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찰총장 사퇴 118일 만에 이뤄진 '정치인 윤석열'의 대선출마 선언에 대한 언론 평가는 '비전 부재'가 주를 이룬다. 긴 시간 '전언정치'로 피로감을 유발한 윤 전 총장은 '독재', '약탈' 등의 표현으로 정권에 날을 세웠지만, 원론적이고 모호한 비전제시에 보수언론에서마저 '능력을 보여달라'는 주문이 나온다.

29일 윤 전 총장은 현 정부의 정치 형태를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독재요 전제"라고 비판했다. 정부 정책은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각 정책에 대한 대안은 보수진영 주장에 기반한 원론적 수준에서 제시됐다.

검찰 독립성 훼손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정치에 나서야만 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국민 여망을 외면할 수 없다"는 답 외에 자신의 정치철학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절대적 원칙은 아니다"라며 사정기관 수장의 정치직행을 정당화했다. 관심사였던 국민의힘 입당여부나 'X파일' 및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상 답변을 회피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윤 전 총장 대선출마에 대한 주요 종합일간지 사설 제목은 다음과 같다. 전날 검찰총장·감사원장의 정치직행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전횡과 폭주, 법치의 훼손이 이들을 정치의 길로 불러냈다"고 한 중앙일보에서 윤 전 총장 관련 사설은 없었다.

한겨레 <윤석열 대선 출마 선언, '증오의 정치'만 담겼다>
경향신문 <정권교체 외친 윤석열, 직접 나선 이유와 대안은 모호했다>
한국일보 <"정권 교체" 대선출마 윤석열, 국정 능력 입증해야>
서울신문 <무제한 검증 시작된 윤석열, 정책·비전도 제시해야>
조선일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
동아일보 <윤석열 출마선언…反文 넘어 비전·정책으로 실력 보여야>

한겨레는 "검찰총장 사퇴 뒤 118일 동안 정권에 대한 증오와 적대의 언어를 벼리는 것 말고, 대선 주자로서 준비를 충실히 해온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내용이 허술했다"고 총평했다. 한겨레는 "이날 회견은 '대선 주자' 윤석열에 대한 검증과 평가의 필요성을 한층 일깨워준다"며 "검찰 수장을 넘어, 국민을 통합하고 민생을 보듬을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능력과 도덕성을 갖췄는지 판단하는 건 더욱 어려워졌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그는 검찰 수장으로 몸담았던 정부에 독설을 퍼부었지만, 상당 부분에서 이유·근거 없이 '국민들도 알다시피…'라고 전제했다. '닥치고 공격'만 이어진 회견"이라며 "공정·법치·실사구시라는 방법론을 빼면, 윤 전 총장이 만들려는 나라와 미래상은 없었다고 혹평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윤 전 총장의 대안은 모호했고, 정책·비전은 총론에 그쳤다"며 "'맛보기'만 본 그의 비전·정책 소통은 지금도 늦었고 턱없이 부족하다. 잠행과 전언정치가 아니라 앞으로 맞닥뜨릴 수많은 문답 속에서 국가를 이끌 역량을 직접 보여줘야 한다"고 평했다.

한국일보는 윤 전 총장이 검찰 중립성 원칙을스스로 저버린 점을 해소하지 못했고, 가족 관련 의혹은 변수가 될 것이라며 "그의 정치 데뷔가 큰 설득력이 있었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 전 총장의 모호한 정책 비전에 대해 "지속 가능성을 위해 성장과 복지는 같이 가야 한다는 등의 원칙 표명은 틀린 게 없으나 복잡다단한 현실에 시사점 있는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면서 "'예측 가능한 집값'이 핵심이라며 '종부세는 중요하지 않다'거나 공정을 실현할 키워드가 '생애 전주기 기회의 균등'이라는 답변은 그에게 문제 해결력이 있는지 의구심을 자아낸다"고 짚었다.

서울신문은 "윤 전 총장은 26년간의 검찰 생활 이외에 별다른 사회적 경험이 없다는 점이 큰 약점이다. 정치·경제·국방·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국가를 운영할 만한 능력과 자질을 지녔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정치직행의 책임을 현 정권에 돌리고, 그의 '전언정치' 무대가 됐던 주요 보수언론에서마저도 '실력을 보여라'라는 요구가 나왔다. 조선일보는 윤 전 총장의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공감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상당수 유권자들은 윤 전 총장이 정권의 폭거에 맞섰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지지를 보냈지만 나라의 장래를 맡길 적임자인지는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윤 전 총장은 정치 경험도 국정 경험도 거의 없다. 앞으로 자신의 국정 비전과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가 집권할 경우 '검찰 공화국'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공정과 상식을 다시 세울 만한 도덕성을 갖췄는지도 검증받아야 한다. 최근 X파일 논란이 대표적"이라며 "검사를 평생의 업으로 삼아온 그가 국가 최고 책임자로서 복잡한 이해가 충돌하는 국정을 다룰 식견이 있는지, 그에 합당한 도덕성을 갖췄는지에 대한 시험이 이날 시작됐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법치 파괴와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탈원전 등 정책 실패 사례를 조목조목 지적했다"면서도 "대통령선거는 과거를 심판하는 회고적 투표와 집권 비전이 평가받는 전망적 투표라는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반문 반사이익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미래를 어떻게 바꿔보겠다는 것인지 자신만의 비전과 청사진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라고 적었다.

동아일보는 "공정이나 법치와 같은 가치도 단순한 슬로건 수준에서 벗어나,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내용을 채워야 한다"며 "이제는 검사 윤석열이 아닌 정치인 윤석열의 실력으로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 시간이 왔다"고 했다.

TV조선 '뉴스9' <[단독] "선언문 쓰다 울컥"…3137자에 담긴 尹의 분노>

한편, TV조선은 29일 저녁종합뉴스에서 윤 전 총장이 선언문을 쓰다 '울컥' 했다는 정치권 '전언'을 단독보도했다.

TV조선은 앵커와 기자의 대담형식 리포트 <[단독] "선언문 쓰다 울컥"…3137자에 담긴 尹의 분노>에서 "선언문 파일의 최초 작성일을 보면 16일로 돼 있다. 초고를 완성하고 이후 보름동안 고심하면서 원고를 고치고를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 정치권 인사는 윤 전 총장이 선언문 정리를 하면서 '정말 분노가 끓어올랐다', '쓰다가 울컥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문 대통령 당부대로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하다가 목도한 권력의 민낯에 대한 기억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선언문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어디냐'는 질문에 기자는 "이른바 친문 강성지지층, 소수의 반헌법적인 세력 등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얘기해왔던 '압도적 정권교체론'과도 맥이 닿아있다"며 "호남지역과 진보세력까지 아우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래서 윤 전 총장의 선언문을 본 뒤 야권에선 '상당히 큰 그림을 그리고 나온 것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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