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박성제 MBC 사장이 도쿄올림픽 방송 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 사고 원인으로 “기본적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과정의 문제”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저희 MBC는 전세계적인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며 “지난 23일 밤 올림픽 개회식 중계 도중 각국 소개 과정에서 일부 국가 관련해 부적절한 화면과 자막이 방송됐다. 25일 축구 중계하면서 상대국 선수를 존중하지 않은 경솔한 자막이 전파를 탔다”고 밝혔다.

26일 MBC 본사에서 열린 '박성제 사장의 긴급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사진=MBC)

박 사장은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해당국과 시청자 여러분께 MBC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박 사장은 “지난 주말은 MBC 사장 취임한 이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다”면서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특정 제작진 징계로 그칠 수 없는 기본적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과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방송사고를 일으킨 스포츠국 관계자 일부가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 MBC는 1차 조사보다 강도 높은 특별감사,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건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철저한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대대적인 쇄신 작업을 약속했다. 내부 심의 규정을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을 만들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스포츠뿐 아니라 모든 콘텐츠를 제작할 때 인류 보편적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 성평등 가치를 중요시하는 제작규범이 체화될 수 있도록 전사적인 의식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올 초 이뤄진 스포츠국 조직개편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가 아니냐는 질문에 박 사장은 “조직개편이 문제 원인이라는 분석에는 동의하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박 사장은 “이번 사태가 본사, 계열사 직원의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참가국을 존중하지 못한 것을 근본 원인으로 보고 이를 시스템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것을 1차 원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성원 인식 개선 방안으로 “지구인들의 연대와 우정을 상징하는 올림픽 정신이 담긴 경기라는 점에서 문화적 다양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지금보다 강도 높게 보강하겠다”며 “인력과 예산이 들더라도 책임지고 올해부터 바로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MBC는 이날 오전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사과 서한을 전달했다. 국내에서 철수한 아이티 대사관에는 추후 사과 서한을 전달할 방침이다. 박 사장은 “해당 국가 국민들에게 사과 말씀드리며 외신에도 끝나는 대로 사과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MBC는 25일 루마니아와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의 조별리그 전반전 이후 광고방송이 나오는 와중에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오른쪽 상단에 띄워 또 한 번 논란이 됐다. 루마니아 축구팬들은 SNS를 통해 “한국 공영방송 MBC가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자막으로 마린의 부끄러운 순간을 조롱했다”며 MBC가 올린 자막 사진을 첨부했다.

MBC는 23일 도쿄올림픽 개막 방송에서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을 사용해 사과했다. 외신들은 일제히 한국 공영방송사의 부적절한 이미지 사용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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