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중앙일보가 자사 출신 박보균 전 편집인의 윤석열 캠프 합류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중앙일보 출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임명 당시 회사 차원의 별도 입장 등을 내어 언론인의 정치권행을 비판한 것과 대조적이다.

윤석열 캠프는 4일 박 전 편집인 영입 소식을 전하며 "한국 언론계, 특히 정치 현장 취재의 산증인"이라고 소개했다. 윤석열 캠프는 "그는 40년 가까이 언론계에 몸 담았으며, 1985년부터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 정치 현장을 누비며 다수의 특종 기사와 열독률 높은 칼럼을 써왔다"고 했다.

중앙일보 8월 4일 <尹캠프, 박보균·윤진식·이철규·윤한홍 영입…여성 영입은 부족>

중앙일보는 이날 기사 <尹캠프, 박보균·윤진식·이철규·윤한홍 영입…여성 영입은 부족>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4일 캠프 상임고문에는 박보균 전 중앙일보 편집인을 영입했다"며 박 전 편집인의 이력을 나열했다. 박 전 편집인은 중앙일보에서 정치부장·논설위원·편집국장·편집인·대기자·전무·부사장대우 등을 역임했다. 제18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 등을 지냈다.

중앙일보는 "윤 전 총장이 과거부터 박 전 편집인의 신문 칼럼을 즐겨 읽었다"는 캠프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윤석열 캠프 영입인사 중 박 전 편집인을 기사의 가장 앞머리에서 소개하고, 박 전 편집인 사진을 기사에 띄웠다.

지난해 강민석 중앙일보 전 콘텐츠제작에디터의 청와대 대변인 임명에 대한 중앙일보의 태도와 비교된다. 중앙일보는 당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임명에 대한 중앙일보 입장>을 기사화했다. "중앙일보는 그동안 현직 언론인의 정부 및 정치권 이적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유지해왔기에, 강 전 에디터의 청와대행에 대한 우려와 비난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소속원의 그러한 선택에 아쉬움을 가지며, '현장의 진실을, 통합의 가치를, 내일의 성장'을 중앙에 두겠다는 중앙일보의 준칙에 어긋남이 없었는지 돌아보고 다시금 의지를 다지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중앙일보 2020년 2월 7일, 2월 13일 지면 갈무리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은 칼럼 <강민석 대변인, 정말 모르시나요?>에서 "엊그제까지 한솥밥 먹으며 지척에서 함께 일하던 사이인데, 이런 글을 쓰려니 민망합니다"라며 "강민석 대변인의 청와대 입성으로 중앙일보는 권력과의 올바른 긴장 상태를 의심받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강 대변인과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들도 마찬가지의 입장에 처했습니다"고 썼다.

이 논설위원은 "기자가 권력 핵심부로 자리를 옮겼을 때 국민이 어떤 시선으로 그와 그가 속했던 언론사를 바라보는지 모르지 않을 겁니다"라며 "첫 청와대 브리핑에서 '거의 모든 언론이 지적해주신 그 부분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감내하겠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에 한눈팔지 않고 제 길을 가는 대다수 기자에 대한 미안함이 충분히 깃들어 있지는 않았습니다"라고 유감을 나타냈다.

박보균 전 편집인은 지난 2월 말까지 중앙일보 '대기자'로서 칼럼를 썼다. 5일 중앙일보측에 따르면 공식적인 그의 퇴사 시점은 2018년 말경이다.

중앙일보 2020년 12월 17일 <[박보균 단문세상] 윤석열의 ‘침착하고 강하게’>

박 전 편집인은 지난해부터 윤 전 총장에 대한 호평을 칼럼에 담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17일 칼럼 <윤석열의 '침착하고 강하게'>에서 당시 징계를 받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카톡프로필 'Be calm and strong'에 주목하며 "그 구절은 신에 의존하지 않는 자의 말투"라고 했다. 박 전 편집인은 "윤석열은 그 글귀로 자신을 단련하는 것일까"라며 "‘문재인의 신세계’는 윤석열에게 거친 바다다. 그의 항해는 외롭다"고 했다.

같은해 11월 19일 칼럼 <'김종인 훈육정치'의 그림자>에서 박 전 편집인은 "민심의 바람이 분다. '윤석열 현상'이 분출한다"며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의 제1야당은 민심의 분노를 낚아채지 못했고, '윤석열 현상'으로 그림자가 뚜렷해졌다고 했다.

한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에 김종혁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이 영입됐다. 캠프 언론·미디어 분야 총괄을 맡았다. 김 전 국장은 중아일보에서 정치부장, 워싱턴 특파원, 편집국장 등을 역임했고 JTBC에서 보도부문 대기자이자 앵커로서 활동했다. 지난해 말 퇴사한 뒤 올해 3월 저서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를 발간했다.

중앙일보 2007년 8월 1일 <[김종혁의 시시각각]대선 캠프로 달려간 기자들>

김 전 국장은 2007년 중앙일보 사회부문 부에디터로서 작성한 칼럼 <대선 캠프로 달려간 기자들>에서 "직업 선택은 자유고 기자들이 정치를 하는 것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최근엔 폴리페서[poli+(pro)fessor]에 이어 폴리널리스트[poli+(jour)nalist]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며 "이런 분위기가 현직에 남아 있는 후배 기자들에게 적잖은 '공정성 부담'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등 여야 대선주자 캠프에서 상당수의 언론인이 '뛰고 있는'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김 전 국장은 "이런 얘길 하는 건 ‘전직(轉職)의 윤리’를 따져 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