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0기가 인터넷 품질 저하' 논란과 관련된 실태점검을 실시하고 금지행위 위반이 다수 적발된 KT에 대해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KT는 인터넷 개통 처리 시 속도를 측정하지 않았거나, 최저보장속도에 미달된 건수가 타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부는 제도개선안 마련과 시정명령을 통해 이용자 보호조치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인터넷 속도저하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강제준공' 등에 대한 대책이 부재해 하청업체와 현장 노동자에게 책임이 전가될 수 있다는 시민사회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21일 방통위와 과기정통부는 21일 인터넷 속도저하 논란에 대한 '제도개선 및 시정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월 불거진 KT 10기가 인터넷 속도저하 논란에 대한 사실확인 조사의 연장선이다.

정부 실태점검은 KT, SKT, SKB, LGU+ 등 통신 4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인터넷 속도저하 ▲초고속 인터넷 가입신청(청약) ▲개통 ▲시스템운용 ▲보상절차·기준 ▲고객관리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속도 조사결과, 개통처리시 속도를 측정하지 않거나 측정하더라도 이용약관상 최저보장속도에 미달된 경우가 KT에서 가장 많이 발견됐다. KT 10기가 1964 회선, 1기가 1만3173 회선, 500메가 9084 회선에서 이 같은 금지행위 위반행위가 발견됐다. LGU+는 10기가 1 회선, 1기가 224 회선, 500메가 1176 회선이었다. SKT는 10기가 4회선, 1기가 14회선, 500메가 68 회선이었으며 SKB는 10기가 3회선, 1기가 6회선, 500메가 60회선이었다.

인터넷 서비스별 속도 미측정 및 최저보장속도 미달 시 개통 현황 (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가입상품별 속도와 이용요금에 차이가 있어 개통시 속도측정 및 고지는 이용자의 계약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며 "통신사가 속도 미측정 및 최저보장속도 미달되었음에도 이를 중요한 사항으로 고지하지 않고 개통한 것은 금지행위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이용약관상 기술상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사유가 있는 등의 경우, 계약 유보 및 통지 후 처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용약관상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행위 또한 금지행위 위반"이라며 KT에 대해 1억 9200만원 과징금 및 시정명령을, 나머지 3사에는 시정명령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정부는 IT유튜버 '잇섭'의 사례(10기가 인터넷 속도저하)와 관련해 "개통관리시스템을 수동방식으로 관리함에 따라 이 과정에서 발생한 설정 오류로 인한 속도저하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KT에 과징금 3억 800만원을 추가 부과하기로 했다. '잇섭'과 같은 피해사례는 36회선(24명)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통신사의 관리 부실로 이용자에게 별도 고지나 동의없이 계약한 속도보다 낮은 속도를 제공하는 것 역시 금지행위 위반으로 판단했다.

정부는 제도개선안을 마련했다. 기존에 약 30% 수준이던 10기가 인터넷 최저보장속도를 50%로 상향하고, 최저속도보상제도와 개통처리 내역에 대한 고지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용자가 별도로 인터넷 속도 측정을 하지 않더라도 통신사가 매일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 발견 시 자동으로 요금을 감면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 각 통신사가 올 연말까지 가칭 '인터넷 속도 관련 보상센터'를 운영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지난 5월 10일 민생경제연구소, 참여연대, KT새노조, 희망연대노조 KT서비스지부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KT인터넷 속도저하 사건에 대한 원인과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참여연대)

이날 시민사회는 정부의 사실조사와 대안마련에 대해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KT 등 통신사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원인을 짚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는 '강제준공', '허수경영'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은 탓에 향후 문제의 책임이 하청업체나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민생경제연구소, 참여연대, KT새노조, 희망연대노조 KT서비스지부 등 4개 단체는 이날 논평을 통해 "KT에서 반복되고 있는 ‘강제준공’이나 ‘허수경영’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통위와 과기부의 제도개선 방안 외에도 KT 이사회의 자구책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는 KT 이사회에 ▲노사간 공동협의체 구성 ▲강제준공·허수경영 발생시 광역본부 최고책임자 엄벌 ▲KTS 등 자회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 금지 ▲정상적인 프로세스와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등을 촉구했다.

아울러 시민사회는 초고속 인터넷 품질에서 나타난 문제가 사실상 5G 서비스에서 나타나는 '불통' 문제와 동일하고, 오히려 5G 피해 규모는 크다며 정부에 ▲이동통신서비스에 대한 서비스 품질 향상 ▲속도에 대한 고지안내 시스템 구축 ▲요금감면 시스템 도입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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