를 대표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이사장이 개인 자격으로 이사회를 대표하는 대표성을 가진 건 아니다. 이사회는 우리 모두가 끌고 가는 것으로 대표 권한을 가진 이를 선출하는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상요 이사는 “이사회는 협의체로 이사장이 대외적으로 이사회를 대표한다기보다는 이사 회의를 진행하는 역할로 정리하자”고 동의를 나타냈다.

반면 정재권 이사는 “대표한다는 표현이 법적 책임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이사장이 이사들과 똑같은 권한을 갖고 있다고 볼 순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석래 이사는 “과거를 보면 이사장은 아무리 법적 규정이 없더라도 이사회 얼굴이다. 역할도 막중하다”며 “이사장은 비상임이지만 상임에 준하는 중요한 자리”라고 했다.

“벌써 이사회 12기인데 이사장 역할을 논의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는 김찬태 이사의 의견에 따라 이사장 권한에 대한 논의는 마무리됐다.

6일 KBS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려는 이석래 이사와 이를 막아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사진제공=KBS본부)

한편 이날 이사회 직전 이석래 이사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사이에 마찰이 발생했다. KBS본부 조합원 30여 명이 이석래 이사를 막아서며 “정치적 독립 위협하는 이석래는 사퇴하라”, “정권 되찾으려 KBS에 왔나 이석래는 사퇴하라”, “해노 행위 공개발언 이석래는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이사는 2~3분간의 실랑이 끝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이사회장에 입장했다.

이석래 이사는 이사회에서 “이사에 지원한 동기는 KBS가 정치적 변화가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조직을 만들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며 “우리 모두 하나가 돼서 흔들리지 않는 KBS를 만드는 데 온힘을 쏟자”고 말했다. 이 이사는 앞서 지난달 31일 국회 앞 언론중재법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내용으로 인해 KBS 기자협회와 KBS본부노조로부터 이사직 사퇴 촉구를 받았다. (▶관련기사 : KBS 이사회 시작부터 정치적 중립 논란…중심에 이석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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