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제목 수정 8월 3일 오전 11시 43분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2020 도쿄올림픽 양궁 2관왕 안산 선수의 숏컷 헤어스타일을 두고 때아닌 페미니스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페미니스트로부터 금메달을 뺏어야 한다' 등의 움직임이 나오자 팬들은 대한양궁협회에 안산 선수의 보호를 요청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기껏 한국 양궁을 세계 최강으로 만들어놓았더니 성차별로 국격을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기이한 오늘을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29일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안산 선수를 보호해주세요”라는 글이 5000개 넘게 올라왔다. 이들은 양궁협회에 “안산 선수가 사과하면 안 된다”, “안산 선수에 대한 허위사실을 강경하게 처리해달라”, “선수에 대한 명예훼손 강력한 조치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SNS에서 퍼지고 있는 '안산 선수를 지켜달라'는 홍보물

온라인에서는 안 선수를 둘러싸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극우 남초 사이트에서 안 선수 양궁 조끼의 세월호 추모 배지를 문제 삼았다. 이에 더해 안 선수의 숏컷 헤어스타일과 광주여대에 재학 중이라는 점을 근거로 ‘안산은 페미니스트’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안 선수가 과거 SNS에서 ‘웅앵웅’, ‘오조오억’ 등 남성 혐오적인 표현으로 알려진 말을 사용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며 “역대 메달리스트 중에 페미니스트는 최초, 소중한 세금이 페미니스트한테 갔다는 게 용납할 수 없다”, “금메달을 박탈해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에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이틀 간 ‘안산 선수를 보호해주세요’ 등 제목을 단 글이 5000건 넘게 올라왔다. 일부는 양궁협회에 전화해 ‘안산이 사과하게 만들지 말라’고 촉구하는 운동도 벌이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자유게시판 갈무리

정치권에서도 안 선수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28일 “여성 정치인의 복장, 스포츠 선수의 헤어스타일이 논쟁 거리가 될 때마다 당사자는 물론, 지켜보는 여성들도 참 피곤할 것 같다”며 “‘페미 같은’ 모습이라는 건 없다. 긴 머리, 짧은 머리, 염색한 머리, 안 한 머리, 각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는 여성이 페미니스트”라는 글을 자신의 숏컷 사진과 함께 SNS에 올렸다.

심상정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 “우리는 안산 선수의 당당한 숏컷 라인에 함께 서서 응원하겠다”며 “무엇보다 대한체육회는 지금 상황을 엄중하게 생각하고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압박에 단호히 대처해주길 당부 드린다”고 적었다.

같은 당 장혜영 의원도 “아무리 자기 실력과 능력으로 올림픽 양궁 금메달을 따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 사회에 만연한 이상 이렇게 숏컷을 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실력으로 거머쥔 메달조차 취소하라는 모욕을 당한다”고 썼다.

이어 “이게 바로 낯뜨거운 성차별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능력만이 문제가 아니라 차별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기껏 한국 양궁을 세계 최강으로 만들어놓았더니 성차별로 국격을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기이한 오늘을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장 의원은 “평소 2030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없다는 지론을 퍼뜨리시던 이준석 대표님께 요청한다”며 “자기 능력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고 국위를 선양한 안산 선수에게 숏컷을 빌미로 가해지는 메달을 취소하라는 등의 도를 넘은 공격을 중단할 것을 제1야당 대표로서 책임있게 주장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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